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작가들 ‘삶의 터전’ 자리매김…자율성 보장

융합 문화 공존하는 이태원…지리적 환경적 요인도 매력
김대희 2012-11-12 10:41:34

미술 작가들에게 있어 작업실은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개인 작업실을 갖추기란 여간 쉽지 않다. 역량 있는 작가 발굴과 함께 작업에 열중할 수 있는 창작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등장한 것이 미술창작스튜디오(레지던스 공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규모의 많은 창작스튜디오가 있다. 국공립 및 사립(기업이나 갤러리 및 개인이 운영) 등 다양하게 단순한 작업실의 개념을 넘어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최근 새로운 변화로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는 이태원.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태원은 외국인들의 주요 관광지·거주지로 각광을 받아 왔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이태원에 미술작가들의 창작지원공간이 있어 찾아가봤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미술원이 운영 중인 창작지원공간 ‘스튜디오 683’은 2층으로 된 건물로, 운영된지는 2년 정도가 됐으며 현재 평면, 입체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8명의 작가가 같이 작업하고 있다. 한예종에서 운영하는 만큼 미술원 졸업생 중 공모를 통해 입주 작가를 선정한다. 입주 작가들은 순수창작공간으로써 미술원의 후원으로 공간을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입주기간은 1년이며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스튜디오 683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장점이 있을까? 입주 작가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서울 이태원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운영의 자율성이 첫손에 꼽혔다. 대부분의 창작스튜디오가 서울과 떨어져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큰 장점이었다. 또한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이태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작가들이 함께 모여 많은 이야기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작업실 구조로 공통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큰 장점인 ‘자율성’. 운영에 있어 룰이 있긴 하지만 작가들이 알아서 관리하는 공간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365일 24시간 열려있는 공간이다. 정말 작업 공간이 필요한 작가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순수한 목적의 공간이지만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이곳도 얼마나 더 오래 운영될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입주 작가들은 이처럼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데 문화적 후원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우리만의 아지트…함께 소통하는 마음 편한 공간” 작가 박미례, 동식물 관심이 만들어낸 초현실적 화면 “이전 작업 공간에서 작가들과 소통도 힘들고 혼자 작업하며 외로움도 느꼈어요. 그러다 이곳에 오니 동료들과 함께 있으며 안정감과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과 함께 교류하며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일명 ‘아지트’같은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는 박미례 작가는 입주한지 벌써 2년이 됐다.

동식물에 관심이 많고 동물의 얼굴이나 모습에 집중하는 그녀는 실제 동물의 모습도 그리지만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살생을 해야 하는 점들에 대한 관심이 초현실적으로 표현돼 나오기도 한다. 특히 동식물에 대한 것들 중에서 직접 봤거나 기억에서 끄집어내서 그리는데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그리는 작업도 많다. 환경에 따라 변하는 동물들의 모습이나 세상에 느끼는 공격성이 작품에 표현되기도. 또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 그림을 그릴 때 그 환경을 생각하며 감정이입을 가장 중요시 한다. 그림은 강렬한 색감으로 치장했지만 화려함 속에 숨겨진 슬픈 느낌이 배어나오는 듯 했다. 무엇보다 작가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업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작업을 많이 보이기는 쉽지 않지만 작품을 통해 에너지를 느끼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레지던시도 도전하고 싶다는 그녀는 더 큰 무대에서 다른 성향의 작가들과 작업하며 자신의 작업이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며 웃어보였다. “다양한 경험…많이 보고 느껴야 작업 시야 넓어지죠” 작가 박미경, 내면 풍경으로 비현실적 사회 현상 표현 “그동안 혼자 작업을 해왔는데 이곳에 오니 서로 소통을 많이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서울 시내에 있으며 많이 보게 되고 시야도 넓어지게 됐죠. 이태원은 문화적 경험을 하기 좋은 곳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아요.” 박미경 작가는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함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문화적 행사도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에 만족해했다.

