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경제] 인형업체와 미술작가 섞여 “고객 담다”

밍글러 인형과 아트스페이스 담다 컬래버레이션

김금영 기자 2017.02.17 09:30:58

▲(왼쪽부터) 이기영 밍글러 대표, 아트스페이스 담다의 박미리 작가, 김민지 작가. 이들은 아트 컬래버레이션 '브랜드를 담다 - 레디 투 밍글'로 모였다. 가운데는 김민지 작가의 작품.(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전시장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등장했다. 다양한 크기의 귀여운 인형부터 벽에 걸린 그림까지, 그 조화가 눈길을 끈다. 동물 콘셉트의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 밍글러(Mingler), 그리고 연남동의 아트스페이스 담다(이하 담다)가 만나 ‘브랜드를 담다 - 레디 투 밍글(Ready to Mingle)’의 장을 마련했다. 연남동 담다에서 2월 26일까지 열린다.


기업과 아트가 손을 맞잡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이 대세다. 기업이 유명 작가들을 선택 및 섭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레디 투 밍글’은 반대다. 담다가 브랜드와 작가를 선정하고, 아트 컬래버레이션의 콘셉트를 정하며 작가와 기업 사이 징검다리가 됐다. 주요 콘셉트는 친근함과 신선함. 전시를 기획한 담다의 박미리 큐레이터는 작가로도 참여했다.


“담다는 기존 화이트 큐브로 인식되는 갤러리가 아니라, 실용적이고 해보지 않았던 시도들을 해보려 했어요. 작가들을 모아서 해외 진출 창구를 모색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을 마련해야 하는데, 힘든 여건의 예술인이 많아요. 그래서 아티스트들의 예술 콘텐츠를 아트 상품으로 만들어서 파는 방법 등을 강구하다가 이번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게 됐죠. 유명 기업들이 선호하는 작가군이 있어요. 그래서 아트 컬래버레이션 자체는 활발할지라도 기왕에 소개된 작가들의 작업만 계속 나오기에 신선함이 부족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에 재미있는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 선정에도 신경을 기울였어요.” (박미리 작가)


▲아트스페이스 담다의 전시장 일부. 밍글러의 수제 봉제 인형과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설치됐다.(사진=아트스페이스 담다)

박 작가를 포함해 김민지, 이윤정 작가 3인이 이번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했다. 컬래버레이션 과정에서 밍글러 이기영 대표와의 소통은 필수 조건이었다. 애초에 밍글러와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 예술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갤러리에 들어오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인형은 어떤가? 어렸을 때부터 누구나 가지고 논 인형은 부담스럽지 않고 친근하다.


인테리어와 관련된 제품군을 만들어 온 밍글러의 현재 대표 제품은 인조모피를 사용한 수제 봉제 인형이다. 기계가 아니라 일일이 사람이 손바느질로 인형을 제작한다. 이 제작 기술을 인정받아 밍글러는 영국 해롯 백화점의 시그니쳐 테디베어, 그리고 버버리 및 할리 데이빗슨의 한정판 테디베어를 제작하기도 했다. 현재 약 53종의 동물 인형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기영 대표 또한 아트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받고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아트스페이스의 큐레이터 겸 작가로 이번 아트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한 박미리 작가가 자신의 작품 그리고 밍글러 인형과 함께 했다.(사진=김금영 기자)

“회사를 꾸리고 열심히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다면, 이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일 마케팅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예요. 만든 것을 잘 소개해야죠. 인형엔 친근한 이미지가 있지만 한계도 있어요. 외국에서는 인형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아이들 장난감이라는 카테고리에 그치는 경향이 강하죠. 그러면 만날 수 있는 고객층이 한정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름의 고민이 많았는데 아트와의 접점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담다는 인형의 친근한 이미지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밍글러 인형은 아트를 입으면서 보다 고급화된 이미지를 갖게 되는 거죠. 그 시너지 효과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기영 대표)


아트 컬래버레이션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밍글러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가들이 작품을 제작했다. 그러다보니 각 작업에 작가들의 성향이 묻어나면서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박미리 작가는 밍글러의 색에 주목했다고.


