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종근당, 장학에서 예술후원까지 반세기 세월
(CNB저널 = 선명규 기자) 종근당의 사회공헌은 교육과 문화예술 후원이 중심이다. 이는 대(代)를 이어온 기조다. 고 이종근 창업주가 세운 종근당고촌재단이 인재 양성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면, 장남 이장한 회장은 메세나(Mecenat) 활동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 창업주인 고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은 지난 1973년 종근당고촌재단을 설립했다.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일부 회사 종업원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은 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반석이 됐다. 세운 지 45년 된 이 재단은 지금까지 장학금 지급, 학술연구, 재외동포 국내외 연수 등을 이유로 7747명에게 415억원을 썼다. 작년부터는 르완다에서 진행하던 해외 장학사업을 인도네시아로 확대하는 등 글로벌 인재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재단의 역할이 하나 더 늘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거 빈곤, 이로 인한 생활고가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지난 2011년부터 기숙사 무상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지방출신 대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는 집인 ‘종근당고촌학사’라는 문패를 달고서다.
첫해 서울 마포구 동교동 1호관을 시작으로 2012년 동대문구 휘경동 2호관, 2014년 광진구 중곡동 3호관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올해는 대학교 밀집지역에 4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4호관을 개관하고, 전체 4곳 중 1곳은 여대생들을 위한 전용 기숙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부친이 교육에 역점을 뒀다면, 장남인 이장한 회장이 유독 공들이는 분야는 문화예술 후원사업이다. 담음새도 풍족하다. 현재 종근당은 음악, 미술 등 여러 예술 분야에서 작가와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 사업은 51번 열린 ‘오페라 희망이야기 콘서트’와 159번 진행된 ‘키즈 오페라’이다. 투병 중인 환자와 환아, 그의 가족들이 객석의 주인공이 되는 공연들이다. 지난 2011년부터 전국 주요 병원을 찾아 로비를 무대로 열고 있다.
‘오페라 희망이야기 콘서트’의 공연 방식은 한 마디로 ‘친절’하다. 대중에게 익숙한 오페라 속 아리아를 골라 해설을 더해 들려주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뜻밖의 수준 높은 공연과 뒷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환자는 물론 가족과 내원객 모두에게 호응이 크다.
‘키즈 오페라’를 정의하면 ‘참여형’이다. 오페라, 영화, 뮤지컬 등으로 친숙한 음악을 어린이들이 연주자를 통해 듣고 따라 부르기도 하며 진행되는 탓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셈으로, 투병 중인 아이들의 감성을 매만져 준다는 점에서 인기다.
종근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보다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해 어린이들에게 밝은 웃음을 선사하고, 사회 곳곳에 희망의 메시지를 심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분야에서는 새로운 얼굴 발굴과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지향점으로 출발한 ‘종근당 예술지상’ 프로젝트가 그 창구다.
이 프로젝트는 ‘2차 지원’ 성격이 짙다. 최근 2년간 국공립 레지던스 프로그램 및 비영리 창작 스튜디오의 지원을 받은 적 있는 만 45세 미만 평면회화 작가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미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진작가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주안이 있다.
선정된 3명은 3년간 매년 1000만원씩 총 3000만원을 지원 받는다. 마지막 해엔 창작 활동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회 개최 기회도 있다.
작년 가을 열린 ‘제4회 종근당 예술지상 기획전’에서는 2015년 선정작가인 안경수, 이채영, 장재민 씨가 총 100여점을 선보였다. 이달 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1층에서 열리는 ‘제5회 종근당 예술지상 기획전’에선 2016년 선정 작가 3인의 작품이 공개된다.
한편 종근당은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폭을 문화예술까지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9월 ‘대한상공회의소 포브스 사회공헌 대상’에서 ‘문화예술부문 대상’, 같은 해 10월에는 ‘2012 한국메세나대회 메세나대상’에서 ‘창의상’을 각각 수상했다.
