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金값..."배후에 中 투기 세력 있다"

신흥시장의 투기 자금 영향력 서구 세력 넘어서

김예은 기자 2024.04.24 15:34:09

중동 위기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 거래가 이달 들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치솟는 '금' 가격 상승 배경에 중국 투기 세력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최근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투기꾼들의 금 베팅이 가격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비즈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인용해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SHFE)의 금 선물 매수 포지션은 23일(현지 시각) 29만5233계약으로 폭증했다. 이는 금 295톤(t)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기 전인 지난해 9월 말 이후 50%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투기 세력의 강한 매수세가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앞서 이달 초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한 32만4857계약에 이어 적극적인 금 선물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선물거래업체 종차이선물(Zhongcai Futures)은 금 선물 50톤이 넘는 규모를 매수할 수 있는 강세 포지션을 확보했는데, 이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보유한 금의 2%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40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이 밖에도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는 지난 한주간 130만 로트(Lot, 1로트는 100온스를 의미)의 금이 거래되며 지난해 평균의 5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러한 투기 세력은 선물 시장을 활용해 금을 사고파는 것으로 이득을 취하는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투기 세력의 영향력이 강화되며 아시아의 금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서방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계금협회(WGC) 수석 전략가인 존 리드는 “레버리지 선물 시장의 단기 거래자들은 가격을 빠르게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면서 “중국 투기꾼들이 말 그대로 금 가격의 목을 움켜쥐고 있다”며, “서구 세력이 빠른 자금 흐름으로 가격 결정력을 행사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신흥시장의 투기 자금이 가격 결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물론 일반인과 펀드 투자자, 선물거래자들이 금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간 중국 인민은행은 각국 중앙은행 가운데 금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꼽혀왔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정학적 위기 심화와 주식시장 변동성 강화로 안전자산인 금이 인기 투자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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