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1호 윤지원⁄ 2021.01.09 10:19:28
애플이 자율주행차 생산을 선언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미래차 관련 사업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친환경 전기자동차, 토탈 모빌리티를 포함하는 미래 차는 전자산업의 주무대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산업의 주역으로서, 그리고 반도체의 절대 강자로서 삼성전자가 미래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그 미래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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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995 vs 2020 … 삼성의 자동차 사업, 무엇이 다른가?
② 반도체 ‘글로벌 2위’ 위용, 차량용 반도체에서도 떨칠까
하만, “새로운 자동차 ‘경험’을 팝니다”
삼성전자의 전장부품 사업 자회사인 하만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 이하 하만)의 전장사업부는 7일(미국 현지 시각) 미디어데이 행사 ‘하만 익스플로어 오토모티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하만 익스플로어 오토모티브는 다음 주로 다가온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1’ 개막을 앞두고 열린 사전 행사로, 하만은 이 행사를 통해 차량과 소비자의 연결성을 강화한 ‘하만 ExP’ 기술 솔루션을 담은 ‘디지털콕핏2021’을 선보였다.
올해 1월 1일 부로 하만의 전장사업부문장에 신규 임명된 크리스천 소봇카 부문장은 “하만은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며 “신기술을 통해 자동차는 소비자가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마법과 같은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제3의 생활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인수 이듬해인 2018년의 CES 2018에서 처음으로 공동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콕핏’을 소개했고, 이후 이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며 새로운 버전을 소개해 오고 있다.
지난해 하만은 자동차 엔진 성능과 관련된 측정 단위인 RPM(revolutions per minute, 분당 회전수)보다 중요한 신규 개념으로 EPM(Experience per mile, 마일당 고객경험치)을 제안했다.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 운전자와 승객은 어떠한 즐겁고 유익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며, 보다 가치 있는 경험을 찾아내어 전하는 것이 하만의 소임이라는 의미다.
이번에 소개한 디지털콕핏2021은 하만이 어떤 새로운 차내 경험을 제안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담았다. 차내 경험을 하만은 ‘Exp’이라고 이름 짓고, 새로 제안하는 디지털콕핏2021을 ‘하만 Exp 콘셉트’로 명명했으며, 이번 하만 익스플로러 행사에서 세 가지 Exp 솔루션을 공개했다.
차내 엔터테인먼트의 한계를 넘다
하만 ExP 콘셉트(디지털콕핏 2021)에 담긴 Exp 솔루션들은 기존의 차내 엔터테인먼트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 솔루션이다. 하만은 자동차가 최고의 비디오게임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고, 유튜버와 같은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나 뮤지션들을 위한 스튜디오가 될 수도 있으며,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생생한 공연장이 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① ‘게이밍 인텐스 맥스’(Gaming Intense Max)
하만은 아이의 하교를 기다리거나 동행할 친구를 기다리는 등 자동차가 누군가를, 또는 다음 스케줄을 기다리는 공간이 될 때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런 시간에 운전자/승객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만은 휴대폰의 화면과 음향, 조작 장치 등이 제한적이라며, 자동차가 빠르고 몰입감 있는 게임 환경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제안했다.
하만 ExP 게이밍 인텐스 맥스 솔루션은 디지털콕핏 2021의 확장형 컴퓨트 플랫폼에 5G 텔레매틱스 콘트롤 유닛(TCU), 하만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이그나이트 등을 활용한다.
안전을 위해 정차 중에만 작동하는 게이밍 인텐스 맥스를 실행하면 대시보드 뒤에 숨겨져 있던 49형 QLED 대형 디스플레이(뒷좌석은 중앙 디스플레이)가 솟아오르고, 헤드레스트에 통합되어 있던 고음질 스피커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만의 오디오 기술은 도로 배경 소음이나 에어콘 소리 등을 제거해주며 고급 헵틱 기술로 몰입감을 증폭시킨다. 삼성전자의 5G 기술이 적용되어 다른 곳에 있는 동료들과의 멀티 플레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② ‘크리에이터 스튜디오’(Creator Studio)
하만은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사라진 최근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문화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제작할 공간과 시설을 찾는 것에 주목했다.
하만 ExP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는 각 좌석 상단 등 차내에 설치된 여러 대의 인캐빈(In-cabin) 카메라로 탑승자들의 모습을 찍을 수 있고, 탑재된 편집 툴을 이용해 촬영한 영상을 쉽게 편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5G 무선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송출도 가능하다.
특히 카메라는 탑승자의 머리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앵글을 자동으로 맞춰주고, 실내 조명도 최적의 모드로 설정된다. 오디오 레벨도 자동으로 최적의 밸런스에 맞춰 조절된다. 콘텐츠 편집은 스티어링 휠의 콘트롤과 AI(인공지능) 비서의 도움을 받아 전문 프리미엄 스튜디오 수준의 결과물을 간단히 뽑아낼 수 있다.
