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4호 이동근⁄ 2020.08.27 13:48:20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들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나 LG화학,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속속 친환경 인증을 받고 있다. 환경 문제에 둔감한 기업은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편은 영리하게 친환경을 활용하고 있는 동아제약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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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은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경제계에서 대세가 되지 못한 이유는 경제적 가치로 보면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소 조명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수단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미지메이킹을 넘어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회사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아제약이다.
상품 가치 올리는 가그린·박카스·미니막스의 ‘친환경’
동아제약의 제품 중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은 3가지다. 우선 ‘가그린’이 있다. 가그린은 미원이나 다시마가 조미료의 대명사인 것처럼 구강청결제의 대명사로 꼽히는 브랜드다.
동아제약은 이 가그린의 모든 제품 용기를 유색 용기에서 무색 투명 용기로 바꿨다. 유색 용기는 플라스틱은 재활용 업체에서 분류가 어려워 매립 또는 소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표면에도 수분리성 점착식 라벨을 사용해 용기 재활용 과정에서 보다 쉽게 제거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투명한 용기를 친환경에 맞춰 광고하지 않았다. 대신 타르색소에 민감해하는 소비자를 고려해 타르색소를 빼 물처럼 투명한 제품임을 강조하는데 활용했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대신 소비자에게 더욱 뛰어난 제품임을 각인하는데 사용하는 영리한 마케팅을 한 것이다.
2번째로 피로회복제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박카스’가 있다. 박카스의 경우 제품 자체에 변화를 주기 보다는 홍보를 위해 사용하는 봉투에 변화를 주었다. 동아제약은 지난 1991년부터 29년간 박카스 홍보를 위해 약국에 박카스 비닐봉투를 공급했는데 올해 7월부터 친환경적인 종이봉투로 전면 교체하고 나선 것이다.
박카스 홍보용으로 배포되는 종이봉투는 재생용지를 사용한 크라프트 종이봉투다. 전국 약국에 한 달간 공급되는 박카스 비닐봉투는 약 550만 장에 달하는데, 종이봉투로 교체시 기존 비닐봉투 대비 제작비용이 약 3배 증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봉투로 바꾼 것은 약사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종이봉투를 환자에게 제공하면 약사들도 친환경적으로 환경보호활동에 나선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게다가 비닐봉투는 약국에서 무료배포가 불가능하지만 종이봉투는 무료배포가 가능하다.
제약사들에게 있어 최종 소비자인 환자 이상으로 중요한 마케팅 대상은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약을 판매하는 약사다. 이같은 중요한 마케팅 대상인 약사에게 박카스, 더 나아가 동아제약 계열의 제품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면 영리한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출시된 어린이 건강기능식품 ‘미니막스 정글’이 주목할 만 하다. 이 제품은 용기를 재활용된 펄프를 이용했으며, 용기를 둘러싼 띠지는 설탕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사탕수수로 만든 비목재 종이 얼스팩(Earth pack)을 사용했다.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것은 토이백(Toy bag) 형태의 패키지다. 이 패키지는 사용 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보관하거나 놀이에 활용할 수 있게 돼 있어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건기식인 만큼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동아제약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
물론 동아쏘시오에서 친환경을 내세워 몇가지 아이템만을 내세우는 ‘작전’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2018년 환경부,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과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포장재·재질 구조개선을 진행, 대상 제품 179개 중 89.4%에 해당하는 160개를 바꾸었다.
개선 내용은 ▲유색 페트병을 재활용이 쉬운 무색 페트병으로 변경 ▲재활용 과정에서 분리가 쉽도록 라벨 및 마개에는 비중 1 미만의 합성수지 사용 ▲재활용할 때 쉽게 물로 분리가 가능한 접착제 사용 등이며, 이에 따라 019년 유색 페트병 출고량이 2018년에 비해 약 95% 줄었고, 무색 페트병 출고량은 약 2746% 증가했다. 무색 페트병으로 바뀐 제품 중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가그린이다.
동아제약 공식 브랜드 전문몰 ‘디몰(:Dmall)’의 포장 방식도 친환경적으로 바꾸었다. 배송 물품의 충격을 완화하는 비닐 에어캡(일명 ‘뽁뽁이’) 대신 종이 소재 완충재를 사용했고, 배송 상자의 바깥 면에 붙이는 비닐 테이프도 재활용에 용이한 종이 재질로 변경했다. 최근 종이박스를 재활용 수거일에 분비배출할 때 비닐테이프를 일일이 떼야 하도록 바뀌었는데, 디몰 포장지는 그대로 배출하면 되는 것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등 사회적 가치 요소를 중시하고 있다”며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경제적인 성장에만 집중해 환경오염, 갑질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해 왔는데, 소비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착한 기업이라면 비싼 가격의 제품이라도 구매하려는 의지가 높고, 사회적 문제나 환경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이를 해결하는 노력이 부족한 기업들을 외면하려는 성향이 더욱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아제약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친환경, 사회적 기여, 투명한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영을 위한 의사협의기구 ‘사회적가치위원회’를 신설해 소비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친환경 경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의 친환경 행보가 보다 ‘영리하게’ 이뤄지고 있음은 충분히 주목할 만 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동아제약 관계자는 “매출액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듯하지만, 박카스 종이봉투 교체나 미니막스 정글과 가그린까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업계가 전반적으로 ‘친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는 편”이라면서도 “동아제약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것은 단순히 친환경적인 제품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편리함 등의 장점으로 와 닿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