② GC녹십자 임직원 봉사단, 14년간 재능기부 한길
GC녹십자는 사회공헌의 중심을 사내 나눔 문화 확산에 두고 있다. 안에서부터 밖으로 나눔이 퍼지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런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일어난 긍정적인 효과 둘. 하나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재능기부를 입고 응용돼 늘어나고, 이로 인해 천변만화하는 사회문제에 폭넓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녹십자 사회봉사단’은 지난 2004년 출범했다.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진 지 올해로 14년. 선의로 결성된 모임은 매달 한 번 이상 꾸준한 정기 봉사활동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있는 아동보육원 등 따스한 손길이 필요한 곳이 주요 행선지다. 환경미화와 학업지도, 재활지원, 목욕이나 식사 보조처럼 세심함이 기반이 되는 활동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봉사단의 나눔 방식은 다채로워지고 있다.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현재, 주목하는 대상은 ‘어르신’이다. 그래서 도입한 프로그램이 ‘GC녹십자와 함께 하는 만수무강 Green Day’. 기존에 하던 봉사활동에 차별화를 두려고 기획했다. ‘날 잡고’하는 행사이자, 봉사단원의 개별 능력이 수단이 되는 ‘재능기부활동’이다.
올해 3월의 마지막 날, 이 행사를 개최한 장소는 ‘용인기흥장애인복지관’. 여기서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장수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임직원 65명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미용조, 촬영을 담당하는 사진조로 나뉘어 재능을 나눴다.
거동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들이 피사체가 됐다. 한 행사 참석자는 “평소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겨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임직원들은 사진촬영에 더해 미세먼지 마스크와 이불, 우산 등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음악재능도 나눈다. 문화체험기회가 적은 장애청소년들과 함께 한다. 봉사단원이 찾아가 평소 장애청소년들이 해보고 싶었던 아카펠라, 탭댄스, 난타, 치어리딩 등을 같이 배우고 각 조별로 공연도 펼친다. 이 행사는 지난 2009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나눔을 가동케 하는 기금마련은 단원들만의 몫이 아니다. 지난 2008년부터 임직원의 기부 금액과 동일한 액수를 회사가 출연하는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금만 ‘매칭’하는 것은 아니다. 임직원은 사회공헌 웹사이트에서 피후원자들의 사연을 읽고 대상과 금액을 정한 뒤 1대1 결연을 맺는다. 직접 누구에게 얼마나 후원할 지를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매달 전국에 있는 저소득가정,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이 혜택을 보고 있는데, 작년에만 지역사회단체 22 곳, 약 160명에게 후원금이 전해졌다.
매칭그랜트에는 가족사 전체 구성원 중 8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회사측은 봉사활동 지원금을 확대 지급하는 등 나눔문화를 계속해서 확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들은 유장하다. 대부분 3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지난 1984년, GC녹십자는 세계 세 번째로 B형 간염백신을 개발해 거둔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에서 목암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과학기술처의 승인을 받은 1호 순수 민간 연구재단법인이면서 비영리 연구소다.
이곳의 역할은 각종 질병의 예방과 진단 및 치료방법을 개발하고, 생물체의 각종 물질대사에 관련되는 현상을 연구해 생명 현상의 이해 폭을 넓히는 것.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 보건 향상이다.
대표적인 ‘건강 나눔’은 지난 2009년 독감백신 국산화를 이룬 뒤 실시하고 있는 무료 접종이다.
2010년부터 보건복지부의 저소득층 아동지원 사업인 ‘드림스타트’의 대상 아동이 무료로 독감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전량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로로 GC녹십자는 ‘2012 드림스타트 사업보고대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1992년 시작한 ‘사랑의 헌혈’ 행사도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매년 12회 실시하고 있는데 누적 참여자가 1만4000명에 이른다.
임직원들이 기증한 헌혈증은 소아암 환아를 위해 쓰인다. 지금까지 6000장 이상의 헌혈증을 병원과 소아암 환자 지원 단체 등에 기부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CNB에 “사회공헌활동의 바탕은 기업의 핵심가치인 봉사배려, 인간존중”이라며 “연말 1% 나눔, 급여 1000원 미만 끝전 기부제도 등 사랑 나눔을 위한 자발적 기부 문화 정착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