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고의 저출산 대책은 ‘축복’의 마음

저출산,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 종교 단체도 나선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닌 아이에 대한 사랑

안용호 기자 2024.04.24 12:02:53

전 세계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출산 문제는 인류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는 탄력적인 근로 제도를 통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부모들이 출산 연령을 늦추지 않고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 정부는 매달 양육수당을 제공해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줍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외교부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프랑스는 가족 수당, 저소득층 자녀 양육 지원금, 보육 서비스에 대한 재정 보조 등 다양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출산을 장려합니다. 특히, 프랑스는 공공 보육 서비스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부모들이 육아 부담 없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4명 이상의 아이를 가진 여성 평생 소득세 면제, 5년 이내 1명 이상 자녀 출산 시 대출이자 면제, 2명 이상 자녀 출산시 대출액의 1/3 탕감, 3명 이상 자녀 출산 시 대출액 전체 탕감. 어느 나라 얘기냐고요. 이는 헝가리의 출산 장려 정책입니다. 이런 파격적인 정책은 바로 효과를 냈습니다. 헝가리 중앙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혼인 건수가 40% 이상, 출산율은 7% 이상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헝가리의 파격적인 출산 장려 정책은 부작용도 있었는데요. 2015년 기준 헝가리의 평균 명목 주택 가격은 2.5배 넘게 급등했으며, 이는 유럽연합 2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을 반전시켰다는 점에서 헝가리의 출산 장려 정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남성 육아휴직제, 보육 시설 확충, 근로소득 지원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아빠가 육아휴직을 할 경우, 두 달 더 휴직이 가능하며, 여성이 아이를 낳아도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영아 보육 시설을 확충했으며, 이민자들을 적극 수용하는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아 국가를 살펴볼까요. 이웃 나라 일본은 직장 내 임신, 출산 또는 육아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출산 후 일정 기간 단축 근로 등을 통해 임신과 육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듭니다. 이외에도 정부가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한 육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들의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을 돕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베이비 보너스’ 정책을 통해 부모가 되는 가정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양육 지원금, 교육비 저축 계획에 대한 이자 지원 등을 제공합니다. 또한, 주택 정책에서도 결혼 및 출산을 장려하는 여러 우대 조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도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고도화된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요. 외국인 고급 인력 유치를 넘어, 외국인 고급 인력의 정주를 유도하고 가사 노동자를 수용하며, 저숙련 단순 노무 인력의 정주를 차단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4·10 총선 사전투표가 시작된 4월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1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어린이가 기표소 커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이번 호 문화경제는 국내 기업들의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소개합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제4 어린이집을 신축하며 전국 최대 규모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국 8개 사업장에 보육 정원 총 3100명 규모로 12개 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그 규모를 더 넓히고 있습니다. 이번 제4 어린이집은 삼성디지털시티에 보육 정원 300명, 건물 연면적 1780평 규모라고 하네요.

포스코는 본사 직원 뿐만 아니라 협력사 직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생형 어린이집’을 건립해 운영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뤄진 사업주가 참여사업장 근로자를 위해 공동으로 설치·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입니다. 특히 전체 정원 중 협력사 자녀 비중을 50% 수준으로 구성해 대기업·중소기업간 상생협력 기반 구축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직원 대상 ‘예비 부모 간담회’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국내 신생아 중 약 8%를 차지하는 이른둥이를 위해 하기스 이른등이용 초소형 기저귀를 개발하고 2017년부터 500만 매 넘게 무상공급 하는 등 비즈니스 차원의 저출산 극복 노력도 지속합니다.

건설사 부영은 최근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내놓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2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70명에게 직접적인 경제지원이 이뤄지도록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5일 출산지원금 세제지원 개편안을 발표해 화답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지난해 8월 육아휴직을 쓴 직원이 퇴직할 경우 3년 뒤 다시 채용하는 기회를 주는 ‘재채용 조건부 취직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조치로 직원들의 육아 기간은 5년으로 확대됐죠.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얼마 전 오랜만에 반가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최근 출생한 아이와 부모를 단상에 불러 목사님이 축복 기도를 올렸습니다. 정말 오랜만이라 전 교인이 함께 축복해 주었죠. 부모에게는 축하금까지 전달했습니다. 출산 장려에는 정부, 기업 뿐만 아니라 이제 종교계에서도 나서고 있습니다. 저출산 정책의 기본은 지원금이 아니라 ‘축복’입니다. 온 나라와 사회가 새로운 아기의 출생을 축복해 주는 것이야말로 최고 저출산 정책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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