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6호 옥송이⁄ 2019.05.02 09:27:13
‘비대면(非對面)’은 사회적인 현상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생활 속 많은 부분을 ‘혼자’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면 마케팅’이 강세인 분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줌마’가 있다. 디지털·비대면 물결 속에서도 ‘정’과 ‘인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영업 최일선의 어머니 마케팅을 살펴본다.
매력적인 ‘휴먼터치’에 고객 만족도 높아
최근 유통 분야의 대세는 ‘언택트(untact) 마케팅’이다. 직원과의 불필요한 대화나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거나 배송 받는다는 뜻이다.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는 디지털화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맞아 떨어지는 분야가 있다. 화장품 업계의 ‘방판(방문판매)’이 그렇다. 판매 채널이 다양해진 오늘날에도 직접 소통을 내세워, 판매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디지털 트렌드에 맞는 변화를 거듭하는 동시에 ‘뷰티 카운셀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카운셀러는 4-50대부터 비교적 젊은 연령대인 30대까지 다양하다”며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의 카운셀러 도전이 많은데,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활동함으로서 직업 만족도가 높고, 소비자들 역시 해당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뷰티 카운셀러와 상담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한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방판의 최대 무기는 ‘인심’인 것 같다”며 “샘플을 정말 많이 주신다. 그래서 한 번 사면 오래 쓸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 해볼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일이나 판매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실속 있게 구매할 수 있는 동시에, 매장에서 구매하듯이 카드 결제 및 포인트도 적립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60대 소비자 B씨는 “일종의 휴먼 터치다. 방판을 사용하고 나서부터는 굳이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안 산다”며 “직접 대면하는 만큼 피부를 잘 점검해주고, 그에 따른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또 피부가 좋아진 모습을 보면 크게 믿음이 가고 카운셀러와 대화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부동의 1위 아모레, 디지털도 1인자
이같은 방판을 처음 만든 곳은 아모레퍼시픽이다. 1964년 국내 최초로 방문판매 제도를 도입한 뒤 현재까지 이 분야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모레 측은 방문판매의 경쟁력을 ‘정(情)’과 ‘개인별 맞춤 서비스’로 꼽았다. 대면 서비스이기 때문에 판매자의 진실한 태도가 중요하고, 이에 대한 만족도가 새로운 고객 추천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 회사 관계자는 “방문판매는 고객 로열티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영업 채널로, 뷰티 카운셀러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국내 화장품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며 “현재 약 3만 여 명이 활동하면서, 설화수와 헤라를 비롯해 바이탈뷰티, 프리메라,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온 등 총 9개 브랜드의 400여 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속감 고취를 위한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제20회 아모레 카운셀러 대회'를 개최했다.
아모레가 최근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기술과 방문판매 서비스의 융합이다. 현재 뷰티카운셀러를 대표하는 디지털 기술은 모바일 어플인 ‘뷰티Q’다.
고객과 상품에 대한 분석 자료를 조회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제품 신청도 가능할 뿐 아니라 상품 및 미용 정보, 피부 검사 시스템도 가능해 더욱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카운셀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아모레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툴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어플뿐만 아니라, SNS도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오픈한 공식 인스타그램은 방판으로 판매되는 브랜드의 각종 정보들을 전달하고 있으며, 공식 웹사이트는 뷰티 카운셀러의 매력을 소개하고 활동을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건, 차별화된 육성 집중
방문판매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또 다른 기업은 LG생활건강이다. 비교적 늦은 2002년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 카운셀러 규모는 2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의 특징은 오휘, 후, 숨37, VDL 등의 화장품뿐 아니라 생활정원, 튠에이지 등 건강기능식품과 미용기기까지 판매한다는 점이다. 전국의 방판대리점 등을 돌며 고객의 특성과 니즈 분석를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과 컨텐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매일 아침 진행되는 대리점 상시 교육 외에 자체 개발한 모바일 교육시스템 ‘엘-레몬’ 앱을 통해 언제든지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전용 앱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수단도 진화하고 있다”며 “제품 소개 동영상 등을 보여주고, 매출이나 고객들의 마일리지 등을 직접 관리한다. 관심이 있는 직장 여성들을 위해 회사 근처로 찾아가 제품을 테스트하고 샘플링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