엄정숙 변호사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법적인 관계에서 다툼이 일어난 뒤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해결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절차와 스트레스가 상당히 크다. 그래서 소를 잃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단단히 수리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소 전 화해 제도가 바로 소 잃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단단히 수리해 두는 방법이다. 부동산 임대차 관계에서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라는 이야기다. 제소 전 화해란 법적인 관계에서 당사자들이 미리 예방적인 차원으로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두는 것이다. 제소 전 화해 신청서를 작성 후 다툼이 일어났을 때, 미리 성립시켜둔 화해조서를 가지고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데 들어가는 절차와 비용이 현저히 줄어든다. 당사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적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제소 전 화해 제도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필자가 운영하는 ‘엄정숙 변호사의 제소 전 화해(www.rbl365.com)’ 홈페이지를 통한 상담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 제도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는 이유는 제소 전 화해라는 법률제도에 관한 개요를 일반인들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법률적으로 커다란 상황이 발생해야만 비로소 법률전문가를 찾는 풍토가 한 몫하고 있는 듯하다. 또 한 가지 이유로 임차인에게는 제소 전 화해 조서를 받아두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기에 임차인이 크게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법적인 책임과 권리를 모두 누리려는 태도로서, 임대차 계약관계를 체결하는 임차인에게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오히려 임대인의 의무사항인 보증금에 대해서도 법원의 화해조서로써 강제집행이 가능하므로, 임차인에게 유리한 면도 많다. 이러한 제소 전 화해 제도는 실무적으로 임대차 계약관계에서 대부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임대차 계약관계 이외에도 미리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두어 사후 다툼의 소지를 줄여야 할 사안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다수 당사자들이 한 필지의 부동산에 대하여 거래를 할 경우이다. 물론 부동산에 대한 분필 절차를 거쳐서 각 특정 부분을 매수할 수 있다. 그러나 분필 절차가 용이하지 않거나, 분필을 위한 비용이 많을 경우에는 다른 방안으로 제소 전 화해 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즉 각 특정 부분을 도면으로 특정한 뒤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유자가 갑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부동산은 갑에게 주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화해신청을 할 수 있다. 여태까지 주로 임대차 계약관계에서 제소 전 화해 제도가 활용되어 왔지만, 앞으로는 임대차계약 관계뿐만 아니라 분쟁의 소지가 있는 분야라면, 제소 전 화해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 당사자 간의 합의사항을 확정력이 있는 법원의 판결문 형식으로 받아 두는 것은 높은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이러한 법률적 합의는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작은 초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