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출시 앞둔 아이폰8, 美에선 벌써 중고…여기 8 나올 때 미국은 X 출시
아이폰8 열풍 '없었다'…어차피 둘 다 100만 원 대 "기다렸다 X 사지 8을 왜 사?"
▲11월 3일 국내 출시일이 정해진 애플 아이폰8플러스(왼쪽)와 아이폰8. (사진 = 애플)
애플 아이폰8 시리즈의 국내 출시일이 11월 3일로 정해졌다. 같은 날 미국, 일본 등 1차 판매국에서는 아이폰X가 출시된다. 아이폰X 출시 일정이 다가오자 미국에서는 나온 지 한 달 된 아이폰8이 벌써 중고 매물로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중고폰 전문 사이트 Decluttr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가 사들이는 전체 중고폰의 7% 정도가 아이폰8과 8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8시리즈가 미국에 출시된 것은 지난 9월 22일이다. 불과 한 달 된 최신폰이 이렇게 다량으로 중고폰 시장에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중고 판매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던 아이폰6S 때도 2% 남짓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아이폰의 최신 모델이 중고폰 시장에 대량으로 나오는 것은 주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기 직전의 현상이다. 늘 자신의 폰을 아이폰 최신 모델로 유지하고 싶은 열성 소비자들이 주로 이런 움직임을 주도한다.
기존의 최신 모델을 가장 먼저 구입해 사용하다가, 새로운 최신 모델을 구입하는 금액에 보태기 위해 기존 폰을 중고로 판매하는 것. 이런 심리 때문에 아이폰X와 동시에 발표된 아이폰8 시리즈가 출시 한 달 만에 '구형'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X의 증강현실 기능.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아이폰8, 나오자마자 '굴욕'
아이폰8의 굴욕은 진작부터 시작됐다.
누구나 최신 폰을 마음껏 바꿀 여유를 가진 것은 아니다. 새로운 아이폰 모델을 기다리던 사람들 대부분은 아이폰8이 나왔을 때도 한 단계 위의 성능을 보유한 아이폰X가 나오기까지 약 40일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통신사들의 실적을 보면 아이폰8의 수요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7의 실적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T모바일은 지난 3분기 신규 가입자 59만 5천 명을 유치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85만 1천 명보다 26만 명가량 줄어든 것이다. AT&T는 가입자 9만 7천 명이 감소했다.
1차 아이폰8 출시일인 지난 9월 22일, 해당 출시국의 주요 애플스토어 분위기도 예년과 달랐다고 전해졌다. 아이폰 출시일만 되면 건물 밖으로 끝없이 이어지던 줄은 온데간데없었다. 관련 해외 매체에 따르면 당시 시드니의 애플스토어에는 약 50명, 싱가포르의 애플 스토어 앞에는 약 100명가량의 고객들이 몰렸을 뿐이다.
▲아이폰X의 얼굴 인식 기능과 연동되는 이모티콘 '애니모지' 기능.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1차 판매국에서의 아이폰X 출시일을 알리는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애플, 생산량 조정 쉽지 않아
이처럼 아이폰8의 인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판매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비추어, 업계에서는 애플이 11월부터 아이폰8 시리즈의 생산량을 50%가량 감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것이 실제 벌어질 경우 아이폰 역사상 가장 이른 시간에 생산량을 감축하는 사례가 된다.
물론 아이폰8에 몰리지 않은 잠재 고객들은 대부분 아이폰X로 몰려들 것이다. 따라서 올해 아이폰 전체 매출은 예년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아이폰X에 지나치게 많은 수요가 몰리는 데 비해, OLED 패널과 페이스 ID 같은 신기술 구현 모듈 때문에 애플이 공급량을 맞추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X를 하루 1만 대 씩 생산하기도 벅찰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한 달 전부터 다수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아이폰X 전면부 상단의 다양한 장치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한국의 '애플 빠'들도 인내할 듯
이번에 한국에서 아이폰8과 아이폰X의 동시 출시는 불발되었다. 아이폰8이 11월 3일 먼저 출시되고, 아이폰X는 12월 초~중순에 출시일이 잡힐 전망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아이폰X의 1차 출시국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국 출시일은 더 미뤄지거나, 예약 구매자에게로의 배송 일정이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아이폰8의 국내 판매 추이도 해외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좀 더 고사양의 최신 모델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그 한 달 남짓한 시간을 기다리지 않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아이폰8의 최저용량인 32GB 모델이 약 90만 원 초반대의 적지 않은 출고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이폰X는 이보다 더 비싸 100만 원대를 훌쩍 넘기는 고가로 책정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기왕 100만 원 전후의 금액을 들여 프리미엄 모델을 구매하기로 결심했으면서 No.1 모델을 두고 No.2 모델을 구입할 고객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하며 아이폰8의 굴욕이 국내에서도 이어질 것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