그녀가 그리는 그림은 현실에는 없는 비현실적 풍경이다. 풍경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며 어둠에 관한 집착과 기억이 존재하는 곳이다. 모호하고 알 수 없는 사회현상들에 대한 형상들로 계속 이어지며 만들어지는 풍경이다, 계속 뻗어나가고 엮어가는 작업이기에 그림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알 수 없다. “사실 내면의 풍경이에요. 모두가 다 안고 있는 것인데 나만의 표현 방식과 분위기 그리고 감정으로 하는 거죠. 사회적 현상들을 다룬 내면의 풍경이에요. 현대인들도 감성이 있는데 보이지 않을 뿐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밝은 것만 집착하고 드러내려 하는데 어두운 것(사회 현상)에도 관심을 갖고 외면하지 말았으며 해요.” 어두운 색감으로 그려진 그림에 대해 그녀는 색이 밝으면 형상이 죽고 색만 드러나게 된다며 감성이 많이 들어간 내면 현상을 표현하는데 내면을 풍경으로 끌어들인 것이라 말했다. 앞으로 자연의 풍경을 도심에 대한 이미지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그녀는 내용은 그대로 이어가지만 보이고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를 주고자한다. “이제는 일상이 된 공간…이태원의 매력 느껴져” 작가 장고운, 자신 눈에 비춰진 일상의 모든 것 표현 “독일에서 3년을 보내고 오자마자 2개월 뒤 바로 이 공간에 오게 됐어요. 처음 왔을 때부터 너무 좋았죠. 점점 작업하는 공간으로 변하면서 밝아진 거 같아요. 이태원에 대한 많은 메리트를 느꼈어요.” 자신의 눈을 통해서 보여지는 모든 것들, 일상이 작업의 대상이 되고 이를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 또는 다른 표현으로 그리는 장고운 작가는 공간과 함께 이태원이라는 지역과 문화 환경에 대해 다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리는 그녀는 그동안 꾸준히 이 같은 주제를 이어왔다. 그렇다고 그 대상을 리얼하게 표현하는 게 아닌 화면을 만들어간다. 특히 창문을 많이 그리는데 그림이 창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이유다. 재료는 유화와 아크릴을 모두 쓰지만 주로 유화를 더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감성이 더 입혀지도록 그리는 그녀는 “이렇게 보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 살아볼만한 세상 아닌가.”라는 희망적인 의미의 위로가 되는 메시지를 던지며 예쁘게 보고 힘을 얻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의미가 있고 소재가 된다는 그녀는 앞으로 드러내고 싶은게 많다며 편견없이 더 열고 가두지 않는 더 넓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필요할 때 정말 힘이 된 공간이었어요” 작가 황지윤, 서양화 재료로 동양의 느낌 담은 풍경 “전시를 앞두고 작업실을 구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곳에 들어오게 됐어요. 당시 작업실에 제일 중요했는데 너무 기뻤어요. 이곳에서 다른 작가들과 작업하며 배울게 많았어요.” 입주한지 1년 됐다는 황지윤 작가는 정말 작업실이 절실한 시기에 이곳 작업공간에 들어오게 됐고 하고 싶은 전시를 하게 된 점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작가들과 함께 많은 얘기도 나누며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배울게 많았다고 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그녀의 작업은 풍경화다. 일반적인 풍경이 아닌 자신이 재구성한 몽환적인 풍경으로 이질적인 요소가 들어있다. 특히 서양화의 재료로 그린 작품이지만 동양화의 느낌이 강하다. “여행을 다니던 중 풍경이 다른 입체로 보이기도 했어요. 같은 풍경이라도 이질적인 또는 시각적인 느낌이 다르게 와 닿았죠. 색감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동양화의 공간감을 내고 싶어서죠. 서양화와 동양화를 합치고 싶었고 이를 분리하고 재조합하는 작업이에요.” 기존에 드로잉을 많이 해왔던 그녀는 분위기를 구성하고 싶은 마음에 유화를 쓰기시작하면서 풍경을 그렸다고 한다. 이질적인 풍경이나 몽환적인 풍경을 찾아 가고 있지만 사실 고민도 있다는 그녀는 작업을 함에 있어서는 힘든 게 없으며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고 밝은 웃음을 지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