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사입니다” ‘메르스 의사’ 치료중인 서울대병원 내부 카톡 화제
“잘 먹고 잘 자고 마음편히 지내면 바이러스 이길 수 있어” 메시지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의사'가 서울대병원에 입원-격리된 지난 3일 서울대병원 의료진들이 나눈 카톡 메시지 중 하나.
지난 3일 서울대학병원의 의료진 사이에 퍼져나간 한 바이러스 전문의의 카톡 메시지가 화제다. 이날은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서울 모 대형병원의 38세 외과의사가 서울대학병원의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이송(6월 2일)된 하루 뒤로, 서울대학병원 의료진 사이에서도 공포심이 확산되던 때였다.
이 의사는 ‘저는 의사입니다’라는 제목의 메시지에서 “미생물학을 배우는 동안은 바이러스가 너무 무서워서 살 수가 없는데 면역학을 배우면 인간의 면역체계는 진짜 훌륭해서 흙을 먹고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중략) 메르스가 아무리 무섭다 한들 개개인이 위생에 주의하고 잘 먹고 잘 쉬고 해서 면역력을 높이면 걱정할 게 없어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해 너무 과민반응 할 필요 없으며, 각자는 개인위생에 신경쓰면 얼마든지 이번 사태를 극복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이 카톡 메시지를 받고 동료들에게 전달한 한 서울대학병원 관계자는 “초등학교 때 배운 것을 실천할 때”라고 말했다.
'메르스 의사'의 동선을 둘러싸고 보건당국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논쟁을 벌이고, 이 의사는 5일 연합뉴스TV와 기침을 콜록거리며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전화 인터뷰를 한 가운데, 메르스와 면역력에 대한 전문 의사의 솔직한 견해에 관심을 가질만 하다.
다음은 이 카톡 메시지의 전문이다.
“저는 의사입니다.
외래에서 환자를 직접 보는 의사는 아니지만 바이러스 질환과 그에 관련된 것들을 공부하고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으로서 제 생각을 조심스레 남겨볼까 합니다.
의대에서는 미생물학을 배우는데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진균 등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미생물학 교수님이 과거에는 감염병이 가장 무서운 질환이었고 지금은 정복된 듯 보이나 미래에는 감염병이 가장 무서운 질환이 될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참 와 닿는 요즘입니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세포 안에서 살고 자가 증식을 하며 숙주를 공격하는데 얘들이 참 똑똑한 게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변이를 합니다.
그 결과물들이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매년 유행하는 다양한 타입의 독감 이런 것들이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이 인간에게는 면역력이라는 게 있지요. 스스로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이겨내요. 바이러스는 변이를 하지만 인간들은 계속해서 항체를 만들지요.^^
미생물학을 배우는 동안은 바이러스가 너무 무서워서 살 수가 없는데 면역학을 배우면 인간의 면역체계는 진짜 훌륭해서 흙을 먹고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ㅎㅎ
에볼라가 아무리 무섭다 한들 메르스가 아무리 무섭다 한들 개개인이 위생에 주의하고 잘 먹고 잘 쉬고 해서 면역력을 높이면 걱정할 게 없어요.
이번 사망자도 사실은 기저질환이 심각한 분들이었어요.
천식 환자 그리고 신장이 하나밖에 없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 게다가 그 분들은 메르스 감염으로 입원한 게 아니라 기저 질환이 악화되어 이미 입원해 있던 상태에서 감염이 되었던 거죠.
다른 감염자들은 그냥 여느 독감처럼 지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발표를 안 해서 그렇지 겨울마다 유행하는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상상 이상이에요. 다들 심각한 기저 질환이 있는 분들이지요.
건강한 사람들 대다수는 본인의 면역력으로 바이러스는 이겨낼 수 있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언론에서 만드는 이 분위기에 너무 공포스러워 하지 말고 건강하게 삶을 살아 나가시길 바란다는 거에요.
공포 그 자체도 면역력을 약하게 하지 않을까요.
잘 먹고 잘 자고 즐겁게 웃으면서 재미있게 마음 편히 지내는 게 바이러스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위생에 주의하고 조심하는 건 메르스가 유행을 하건 말건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요.
세상에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있고 그 바이러스들은 끊임없이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변이를 하고 숙주를 위협할 테니까요^^.”
▲6월 3일 연합뉴스TV가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의사'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최영태 dallascho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