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對이란 제재조치를 복원한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등 8개국을 한시적 예외국가로 지정해 국내 경제계가 한숨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일부 은행이 선제적 제재조치를 독자적으로 시행해 한국에 체류하는 이란인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현도 연구교수(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는 “KEB하나은행이 합법적으로 입국한 국비장학생 등 이란인들의 국내 계좌를 이란 국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해지, 동결해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미국이 요구한 것도 아닌데 더 수위높은 자체 제재를 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한국이 이란과의 달러 거래가 금지되자 국내 은행에 이란 계좌를 만들고 석유 판매대금을 원화로 결제해 적립해둔 다음, 이란이 지급할 돈을 이 계좌에서 빼 상계처리하는 일종의 물물교환 방식의 창의적 거래를 고안했다”며 “이 방식은 미국 정부로부터도 환영받았고, 이번에 우리가 제재 예외 국가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 은행이 최근 시행한 독자적 규제 조치를 문제삼았다. 그는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미리 조치하라’는 미국 법무법인의 조언에 따라 이란인들에게 ‘10월 12일까지 계좌를 해지하라. 해지하지 않을 시 동결하겠다’는 편지를 보내고, 실제로 이를 시행했다”며 “이로 인해 우리 정부가 보증한 이란인들의 계좌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동결돼 카드대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등 각종 불편사항이 제보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해당 계좌의 소유주들은 유학생을 비롯한 합법적 체류자들이다. 그는 “애초에 미국에서 요구한 적도 없는데, 미국 제재보다 더 수위를 높여 자체 제재를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현상수배자 등 위험인물들에 대해서는 계좌 동결 등의 제재를 가하지만, 합법적 체류자들에 대해서는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미국에 사는 이란인들도 이런 수모는 당하지 않았다”며 “한류열풍 등으로 모처럼 한-이란 우호 분위기가 조성되고, 경제계에서는 이란 수출 축소를 걱정하는 와중에 독재정권이나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규제를 우리 정부가 보증한 합법적인 체류자들에게 했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 관계자는 CNB에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제재 조치가 검토되고 있는 유동적인 상황이어서 소관 부서가 법률 검토를 시행했고, 법률 자문을 구한 후 거래제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시인했다. 당시 미국 정부가 국내 은행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등 강력한 조치를 논의한다는 정보가 돌던 상황이어서 선제적 대응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다만 해당 조치로 발생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은행 측은 또한 "계좌동결이 아니라 거래제한"이라며 "지금도 계좌에 잔액이 있는 이란인 고객이라면 인출 또는 해지를 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