“처음에 밍글러 브랜드를 접했을 때는 외국 브랜드인줄 알았어요. 인형의 색감이 특히 눈길을 끌었거든요. 보통 인형은 굉장히 원색적인 색감을 쓰는데, 밍글러 인형은 초록 빛깔의 기린, 붉은 빛의 늑대 등 눈길을 끄는 요소가 있었어요. 제가 원래 색을 중심으로 작업해 왔기에 더욱 흥미가 갔고요. 그래서 인형의 각 부분 색을 화면 위에 강조하고 끌어들이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박미리 작가)


인형의 이미지 고급화와 갤러리 문턱 낮추기


▲전시장 한켠엔 밍글러의 수제 봉제 인형이 가득 전시됐다.(사진=김금영 기자)

실제로 밍글러는 색을 중요시 한다. 이기영 대표는 “실사이즈에 가까운 큰 제품을 만들 때 실제 동물의 색을 사용하면 너무 느낌이 강해져 인테리어 분위기를 헤치는 경우가 있더라. 단순 인형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형에 접근하기에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 따뜻한 톤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녹색 기린 인형이 탄생했다. 평소 내셔널지오그래피 방송을 보고 영감을 많이 받는데, 사실적인 동물의 모습에 재탄생된 밍글러의 색감을 넣어서 인형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아트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했다는 김민지 작가는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작가로서 뜻 깊은 경험이었다”며 액자 분할 시도를 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에 작업 콘셉트가 명확하고, 작품과 함께 밍글러 인형이 전시될 것임을 알기에 그걸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독특한 색감을 지닌 표범 인형에 강한 인상을 받아 화면 위에 표범의 패턴을 다각화 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풀어봤다”고 말했다.


본래 동물, 자연을 좋아하고 친환경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윤정 작가는 화면 위에 입체적인 요소까지 녹여 동물을 그려냈다. 그림 여기저기엔 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 선은 다른 작품들과도 이어지는 요소다. 마치 퍼즐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밍글러의 인형과 작품이 함께 이 퍼즐을 완성시키는 느낌이다. 자신을 ‘예술 문외한’이라고 고백한 이기영 대표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계기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박미리, 'M&M-AG'. C-프린트, 40 x 40cm. 2017.(사진=아트스페이스 담다)

“이번에 밍글러 브랜드에서 받은 영감으로 다양하게 제작된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와 인형과 작품을 모두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색달랐고요. 제품만 파는 장소에 오는 고객들과 비교해 확연하게 층이 넓어진 걸 느꼈어요. 커플이 데이트하다가 들어오기도 하고, 미술 공부하는 학생이 들어왔다가 인형까지 보기도 하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손주와 함께 오기도 해요. 이번엔 담다의 공간에서 전시가 열렸지만, 나중엔 반대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밍글러 제품이 판매되는 백화점 등 공간에 작가들의 작품을 끌어오는 거죠. 작가들의 재능이 더 많은 공간에서 펼쳐지길 바라요. 밍글러가 함께 할 수 있다면 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죠.” (이기영 대표)


담다는 추후에 아트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담다에서 ‘그림왕 양치기’ 양경수 작가의 전시가 열린 바 있다. 히노 에이타로의 책 ‘아, 보람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속 그림을 그린 양경수 작가의 개인전은 많은 관심을 받았고, 추후 작가가 다양한 기업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펼치는 계기가 됐다.


잡코리아와 ‘직장인 오늘의 운세’ 이벤트 컬래버레이션을 작업했고,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빵 봉지 안에도 양 작가의 그림이 실렸다. 드라마와의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히 이뤄졌다. 직장인의 애환을 다루는 tvN ‘막돼먹은 영애씨’를 비롯해 현재는 KBS 2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김과장’에서 방송 끝을 마무리하는 그림으로 양 작가의 그림이 나오고 있다. 또한 네이버 웹툰에도 ‘잡다한컷’을 연재하며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처럼 기왕에 알려진 작가가 아니라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촉망되는 브랜드와 손을 잡아 재미있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펼치겠다는 것.


▲이윤정, '행복한 돼지'. 캔버스에 아크릴릭, 72.7 x 60.6cm. 2014.(사진=아트스페이스 담다)

“담다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에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는 예술적 가치 창출의 기회, 그리고 예술가들은 브랜드를 담은 새로운 시선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를 얻게 되죠. 또 이게 단발적이 아니라, 서로 간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경제적 수입 창출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담다는 기업과 예술가가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앞으로도 이어갈 거예요.” (박미리 작가)


이 각오가 이번 아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 이름에서 드러난다. 밍글러 브랜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기도 하다. 본래 밍글러(Mingler)는 잘 어우러지고, 섞이는 사람을 뜻한다. 이기영 대표는 파티 문화가 활성화된 해외에서 이 단어를 많이 접했다 한다. 파티에서는 나이가 많고 적고, 학식이 길고 짧고, 돈이 많고 적고가 상관없이 어느 그룹에 가서도 이야기를 잘 이끄는 키메이커를 밍글러라고 불렀다. 그래서 한정된 타깃층의 마음만 울리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파티와 같은 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밍글러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작가들과 어울리며 ‘레디 투 밍글’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기업 브랜드와 아트와의 융합을 즐거운 파티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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