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걱정에 쇼핑을 자제한다면, 당신은 언택트(Untact) 쇼핑 초보자다. 물론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핸드폰 접속. ‘뭐야, 뻔한 모바일 쇼핑이잖아’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백화점의 ‘라이브 방송’은 상품정보만 게재된 기존 모바일 쇼핑과 달리, 실시간 소통을 통해 고객 질의를 즉각 해결해준다. 그래도 직접 매장에서 테스트해보고 싶다면, 비말 걱정 없이 쇼핑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AR체험, 셀프바 등으로 무장한 체험매장이다. 유통업계의 언택트 판매를 살펴본다.
‘디지털 기술+밀레니얼 세대 이해’ … 언택트 매장, “방해받지 않는 쇼핑 가능”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거울이 마법에 걸려 말을 한다면, 요즘 화장품 매장의 거울은 디지털 기술이 적용돼 사람과 소통한다.
지난 8일 찾은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아모레스토어. 매장 초입에 거울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안내대로 순순히 발 모양에 맞춰 서서, 거울을 들여다본다. 아무래도 보통 거울이 아니다. 둥근 원 안에 비친 얼굴 위로 립스틱·섀도·아이라인 등 다양한 색조 메이크업이 구현된다.
‘마법’ 같은 이 거울은 ‘AR증강현실 메이크업 체험 서비스’.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기기에서 얼굴을 촬영하면, 선택한 메이크업이 화면 속 얼굴에 적용되는 식이다. 매장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이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며 “테스트 상품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찝찝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AR체험은 다양한 제품을 접촉하지 않고 테스트할 수 있어 색조화장품 구매 원하는 고객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 매장의 특별한 공간은 또 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언택트 소비 트렌드와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를 반영한 ‘언택트존’이다. 해당 공간은 개방형 뷰티바로, 비대면으로 자유롭게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다. 피부 고민별, 색조, 신제품 등 카테고리별로 나누어져 있어 직원에게 문의하지 않아도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고 QR코드를 통해 제품 설명도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정수연 치프바이어(Chief buyer)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뷰티 매장을 선보이기 위해 아모레퍼시픽과 약 3년간의 준비 끝에 드디어 오픈하게 되었다”며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차별화된 매장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비대면 뷰티바는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CHICOR)’에도 있다. 일명 ‘메이크업 셀프 바’. 별도로 마련된 파우더룸 형태의 체험 공간에서 고가의 화장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시코르는 출범 때부터 ‘언택트’ 시스템을 내세워 밀레니얼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별도의 문의가 있을 때까지 제품을 권유하거나 설명하지 않아 점원의 ‘무관심’ 속에서 비대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기술적 방법으로 언택트 판매를 본격화했다. 지난 3월부터 운영한 ‘스마트 스토어’는 약 520㎡(157평) 규모의 뷰티 전문 매장으로, 쇼핑 전 과정을 QR코드로 해결할 수 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카트 대신 ‘QR코드’를 스캔해 스마트 스토어 전용 모바일 카트에 접속한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을 때는 ‘바코드’를 인식해 상세 정보·상품평·재고 수량 등을 확인한 후 모바일 장바구니에 추가할 수 있다. 쇼핑을 마쳤다면 고객별로 제공되는 고유의 QR코드를 직원에게 보여주고 일괄 결제하면 된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롯데면세점 스마트 스토어는 새로운 디지털 경험이 가능한 업계 최초의 미래형 매장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며 “롯데면세점은 앞으로도 혁신적인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업계, ‘라이브 커머스 경쟁’ … 판매자-구매자 간 쌍방향 소통 활용
앞선 사례들이 매장을 ‘언택트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라면, 백화점 업계는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매장에 온 듯 실감 나는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
“앞서 보여드린 원피스요? 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한소희씨가 입고 나온 거 맞아요. 아, 총 기장이요?…”
이 장면은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 채널 ‘100 라이브’의 지난 방송. 진행자가 준비된 상품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언뜻 TV홈쇼핑 같지만, 엄연히 차이가 있다.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닌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특징. 판매자와 소비자의 간극을 메우는 건 모바일 채팅창이다.
실제로 방송 시작과 동시에 고객들의 채팅방 ‘입장’이 이어졌다. 고객들이 소재부터 무게, 기장, 색상, 세탁기 가능 여부 등을 채팅창에 질의하자, 매장 매니저가 손에 쥔 핸드폰으로 댓글을 읽어가며 답변했다. 진행자가 상품 소개에 한창 바쁠 때는 고객끼리 상품구매 방법 등을 댓글로 공유하기도 했다. 방송 말미엔 ‘정말 볼 것 많다’, ‘가방 겟’ 등의 댓글이 달렸다.
라이브 커머스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방송이다. 실시간 채팅을 통해 소비자의 질의를 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 최근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전통 유통업체인 백화점 업계도 라이브 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부터 라이브 쇼핑 채널 ‘100라이브(Live)’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여성 의류,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으나, 점차 상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부터 네이버와 손잡고 매장 상품을 실시간 영상으로 판매하는 ‘백화점윈도 라이브’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현대아울렛은 지난 4일부터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 ‘그립(GRIP)’과 손잡고 ‘라이브(Live) 커머스’ 채널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아울렛 관계자는 “최근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온라인 구매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상품 연출, 시착 등 오프라인 매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을 내세운 ‘라이브 커머스’를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