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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준 건강 칼럼] 비싼 술 마시면 간질환 덜 걸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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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7호 임형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2016.01.28 08: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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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임형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국민 1인당 술 소비량 세계 1위. 우리나라 40대 남자의 사망 원인 1위 간암. 매일 TV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간장약 광고. 이런 우리 현실은 간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게 하지만, 정작 간질환에 대한 이해는 많이 부족하다.

러시아 성인 남자들과 함께 전 세계에서 술 많이 먹는 국민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아직도 간질환 환자들은 자가 치료나 민간요법 등에 의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성인의 간질환 주범은 만성 간염을 일으키는 간염 바이러스와 음주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20~30대 젊은층에서도 간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꽤 많다. 간질환은 일반적으로 40~50대에 많이 나타나지만, 간에 대한 관심과 건강 검진 시 간 수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젊은층들이 병원을 찾는다.

직장인 건강 검진 때 혈액 검사에서 간세포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간세포가 기능을 못하거나 파괴되면서 다량으로 유출되는 효소를 수치(일반적으로 말하는 간수치)를 ALT(GPT), AST(GOT)라 하는데, 간 기능 문제를 발생할 수 있는 40U/L 이상을 기록한 젊은층이 증가하는 추세다.

ALT와 AST는 간세포 안에 들어있는 효소로, 간세포가 파괴되거나 손상을 받으면 유출돼 혈중 농도가 증가한다. 급성이나 만성 간염 시 이들 수치가 올라가는데, 간염의 정도를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정도를 흔히 ‘간수치’ 또는 ‘간염수치’라고 부른다. 정상 범위는 대개 40까지이다. 이 검사는 간염 정도를 아주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않지만 간염의 초기 진단 때 반드시 필요한 자료가 된다.

술 종류 상관없이 양이 문제

알코올성 지방간은 지나친 음주로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돼도 두드러진 증상은 거의 없을 수 있다. 단지 잦은 피로와 상복부 통증이 발생할 수 있을 뿐이라 대부분 초음파 검사나 간 기능 검사에서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지방만 축척되는 지방간과 달리,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이 일어나 간이 심하게 손상을 받은 상태다. 또한 발열, 황달, 복통, 심한 간 기능 장애를 초래하고 결국에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돼 생명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보통 매일 80g(소주 1병 정도) 이상의 알코올을 10~15년 이상 마시는 경우, 간이 딱딱해지고 기능을 잃으면서 큰 위험이 올 수 있다.

적당한 음주는 간경변증이나 간암 발생을 초래하지 않지만, 과도한 음주는 간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해외에서는 말기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50%가 알코올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만성 간질환의 80% 정도가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고, 만성 B형 간질환 환자의 약 40%는 습관성 음주자로 조사됐다.

▲비싸고 좋은 술을 마신다고 간 손상이 적은 것이 아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주류 판매대. 사진 = 연합뉴스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은 마신 알코올의 양과 관계있고, 술의 종류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비싸거나 좋은 술을 마신다고 간 손상이 적게 오는 것은 아니다. 대개 하루 40~80g 이상의 알코올을 매일같이 10년 이상 마실 때 알코올성 간질환이 올 수 있다. 일부에서는 더 적은 양의 알코올로도 간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여자와 만성 C형 간염 환자는 알코올성 간질환에 취약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정기 검진이 중요

하지만 꼭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만 지방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술을 전혀 못하거나 소량을 마시는 경우에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과 비슷하게 간세포에 지방이 쌓여 지방간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하는데, 일반인의 경우 10~24%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비만이거나 당뇨병,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이 발병하며 여성 호르몬제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제를 오래 복용해도 지방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이 심한 사람은 배에 복수가 차거나 비장이 커져 있고, 가슴이나 목에 ‘거미상 혈관종’이라고 해서 조그만 빨간 반점이 돋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식사를 잘 하지 않아서 영양 상태가 나쁜 경우도 많다.

쉽게 피로하거나 전신 쇠약감을 느낄 때, 혹은 피부가 노랗게 보이거나 오줌색이 진하고 빨갛게 보일 때는 한 번쯤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자신이 잦은 음주를 하지 않더라도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질병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간 기능 검사를 받아 병을 키우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알코올은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 등 각종 간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바이러스성 간염을 가진 환자에게는 간 기능을 악화시키는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 알코올성 간질환이나 비알코올성 간질환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진행되기 전에는 거의 증상이 없다.

따라서 성인병 검진 및 일반 건강 진단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지방간 환자가 비만이나 과체중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극적인 체중 감량과 적절한 식사 요법,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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