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게임대상을 받은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이 전설 패션장비를 “정기점검 이후에는 획득할 수 없다”고 공지해 단기간 고액 과금을 유도해놓고, 불과 반년 만에 유저 간 거래가 가능한 경매장 시스템 도입을 발표하면서 소비자 기만 논란이 폭발하고 있다.
한정 판매를 앞세워 과금을 유도한 뒤 스스로 제시한 조건을 뒤집은 조치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으며, 이용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 엄중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설 패션장비 한정 판매 후 경매장 도입...“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한 사안”
지난 11월 17일 진행한 공식 유튜브 방송 ‘캠파 LIVE’는 마비노기 모바일이 2025년 게임대상을 수상한 뒤 처음 마련된 공식 소통 자리였다. 이날 이진훈 디렉터는 12월 4일 ‘웨카 경매장’을 오픈해, 이미 단종된 전설 패션장비를 다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넥슨은 전설 패션장비 ‘코스믹 스타차일드’, ‘엘더우드 소버린’ 판매 당시 “정기점검 전까지만 획득할 수 있다”, “종료 일정 이후에는 획득할 수 없다”, “안내드린 정기점검 종료 이후부터는 해당 패션 장비를 획득할 수 없다”는 확정적 표현을 반복 사용했다.
유저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구매 기회’를 고지한 셈이며, 이는 단순한 이벤트 종료 알림이 아니라 해당 날짜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도’ 획득 불가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지금 아니면 다시는 못 얻는다”는 판단 아래 고액 결제를 감행했다. 그만큼 ‘추후 획득 불가’ 안내는 과금 여부를 결정하게 만든 핵심 정보였다.
문제는 전설 패션장비를 얻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패션장비는 일반–고급–희귀–에픽–전설 등급으로 나뉘며, 지금까지 전설 등급을 획득하는 유일한 방식은 한정된 기간 동안 에픽 패션장비 두 개를 합성하는 것뿐이었다.
이론상으로는 무료 티켓으로 하위 장비를 뽑아 합성해 에픽까지 올릴 수도 있지만, 낮은 확률 탓에 이 방법만으로는 긴 시간과 운이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에픽 패션장비를 얻는 주요 경로는 유료 캐시샵의 패션장비 럭키박스로, 1회 개봉 비용은 2000원이다.
그러나 에픽 패션장비(모자·상의·장갑·신발) 획득 확률은 각각 0.5%, 네 부위를 모두 합해도 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럭키박스 100회 개봉 시 에픽 등급을 확정 지급하는 ‘천장’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사실상 에픽 한 개를 얻는 데 약 20만 원이 든다.
어렵게 모은 에픽 패션장비 두 개를 합성해도 전설 등급이 나올 확률은 20% 수준이다. 80% 확률로 에픽 등급이 나오기 때문에, 전설에 재도전하려면 에픽 패션장비 1개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전설 패션장비 첫 도전에만 최소 40만 원이 필요하고, 이후 재도전할 때마다 에픽 패션장비 확보 비용 약 20만 원이 계속 추가된다. 더욱이 전설 등급에는 ‘천장’ 시스템이 없어 아무리 많은 비용을 투입해도 반드시 획득한다는 보장이 없다.
운이 좋아 한 번에 성공하면 40만 원 선에서 전설 패션장비를 획득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수백만 원을 쓰고도 얻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전설 등급을 노리는 순간 과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전설 패션장비는 모자·상의·장갑·신발 중 한 부위만 착용해도 ▲방어력 증가 ▲내구도 소비 40% 감소 ▲매력 +4000 등 강력한 단품 효과가 적용된다. 세 부위 착용 시 모든 능력치 +90이 오르고, 네 부위를 모두 갖추면 공격력·방어력이 각각 175씩 추가 상승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넥슨이 “이 기간을 놓치면 얻을 수 없다”는 확정적 안내로 강한 시간적 압박을 가하자, 전설 패션장비 세트를 완성하기 위해 최소 수백만원,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을 지출한 이용자들이 속출했다.
그런데 12월 4일 업데이트 예정인 유저 간 거래 시스템 ‘웨카 경매장’은 넥슨이 과거 “정기점검 이후에는 획득할 수 없다”고 못 박아온 전설 패션장비를 다시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는 넥슨이 반복 강조해온 ‘추후 획득 불가’ 안내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게임사가 한정 판매를 내세워 고액 결제를 유도해 놓고, 충분한 보상이나 설명 없이 그 전제 조건을 뒤집은 셈이어서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 역시 이번 조치를 이용자와의 계약을 무시한 행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이안의 정욱진 변호사는 “이번 ‘웨카 경매장’ 도입은 회사가 공지했던 기간 이후에, ‘에픽장비의 확률적 합성’이 아닌 현금성 재화(웨카)를 사용한 일시불 구매 방식으로 전설 패션장비를 다시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 변호사는 전설 패션장비 획득 과정 자체가 회사와 이용자 간의 거래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그 과정에서 게임사가 반복적으로 안내한 ‘기간 한정 획득, 추후 획득 불가’ 공지 역시 계약 조건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전제로 보면, 단종된 전설 패션장비를 다시 획득할 수 있게 만든 ‘웨카 경매장’ 도입은 당초 고지된 계약 내용을 명백히 뒤집는 조치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정욱진 변호사는 “이번 ‘웨카 경매장’은 1차·2차 전설 패션장비 획득과 관련해 회사와 이용자 사이에 이미 형성된 계약 내용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회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비노기 모바일 이용자들도 ‘추후 획득 불가’ 공지를 뒤집은 넥슨의 조치가 핵심 정보를 왜곡해 고액 결제를 유도한 소비자 기만 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민원 제기자들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운영 변경이 아니라, 결제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 정보를 사후적으로 번복한 기만 행위”라 주장하며, 관계기관에 엄중한 조사를 요청했다. 해당 민원에는 ▲직권조사 및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소비자 피해 구제 권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획득 불가’ 안내 번복은 소비자 기만 논란을 넘어 게임사 신뢰도 자체를 흔드는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넥슨은 스스로 뒤집은 공지사항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나 경위 설명, 피해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절대 획득 불가한 것처럼 설명하더니 갑자기 말을 바꿨다”, “공지 하나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발표도 믿을 수 없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공식 안내조차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넥슨 서비스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욱진 변호사는 “넥슨이 ‘웨카 경매장’ 출시를 강행한다면, 출시 또는 운영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본지는 넥슨 측에 ▲‘획득 불가’로 안내했던 아이템을 다시 획득 가능하게 만든 사유 ▲전설 패션장비 과금 유저들에 대한 보상 ▲공지 번복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안내나 사과 절차가 없었던 이유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넥슨 측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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