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건강 칼럼] 음주·구토 뒤 꼭 칫솔질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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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준형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술을 마시고 흥겨운 기분으로 다른 이들과 시간을 보낸다면 평소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적당한 선을 지킬 때 얘기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다음날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
또 잦은 모임과 과도한 음주는 수면 장애와 피로뿐 아니라 위장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적당량을 넘는 음주량을 습관화하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연말 잦은 술자리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 알아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9~2013 건강보험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식도 역류병으로 인한 진료비 청구는 12월에 가장 많았고, 11월이 뒤를 이었다. 이는 회식이나 송년회가 연말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가슴 타는 듯한 ‘역류성 식도염’
역류성 식도염은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데, 주로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과 쓰라림을 동반해 소화 장애를 일으킨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절반 이상은 위 내시경 검사에서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위 내시경 검사가 정상이라고 해서 역류성 식도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증상에 따라 생활 습관 개선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연말연시 음주와 기름진 음식은 식도 괄약근의 압력을 낮춰 위식도 역류를 일으킬 수 있다. 음주 시 늦은 시간까지 음식을 먹게 돼 위 내용물과 분비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옷을 많이 입기 때문에 복압이 증가해 위식도 역류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 쓰림이나 답답함, 신트림, 목에 이물질이 걸린 듯한 느낌, 목 쓰림과 목소리 변화, 가슴 통증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역류성 식도염이 생겼다면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양성자 펌프 억제제를 사용해 진단과 치료를 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의사와 상담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 투여와 함께 음주, 흡연 등에 주의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을 준다.
연말연시 술자리가 잦다면 치아 건강에도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안주류의 경우 뜨거운 국물을 먹다가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냉온 온도 차이로 의해 치아에 미세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치아의 시린 증상이 발생하다가 심하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음주는 치아의 적
또한 술과 함께 먹는 안주에는 대부분 염분이 다량 함유돼 있는 경우가 많아 치주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오징어와 육포 등 딱딱한 음식은 턱관절과 치아에 부담을 준다. 술자리에서 자주 마시는 탄산음료는 치아의 상아질을 감싼 사기질을 녹여 치아를 부식시키기 쉽다.
특히 과음 후 이를 닦지 않고 잠드는 경우도 많아 충치와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음주 후 잠을 잘 때는 입으로 숨을 쉬는 경우가 많아 입 속이 건조해지고 이로 인해 치주염이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과음 후 속을 편안히 한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구토하는 경우가 있는데 구토는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치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구토 중 넘어온 위산이 입속에 남아 치아를 부식시키고 산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송년회나 회식 등 잦은 술자리에 건강관리를 특히 유의해야 한다. 사진 = 인제대학교 백병원
쉽게 잇몸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구토를 하지 않고 속을 가라앉히는 것이 종고, 만약 구토를 했다면 위산이 치아를 깎아내리지 않도록 반드시 칫솔질을 해야 한다.
지속적인 음주는 간에 나쁜 영향을 준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1회 음주량은 알코올 20g 이내다. 소주 2~3잔, 맥주는 3잔, 와인은 2잔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여성은 알코올에 더욱 민감해 남성보다 짧은 기간과 소량의 음주로도 간이 손상될 수 있다.
보통 1회 평균 음주량이 소주 7잔(여성의 경우 4잔) 이상이라고 할 때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면 고위험 음주로 볼 수 있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3잔만 마셔도 하루 한도를 넘길 수 있으므로 음주량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음주 뒤 일부러 구토하는 사람도 있지만
역류성 식도염 원인 되므로 주의해야
또한 습관성 음주는 지방간과 간염, 간경변증 등 알코올성 간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음주량과 알코올 간질환의 발생이 완전히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1인당 음주량과 간경변증 유병률은 연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친 음주로 인해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생길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된 것을 말한다. 증상이 거의 없고 간혹 상복부 불편함이나 피로감을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병원을 방문해 간 기능 검사나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돼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혈액 검사에서 간 기능은 정상이거나 약간의 이상만을 보이며, 초음파 검사에서는 간이 지방 침착으로 인해 정상보다 하얗게 보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지방간은 술을 끊고 충분히 휴식과 영양을 취하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음주를 계속하면 20~30%는 알코올성 간염 환자가 된다. 알코올성 간염 환자는 과도한 음주로 염증성 손상이 나타나고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황달, 신장 기능 저하 등 단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간 염증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고 간세포가 섬유화되면 약 10% 정도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보통 매일 80g 이상(소주 2병)의 알코올을 10~15년 이상 마시는 경우,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반드시 절주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에 많은 B형 간염, C형 간염 등의 만성 간질환자는 음주로 인해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되기 쉬우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잦은 술자리, 이것만은 지키자!
① 자신의 주량을 지키고 술자리는 일찍 끝낸다.
② 빈속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
③ 휴간일(간을 쉬게 하는 날)을 정하자. 부득이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에는 적어도 48시간은 금주해 신체 기능이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④ 가능하면 천천히 마시고, 폭탄주는 금한다.
⑤ 안주는 영양 밸런스를 생각하고, 적당한 칼로리를 섭취하도록 한다.
⑥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다.
⑧ 흡연하지 않는다.
⑨ 과음 후 사우나는 피한다.
(정리 = 안창현 기자)
이준형 인제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