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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과 한판 승부> 일곱 번째 이야기

누가 왜 이 세상을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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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60호 편집팀⁄ 2010.03.08 11:21:13

글·김윤식 여전히 백중 보름달은 아미산 정상 석양의 낭떠러지를 처연하게 비추고 있다.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황홀한 하늘빛에 다들 몽환의 기분으로 젖어드는 듯 보였다. 예년의 백중날 달밤이라면 이미 늦가을의 싸늘함에 움츠러 들어야 했으리라. 한데 지구 온난화가 아미산 정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따뜻하고 온화한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열 예닐곱 명의 일행 중 누구 한 사람도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고, 하염없이 달빛을 바라보며 깊은 회한과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그때 천도재(薦度齋)를 막 마친 담운 선사가 부드러우면서도 근엄한 표정으로, 긴장의 끈이 풀어져 잠시 넋을 잃고 있는 일행들 앞으로 다가섰다. 일행은 마치 사전에 교육이라도 받은 것처럼,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각자 자리를 잡아 정좌하고는 일제히 담운 선사를 주목했다. 색이 많이 바랜 목탁에 반사된 달빛이 일행의 눈빛으로 스며드는 가운데, 담운 선사의 설법이 펼쳐졌다. 설법의 내용은 석가(釋迦)가 염화시중(拈華示衆)을 통해 가섭(迦葉)에게 내려주었다는 ‘정법안장(正法眼藏: 사람이 본래 갖추고 있는 묘한 덕), 열반묘심(涅槃妙心: 번뇌와 미망에서 벗어나 진리를 깨닫는 마음), 실상무상(實相無相: 생멸계를 떠난 불변의 진리), 미묘법문(微妙法門: 진리를 깨닫는 마음)’ 등의 ‘인간의 도리와 삶의 진리’에 대한 것이었다. 뭇 인간들의 폐부를 찌르는 가르침으로 숙연해질 만큼 크나큰 감동을 안겨준 담운 선사의 설법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어 질문이 있음을 표하고 나섰다. 그때 눌촌 거사가 급히 가로막고 나서더니,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타일렀다. 아마도 담운 선사가 직접 중생들과 세속적 담론을 나누는 것을 지양해야 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듯했다. 6척 장신에다 은빛 머리칼을 어깨까지 늘어뜨린 눌촌 거사가 긴 나무 지팡이를 짚고 일행 앞에 서자, 달빛과 어울린 그 모습이 흡사 산신령이나 도인처럼 보였다. 이윽고 눌촌 거사가 질문을 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밀물처럼 쏟아졌다. “거사님! 우주와 지구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이 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건가요? ” “인간은 과연 누가 만들었나요? 진화론 주장처럼 우연히 생긴 겁니까, 아니면 신이 창조한 것입니까?” “눌촌 거사님! 인간의 정체란 무엇입니까? 도대체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요?” “인간은 정말 만물의 영장이고, 이 지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지요?” “거사님! 과연 나는 누구이고, 어찌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고, 한세상 산다는 게 과연 뭘 의미하는 것인지요?” “인간에게 영혼이라는 게 정말 있습니까? 그리고 사람이 죽은 다음에도 영원불멸의 내세가 있는지요?” “거사님! 이 세상의 끝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젠가는 멸망하게 되는 건지, 아니면 영원히 계속되는지요?” 누가 나서서 조정한 것도 아니건만, 용케도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차례로 나서 다양한 궁금증을 펼치고 있다. 각기 나름의 기구한 사연이 있어 스스로 목숨을 던지려고 석양의 낭떠러지를 찾아온 이들이기에, 이 세상에 대한 원(怨)도 한(恨)도 많을 것이다. 그런 만큼 자살할 결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겠는가. 때문에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철학적이고 원초적이고 다소 학구적인 질문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그대들의 궁금증 잘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참으로 까다로운 질문이 아닐 수 없구려. 과연 이 자리에서 그 해답이 나올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먼저 생명체의 유일한 터전인 지구를 보듬고 있는 이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우리 한 번 같이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자, 이 자리에서 누구라도 좋으니, 혹 우주의 탄생과 관련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얘기해볼 사람 없소?” 눌촌 거사가 우주 탄생의 비밀에 대한 답을 주기 전에, 일행에게 먼저 숙제를 던졌다. 눌촌의 제안이 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양백승(楊伯承)이라는 사람이 일어나 자신의 의견을 펴기 시작했다. 그는 청화대학교에서 이론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과학기술 분야 중앙 부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이다. “저는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했고, 그 후 지금까지 천체 우주와 관련된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해왔습니다. 때문에 우주 탄생 비밀과 관련해서는, 우리 인류가 최근까지 성취한 주류학계의 정통적인 과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세계 과학계에서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바로 ‘빅뱅(Big Bang: 대폭발) 이론’에 의한 우주탄생설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우주탄생설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빅뱅 이론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처음 우주가 생기기 전에는 아무 것도 없는 단지 ‘무(無)’의 상태였습니다. 이 무는 물질이나 온도는 물론이고 공간과 시간의 개념도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한 무의 상태에서 모든 질량과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던 원시원자라고도 불리는 한 점이 갑자기 ‘펑’하고 폭발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얘기하는 공간과 시간은 바로 빅뱅의 순간에 처음으로 창조되었고, 그때 비로소 어떤 물질로 구성된 우주가 최초로 탄생된 것입니다. 그때가 바로 지금으로부터 약 137억 년 전입니다. 빅뱅 때 가장 먼저 튀어나온 건 아주 작은 진공이었습니다. 이 진공이 극적으로 팽창하면서, 1초 사이에 수조 도(度) 정도의 엄청나게 뜨겁던 우주가 수십억 도로 급격히 식어갔습니다. 그 사이 우주에는 주로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가 빛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한편, 수소원자의 원자핵이기도 한 양성자는 다음 몇 분 동안에 다른 양성자와 상호 작용하여 헬륨 같은 가벼운 원자의 원자핵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해서 우주에 존재하는 수소와 헬륨의 비율은 첫 몇 분 동안에 결정되었고, 그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관찰하는 내용과 똑같지요. 이후에도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을 계속했고, 그에 따라 점차 식어갔지요. 이제 우주는 간단한 원자핵과 큰 에너지를 갖고 있는 전자 그리고 엄청난 양의 빛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이에 따라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을 산란시키고 있었지요. 그렇게 대략 30만 년이 지나자, 전자의 속도가 느려져 원자핵에 잡히는, 즉 양성자와 전자가 만나 원자를 형성하게 될 만큼 우주의 온도가 내려갔습니다. 그러자 더 이상 빛의 산란이 없어지면서 우주가 투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빛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우주를 항해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때서야 비로소 빛이 초속 30만 킬로미터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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