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선명규 기자) 머지않아 도로를 활보할 수소차는 어떤 모습일까? 현대자동차가 여는 ‘The Seed of New Society(미래의 씨앗)’전(展)은 이 물음에 힌트를 제시한다. 전시장에선 ‘차(車)’ 한 대 볼 수 없지만 수소가 구동하는 이미지를 각 작품에 담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굳이 장르를 나눈다면 설치미술에 가깝지만 과학관의 성격도 있어 아이들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관람보다 체감이 어울리는 현장에 CNB가 다녀왔다.
지난 2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던 이곳 설원을 배경으로 새까만 건축물이 내려앉았다. 수소 에너지 체험관 ‘현대자동차 파빌리온(Hyundai Pavilion)’의 외관은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색’인 반타블랙(Vantablack VBx 2)으로 칠해져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 아시프 칸(Asif Khan)이 설계하고, 내부를 수소의 무한한 에너지가 담긴 작품으로 채운 이곳은 올림픽 기간 명소가 됐다.
그리고 4개월 뒤, ‘현대차 파빌리온’은 ‘2018 칸 라이언즈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오브 크리에이티비티’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인 ‘동사자상’을 수상했다.
‘미래의 씨앗’전은 ‘평창의 명물’을 서울로 옮겨와 소개하는 자리다. 층(層)의 경계가 자유로워 전시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종로구 송원아트센터에서 오는 12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시존은 세 개다. 올림픽 당시 사람들의 발과 시선을 끌어당겼던 대표 작품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안내에 따라 첫째 문의 암막 커튼을 걷으면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깔려있다. 이내 눈이 적응하면 꽁무니를 밝힌 반딧불이 떼가 공중에 떠다니는 듯 보인다. ‘유니버스(Universe)’ 구역의 첫인상은 칠흑 같은 밤 망망대해에서 찾은 작은 불빛들.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인 수소가 밤하늘을 밝히는 형상을 표현한 방이다.
이곳에서 가운데 뻥 뚫린 곳을 내려다보면 아래층에 널따랗고 평평한 수조가 보인다. 바닥엔 짐짓 의미없어 보이는 여러 길이 나있다. 갸웃거리는 것도 잠시, 사방에서 가만히 숨죽이던 물방울들이 일제히 정중앙 배수구를 향해 몰려든다. 수로(水路)인 것이다.
그런데 흘러가는 게 아니라 굴러간다. 초발수 코팅 처리돼 물이 맺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층 내려가 가까이서 보면 네 개의 변에는 작은 구멍이 촘촘히 나있다. 바람이 나오는 이 구멍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으면 물방울들이 제한 속도 80㎞/h 국도에서 아반토반으로 갈아탄 듯이 빠르게 질주한다. ‘워터(Water)’ 구역에서는 미래 도시를 달리는 수소차의 다양한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평창에서 숱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용 인증샷을 유발한 ‘하이드로젠(Hydrogen)’도 여전하다. 이 구역의 본래 의도는 ‘수소전기차 기술’의 단계별 체험 제공. 자연에서 얻는 태양에너지, 물의 전기분해, 연료전지 스택, 수소전기차 물 생성에 이르는 과정을 각기 다른 컬러와 소재를 사용해 감각적으로 선보인다. 각 단계의 의미를 관람객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중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곳은 사방이 올록볼록한 물방울들로 둘러싸인 방. 여기에 들어가면 어느 각도에서든 나를 볼 수 있는데, 크리스털처럼 영롱한 방울들이 은은한 조명에 반사돼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3개 전시 구역을 거칠 때는 귀도 활짝 열어야 한다. 각 존마다 다른 음악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TV광고에 나오는 시그니처 음악처럼 곳곳에 음악적 개성을 부여했다. 나지막이 울리는 선율의 파동을 느끼면서 작품을 보면 감흥은 달라진다. 이 전시가 관람보다 체감에 가까운 이유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수소 사회가 가져올 평등하고 자유로운 모빌리티(이동성)의 미래 모습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