③ ‘드라이브-라이브 콘서트’(Drive-Live Concert)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모든 무대가 멈췄지만, 고도로 발달한 통신 기술 덕분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언택트 모드로 공연하는 것을 다양한 기기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BTS)이 온라인 콘서트를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공연을 선보여도 대다수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덤) 들은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으로 이를 감상하는 것이 현실이다.
라이브 콘서트는 무대의 아티스트와 객석의 팬 사이에 뜨거운 에너지를 온전히 교환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하만은 이처럼 라이브 공연 특유의 매력을 최대한 생생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차량 내 경험을 제시했다.
하만과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오디오, 대형 디스플레이, 5G 통신 기술 및 클라우드 서비스는 최고의 감각적인 영상과 음향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음악을 더 열정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스티어링 휠이 접혀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차량 실내조명이 음악과 동기화되어 콘서트장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아울러, 예컨대 멀리 시드니의 차 안에서 공연을 보는 아미의 즉각적인 리액션을, 이곳 서울에서 공연 중인 BTS 멤버들이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교감할 수 있도록, 인캐빈 카메라 활용을 비롯하여 소통을 위한 여러 가지 장치가 마련됐다.
하만 인수 4년, 성적표 ‘성공적’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하며 2015년 12월 사업팀을 신설했다. 이듬해 사업을 본격화하고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하만 인수에 전격 착수했고, 2017년 3월 인수 절차가 끝났다. 인수 금액은 무려 80억 달러(약 9조 4000억 원). 대한민국 기업 인수합병 역사상 최대 액수였다.
그리고 그해 5월, 삼성전자는 홍콩에서 ‘삼성 인베스터즈 포럼’을 열고 하만을 앞세워 2025년까지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분야의 시장 리더가 되겠다는 ‘커넥티드카 2025 비전’을 밝혔다.
하만은 인수 이후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 1600억 원, 2019년 32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올리며 점점 뛰어난 성장세를 보였다. 기존에 강점이 있던 오디오 부문 외에 전장 부문에서의 성과도 뚜렷했다. 특히 2018년 처음 선보인 디지털콕핏 부문에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한 커넥티드카 부문에서의 실적은 아직 부족하다. TCU 부문에서 하만은 아직 시장 3위 정도지만 모기업인 삼성전자가 5G 부문에 뚜렷한 강점이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로 인해 인수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만 누적 28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 3분기에는 1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4분기에도 1000억 원을 웃도는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코로나19의 여파는 완전히 떨쳐내고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전장사업 ‘그린라이트’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인수 이후 최근 몇 년간 하만의 실적이 과거 명성에 비해 부족함을 지적한다. 삼성전자 인수 전인 2016년 하만의 연간 영업이익은 8500억 원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이후 실적에는 인수 금액이 반영되어 영업이익 규모가 적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전장부문 글로벌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에 있고, 하만의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2016년의 수익률을 뛰어넘는 성과를 조만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좀 더 힘을 받는다. 그밖에도 올해부터 하만과 삼성전자 전장부문에서 모두 실적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뚜렷한 근거가 여러 가지 있다.
우선, 하만은 삼성전자 인수 당시 모기업의 경영 간섭을 받지 않는 대신, 사업구조 개편에 합의했다. 이후 하만은 개편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고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그 결과 100여 개에 달하던 자회사와 관계사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를 통해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두 차례 공식 회동을 가져 양사의 적극적인 협업과 그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게 했다.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생산량이 많아지면 하만의 카오디오 및 인포테인먼트 매출도 증가할 전망이며, 본격적인 미래차 부문에서의 시너지 확대도 기대된다.
특히, 현대차가 올해부터 양산차에 V2X(차량-사물 통신) 기능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 하만의 V2X 모듈 등 관련 부문의 본격적인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하만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전장부품 공급 계약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올해 양산되는 BMW 전기자동차에 5G TCU가 탑재될 예정이며, 중국의 BJEV(베이징 전기자동차)에 디지털콕핏을 공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이러한 계약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내년부터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끝으로 전장부문 시장의 성장에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먼저 하만은 올해 1월 1일 부로 전장사업부문 새 부문장(부사장급)으로 전장부품기업 보쉬의 CEO 출신인 크리스천 소봇카를 새로 임명했다.
이에 앞서 모회사인 삼성전자도 의미 있는 인사를 단행했다. 바로 전장사업팀의 수장을 5년 만에 교체한 것. 특히 새 수장으로 임명된 이승욱 사업지원TF 부사장은 바로 하만 인수를 주도했던 인물이어서, 업계에서는 해당 인사를 두고 하만과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