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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기업 ① 롯데제과] 지역 빵집의 맛을 전국으로 확산

양주-용인-부천 등의 맛빵에 대량생산 노하우 접목해 편의점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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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74호 김금영⁄ 2020.04.16 11:57:25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지금,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책을 내놓고 있는 대기업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 나누거나, 이름만 빌려주는 상생은 큰 의미 없는 ‘눈치보기’에 그칠 수 있다. 길게 보고 서로 잘 될 수 있어야 진정한 상생이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경제에서는 긴 안목을 갖고 서로 도움이 되는 진정한 상생을 시도하는 사례들을 찾아 소개해 본다. 그 첫 번째는 지역 빵집의 맛을 전국화한 롯데제과다. [편집자주]

 

롯데제과가 ‘지역 빵집 상생 프로젝트’로 출시한 제품들. 사진 = 롯데제과

빵을 사랑해 마지않는 ‘빵 덕후’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곳이 있다. 바로 유명 빵집이 아닌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 롯데제과가 전개 중인 특별한 상생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롯데제과는 올해 초부터 ‘지역 빵집 상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내 우수 빵집의 제품을 양산화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3월 열렸던 롯데제과 제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민명기 대표이사는 “파트너 사와의 동반 성장을 통해 사회와 상생 협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 프로젝트 또한 상생을 목적으로 한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협업 대상은 ‘나블리 베이커리’다. 나정호 파티셰가 직접 운영하는 제과점으로, 경기도 양주에 위치해 있다. 지역민에게 특히 인지도가 높았던 이 빵집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3월 열렸던 롯데제과 제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민명기 대표이사는 “파트너 사와의 동반 성장을 통해 사회와 상생 협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롯데제과

최근엔 나블리 베이커리에 이어 용인 보정동 카페 거리의 ‘W스타일’, 부천의 ‘빵판다 베이커리’와 협업을 통해 제품을 출시했다. 롯데제과 측은 “지역에서 맛과 품질로 알려져 있는 빵집을 수소문해 본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가 있는지 논의를 거쳐 협업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유명 빵집의 제품을 소개하는 건 그리 특별한 방식은 아니다. 이미 여러 백화점들이 지역의 유명 빵집을 건물 내 입점시켜 소비자에게 소개해 왔다. 롯데백화점은 튀김소보로가 유명한 성심당을 2011년 대전점에 입점시켰고, 현대백화점은 대구 지역의 삼송빵집을 2015년 판교점에 정식 오픈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전라도 광주의 소맥베이커리를 광주점과 영등포점에서 선보였다.

그럼에도 롯데제과의 이번 상생 프로젝트가 눈길을 끄는 점은 단지 양산화를 통해 판매 경로를 확대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공동 개발 과정을 거쳐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진정한 상생의 경로를 모색했다는 것.

 

편의점에 진열된 빵들 중 ‘나블리 홍쌀빵’(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을 발견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나블리 베이커리와는 두 달여의 공동 연구 개발 기간을 거쳐 나블리 홍쌀빵을 선보였다. 롯데제과 개발팀과 나정호 파티셰가 공동으로 레시피를 개발해 나블리 베이커리의 대표 메뉴인 고구마 홍미 캄파뉴를 양산화한 제품이다. 이후 제품 2탄으로 나블리 앙버터도 출시했다.

논의 과정을 거쳐 W스타일 우경수 대표와는 커피 향을 머금은 W스타일 아몬드크라상을 개발했다. 빵판다 베이커리의 강민호 대표와는 체다치즈 커스터드와 달콤한 크림이 어우러진 판다빵, 그리고 땅콩 모양의 빵 속에 땅콩크림을 넣은 땅콩빵까지, 현재까지 상생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 6종을 출시했다.

국내 우수 빵집과 제품 공동 개발해 접근성 높은 편의점서 선보여

 

롯데제과가 ‘지역 빵집 상생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리플렛 이미지. 사진 = 롯데제과

특히 공동 연구 개발 과정에서 롯데제과와 협업 대상 각각의 장점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롯데제과 측은 “소비자는 기존 유명 빵집이 지닌 제품의 맛을 기대한다. 그렇기에 개발 과정에서 제품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하기에 협업 대상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기존 빵집에서는 제품의 대량 생산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때 롯데제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존 제품의 맛을 살리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방식을 연구한다. 예컨대 보통 빵집에서 만드는 빵은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생크림을 버터크림으로 바꾸는 등 원료를 바꿔야 한다. 또 양산화를 위해 작업을 단순화시키는 방법 또한 연구한다”고 밝혔다.

 

지나가다 들른 편의점에서 찾은 ‘빵판다 땅콩빵’과 ‘나블리 앙버터’. 사진 = 김금영 기자

판매 경로가 편의점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편의점은 아파트, 오피스, 대학가 등 다양한 상권에 분포돼 있어 접근성이 높다. 즉 지역에 한정돼 있었던 빵이 전국의 접근성 높은 편의점에 배치돼 홍보 효과를 누린다. 이를 통해 기존에 빵을 좋아해 전문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층뿐 아니라, 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 먹는 것을 선호하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제품을 알리며 소비자층을 확대시키는 측면도 있다.

 

가격은 1500원으로, 합리성을 꾀했다. 빵을 좋아해서 이른바 빵지 순례(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성지 순례’에 빗대어 이르는 말)를 다닌다는 20대 김나희 씨(가명)는 “본래는 멀리 발품을 팔며 찾아다녀야 하는 유명 빵집의 제품을 주변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또 요새 코로나19로 백화점 또는 빵집에 직접 찾아가 빵을 먹는 게 쉽지 않은데, 편의점에서 빵을 사와 집에서 홈카페 같은 기분을 내면서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빵 포장지 뒷면에는 제품 정보를 비롯해 롯데제과와 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한 빵집에 대한 정보를 디자인해놓았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기자 또한 길을 걷다가 들어간 편의점 몇 곳에서 ‘지역 빵집 상생 프로젝트’로 출시된 제품들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블리 앙버터와 땅콩빵을 구매했는데, 빵 포장지엔 제품에 대한 소개를 비롯해 협업 대상 빵집인 나블리 베이커리, 빵판다 베이커리에 대한 소개 또한 디자인돼 있어 빵집의 정보도 접할 수 있었다. 나블리 앙버터는 단맛과 짠맛이 조화를 이뤘고, 땅콩빵은 고소한 맛이 특징으로 가격 대비 유명 빵집의 빵을 먹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만족도가 괜찮았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상생 프로젝트 1탄으로 1월 첫 출시된 나블리 홍쌀빵은 4월 현재까지 약 50만 개가 판매됐다. 롯데제과 측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제과 측은 “지역 빵집 상생 프로젝트는 지역 베이커리의 홍보 및 경제 활동에 도움을 주는 한편 우수한 제품을 선보여 매출 증대를 꾀하는 윈윈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는 경기도 권에서만 상생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추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등 더 먼 지역에 있는 빵집과도 협업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얼마 이상 판매라는 특정 목표보다는, 제품마다 많은 관심을 받아 이 프로젝트가 계속 시행되길 바란다. 지역의 다양한 빵집을 발굴해 소비자에겐 더 많은 우수 제품을 소개하고, 협업 대상은 매출 확대를 이루며, 롯데제과는 지역 상권의 홍보 활동을 도와 진정한 의미의 상생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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