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보다 싼 한우’를 내세운 한우 정육식당 브랜드 한우88도매장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소 한 마리 세트’ 단위 공급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재고 부담과 손실 위험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우88도매장은 세트 단위 대량 계약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원가 절감의 이익은 본사가 가져가고, 부위별 수요 불균형으로 인한 재고 손실은 가맹점이 감당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우88도매장 가맹점이 이익을 내는 경우는 ‘이론상 단 하나’
한우 정육식당 브랜드 한우88도매장은 1등급 한우 차돌박이를 100g당 8800원, 꽃등심을 9800원에 판매하는 ‘가성비 한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일반적인 삼겹살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삼겹살 가격과 비교해도 낮거나 유사한 수준이다.
소비자 판매가가 낮은 가격으로 고정돼 있는 만큼, 가맹점 입장에서는 기본 납품 단가와 재고 회전이 곧 수익성을 좌우한다. 특히 신선식품 프랜차이즈에서는 재고 관리 실패가 곧바로 손실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우88도매장의 공급 구조에서는 가맹점이 재고 관리를 시도조차 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소 한 마리 세트’라 명명된 세트 단위 공급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는 가맹점주가 특정 부위만 선택해 발주하는 것이 제한된다. 일부 단품 부위만 필요한 상황에서도, 가맹점은 ‘한 마리 세트’ 단위로 공급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가맹본부인 육미제당 측은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부위별 단품 중심이 아닌, 마리 단위 수급 구조를 핵심 운영 기조로 삼아 왔다”며, “일부 가맹점 요청에 따라 부위별 추가 발주를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이는 보조적 선택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마리 단위’라는 표현과 달리, 이른바 ‘한 마리 세트’는 소 한 마리 전체를 구성하는 상품이 아니다. 소 한 마리를 통째로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거리·우설·소꼬리 등 특수 부위를 제외한 구이용 부위만을 묶은 선별 세트에 가깝다.
이 세트는 개별 도축 시 생산되는 구이용 부위들을 그대로 묶어 공급하는 방식으로, 개체에 따라 부위별 중량과 비율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최종 공급가 역시 매번 변동된다. 가맹점은 본사가 정한 구성과 중량을 그대로 인수해야 하며, 이러한 변동을 사전에 조정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이로 인해 특정 부위가 먼저 소진되더라도 다시 ‘세트 전체’를 주문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이미 재고로 쌓여 있던 부위가 반복적으로 유입된다. 결과적으로 개별 점포 차원에서 부위별 재고 균형을 맞추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한 마리 세트 공급’ 체제에서 가맹점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단 하나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세트에 포함된 각 부위별 중량 비율과 해당 매장의 고객 수요가 항상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다. 그러나 부위별 생산 비율과 소비 패턴이 상시 일치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극히 낮다.
문제는 이 재고가 신선식품이라는 점이다. 부위별 공급 불균형은 영업을 지속할수록 누적되고, 신선도가 떨어진 제품은 결국 폐기로 이어져 가맹점주의 손실로 직결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고 부담과 손실은 가맹점주가 떠안는다.
실제 2024년 5월 개업했다가 5개월 만에 폐업한 한우88도매장 안산고잔점 점주는 “매장 상황에 맞춰 필요한 만큼을 발주하는 구조가 아니라, 수백만 원어치 물량이 박스 단위로 들어오는 방식이었다”며 “비선호 부위는 팔리는 속도보다 재고가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고 말했다.
이어 “선호 부위가 떨어져 다시 주문하면 또 같은 세트가 들어왔고, 그때마다 이미 남아 있던 재고가 더 늘어났다”며 “매출과 상관 없이 점주에게 남는 건 없었고, 버틸수록 손실만 누적됐다. 운영을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 구조상 폐업이 예정돼 있는 장사였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한우88도매장의 ‘한 마리 세트 공급’ 구조는 영업을 지속할수록 재고 손실 부담이 누적돼, 결과적으로 손해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육미제당은 “해당 내용은 계약 체결 이전 가맹 상담 단계에서 충분히 설명되었으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계약이 체결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본사는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산고잔점 점주를 포함해 본지가 접촉한 다수의 가맹점주들 가운데, ‘소 한 마리 세트’ 공급이 사실상 강제된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받았다고 답한 점주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또한 한우88도매장 가맹계약서 어디에도 세트 단위 공급을 의무화하거나, 부위별 발주를 제한한다는 취지의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잉 재고는 가맹점 몫, 원가 절감은 가맹본부 몫
육미제당 측은 “마리 단위 대량 계약을 통해 원가를 방어하고, 특정 부위 쏠림으로 인한 가격 붕괴 및 공급 중단을 예방하는 공급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부위별 선택 공급 방식만으로는 가격 안정성 확보가 어렵고, 장기적인 가맹점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세트 단위 매입은 부위별 매입보다 공급 단가가 낮아지는 구조로, 그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는 매입 주체인 가맹본부에 우선적으로 귀속된다. 문제는 이 원가 절감이 가맹점 수익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느냐다.
현재 한우88도매장은 한우 시세가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하더라도, 사전에 설정된 ‘2단계 공급가 체계’ 안에서만 납품 단가가 적용되도록 설계돼 있다. 즉, 가맹본부의 매입 원가가 낮아지더라도, 그 절감분이 가맹점 납품 단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세트 단위 대량 매입을 통해 발생하는 원가 절감 효과는 가맹점이 아닌 가맹본부에만 집중된다. 원가가 낮아져도 납품가는 크게 변동되지 않는 구조에서, 본사가 강조하는 ‘가격 안정성’은 가맹점의 손익 안정이라기보다 가맹본부의 마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또한 가맹본부는 세트 공급을 통한 원가 절감이 어떤 리스크를 전제로 성립하는지, 그리고 그 리스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세트 단위 공급은 부위별 수요 불균형에 따른 재고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방식이지만, 그로 인해 누적되는 재고와 폐기 부담은 본부가 아닌 개별 가맹점이 전적으로 떠안도록 설계돼 있다.
가맹본부가 세트 단위로 매입해 각 가맹점에 공급하는 구조라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고 관리와 폐기 손실 역시 본부가 책임지는 것이 일반적인 가맹사업 운영 방식이다. 선택권과 규모를 가진 주체가 이익뿐 아니라 위험까지 함께 부담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우88도매장의 ‘한 마리 세트’ 공급 구조에서는 이러한 전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가맹본부는 ‘마리 단위 대량 계약’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이후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위별 재고 문제와 손실에 대해서는 일절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원가 절감의 이익은 가맹본부에 고정되는 반면, 부위별 수요 불균형과 과잉 재고로 인한 손실은 가맹점으로 이전된다. 이는 단순한 운영 방식의 차이라기보다, 이익은 본부에 귀속시키고 위험은 가맹점에 전가하도록 설계된 구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한 마리 세트’ 공급은 유통 구조상 불가피한 선택이라기보다, 가맹본부가 재고 관리와 수요 조정이라는 핵심 책임을 수행하지 않은 채 원가 절감 효과만 취하도록 설계한 일방적인 공급 방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육미제당 측은 “‘삼겹살보다 싼 한우’는 구매 구조·수급 방식·유통 전략에 의해 형성된 가격 경쟁력을 의미한다”며 “한우를 부위별로 분절 매입하지 않고, 도축 기준 ‘마리 단위(세트)’ 계약을 통해 대량 수급하고 유통 단계와 마진 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구현된다”고 설명했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