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2025.11.06 11:19:01
8년의 개발기간과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넥슨의 대형 프로젝트 게임 ‘마비노기 모바일’이 출시 7개월 만에 콘텐츠 고갈, 기획 부실, 유저 기만형 운영 논란에 휩싸였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한 달 만에 주요 전투 콘텐츠(레이드·어비스 등)가 모두 소모된 뒤, 6개월 넘게 신규 콘텐츠 없이 난이도 확장만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넥슨은 책임 있는 해명 대신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운영으로 일관하고 있다.
“피로감에 송구하다”…석 달 뒤 ‘20단계 지옥 난이도’ 확장 선언
6일 문화경제 취재 결과,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직후 선보인 핵심 전투 콘텐츠를 6개월 넘게 신규 콘텐츠 추가 없이 난이도만 바꿔 유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27일 출시된 MMORPG 마비노기 모바일의 전투 콘텐츠는 던전 클리어형 ‘어비스’와 보스 공략형 ‘레이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두 콘텐츠 모두 6개월 넘게 사실상 동일한 보스를 난이도만 끌어올려 재소비시키는 구조가 고착됐다.
먼저 어비스 콘텐츠는 지난 4월 3일 ‘가라앉은 유적’, ‘무너진 제단’, ‘파멸의 전당’으로 구성된 ‘마스 어비스’가 입문·어려움·매우 어려움 난이도로 최초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새로운 어비스 콘텐츠가 추가되기까지 무려 6개월 간의 공백이 발생했고, 그 사이 개발진이 내놓은 것은 기존 던전을 ‘지옥1’부터 ‘지옥7’까지 단계별로 늘린 난이도 상향 뿐이었다.
던전 보스의 전투 패턴이 일부 추가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콘텐츠를 강화한 ‘재탕 업데이트’에 불과했다. 결국 유저들은 아무리 성장해도 새로운 도전이 없는 채, 기존 전투를 더 어렵게 반복하는 지루하고 폐쇄적인 구조 속에 머물러야 했다.
반발이 커지자 넥슨은 7월 31일 개발자 노트를 통해 “반복되는 난이도 상승으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셨을 모험가 여러분들께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회사 스스로 콘텐츠 재탕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셈이다.
그 이후 ‘마스 어비스(입문~지옥7 난이도)’ 종료와 동시에 ‘바리 어비스’가 새롭게 시작됐지만, ‘콘텐츠 우려먹기’의 악순환은 오히려 더 심화됐다.
넥슨은 10월 개발자 노트를 통해 “이번 바리 어비스의 지옥 난이도는 11월경 10단계까지 한 번에 도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추후 최대 20단계까지 확장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난이도 상승으로 인한 피로감”을 사과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오히려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기획을 내놓은 셈이다. 유저들에게 송구하다던 입장은 뒤집혔고, 이에 대한 설명이나 반성은 단 한 줄도 없었다.
결국 넥슨은 또다시 난이도 숫자만 바꿔 붙인 반복 과제를 ‘랭킹형 명예 콘텐츠’로 포장하며, 기존 던전을 끊임없이 재활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넥슨 개발팀의 무능을 감추기 위한 ‘시간 끌기식 난이도 장사’라는 냉소적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또 다른 전투 콘텐츠인 보스 레이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4월 24일 입문 난이도로 처음 등장한 보스 ‘글라스 기브넨’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어려움’과 ‘매우 어려움’ 난이도만 추가된 채 그대로 머물러 있다.
지난 6월 새로운 보스 ‘화이트 서큐버스(어려움 난이도)’가 출시됐지만, 최초 공개된 단일 난이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후속 업데이트도 이뤄지지 않았다.
신규 레이드 보스 ‘타바르타스’는 11월 13일에야 공개될 예정으로, 약 7개월 동안 ‘글라스 기브넨’ 한 마리가 마비노기 모바일의 최종 레이드 보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즉, 마비노기 모바일에는 지난 6개월 동안 새로운 보스도, 새로운 던전도 없었다. 그저 난이도 계단만 늘어났고, 그 사이 유저들의 시간만 소모됐다. 넥슨은 사과했지만, 불과 석 달 뒤 같은 실수를 “앞으로도 계속 반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새로운 전투 콘텐츠를 만들지 못해 난이도 눈금만 세분화하는 방식은 MMORPG의 기본 설계인 ‘성장에 비례한 새로운 도전 제공’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부진이 아니라, 개발 의지와 역량의 부재를 스스로 입증한 행위로 해석된다.
출시 7개월 만에 콘텐츠 고갈 논란에도 ‘2025 게임대상’ 후보 등극
이에 본지는 넥슨 측에 “8년간 준비한 전투 콘텐츠가 ‘마스 어비스’와 ‘글라스 기브넨’ 두 개가 전부였는지, 아니면 6개월 이상 신규 레이드 없이 난이도 세분화만 반복되는 상황을 정상적인 업데이트 주기로 판단한 것인지”를 질의했다.
그러나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은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규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며 기존 이용자와 협력하는 재미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생태계를 가다듬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핵심 질의에는 전혀 답하지 않은 채, 원론적 설명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8년간 준비된 전투 콘텐츠가 고작 두 개에 불과하며, 그 결과 6개월 넘게 신규 레이드 없이 난이도 세분화만 반복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이진훈 디렉터는 최근 인터뷰에서 “수직 성장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양적 확장도 계획 중”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달밤의 늑대인간과 같은 보드게임형 콘텐츠 2종을 추가할 계획이며, 다그다와 같은 어드벤처 던전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핵심 시스템보다 비본질적인 외형 확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콘텐츠 부족을 인지하고도 본질적 개선 대신 부가형 체험 콘텐츠(보드게임)에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 같은 방향성에 대해 “우선순위가 완전히 뒤집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저들은 "아무도 관심 없는 보드게임이 아니라, 신규 레이드와 어비스 출시, 직업 밸런스 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피드백을 전달할 공식 창구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서비스 7개월 동안 유저 간담회를 단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 과거 두 차례 진행된 온라인 방송에서도 준비된 정보만 일방적으로 전달했을 뿐, 유저와의 실질적인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본지가 유저 간담회 개최 계획을 질의하자, 넥슨은 “지난 8월 첫 라이브 방송과 9월 온라인 쇼케이스를 비롯해 ‘에린노트’ 등을 통해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가며, 게임 환경을 고려한 클래스 밸런스 개선 또한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답변 역시 본질을 비켜간 원론적 설명에 그쳤다. 간담회 계획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으며, 유저들은 “소통 부재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이미 검증된 MMORPG ‘마비노기’ IP를 기반으로, 8년의 개발기간과 약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유저들은 “장기 개발의 결과물”로서 높은 완성도와 풍부한 콘텐츠를 기대했다.
그러나 출시 한 달 만에 핵심 콘텐츠가 고갈되고, 이후 반년을 난이도 조정으로 연명한 현실은 그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특히 주요 콘텐츠 공백을 단순 난이도 확장으로 메우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출시 후 급조되는 업데이트”라는 평가가 굳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마비노기 모바일이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 후보로 거론되자, 유저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게임이 게임대상이라면 한국 게임 산업은 이미 끝난 것”이라는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마비노기 모바일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얘네가 대상 받으면 앞으로 유저 의견은 더 개무시할 거다”, “유저인 우리가 이 게임을 인정하지 않는데 누가 상을 주냐”, “이런 게임이 대상이면 한국 게임산업은 그냥 수준 미달”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8년의 개발과 1000억원의 투자를 들였다는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7개월 만에 콘텐츠 고갈, 로드맵 미이행, 불투명한 운영, 소통 부재로 ‘실시간 무대책 운영 게임’으로 전락했다.
“유저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던 마비노기 모바일은 이제 “피로감을 느끼게 해 송구하다는 말만 남은 게임”, 그리고 “게임대상 후보 자격조차 없는 게임”으로 회자되고 있다.
한편, 넥슨 측은 “성장의 즐거움을 보다 유연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시즌제를 도입해 기존 성장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매 시즌 새로움과 동기부여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용자분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의견을 반영해 더욱 만족스러운 플레이 경험을 제공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