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정의식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회사로 꼽히는 두산그룹이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적극 동참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두산은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부문인 두산퓨얼셀을 소재사업 부문인 두산솔루스와 함께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킨다는 전략을 공개했고, 두산중공업은 창원시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수소액화 플랜트 건설에 나섰다. 과연 두산은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의 수혜기업이 될 수 있을까?
3월 28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는 일단의 노동자들이 모여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고용위기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경남 창원에서 상경한 금속노조 산하 두산중공업지회 소속 노조원들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탈원전’ 기조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고용불안이 가중돼 노동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타를 맞은 기업이다. 두산중공업은 발전, 담수, 주단조, 건설 등 여러 사업부문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출의 80%가 발전 사업에서 발생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특히 높은 수익성을 보인 원자력 발전 부문의 매출 비중이 약 18%에 달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신규 원전 6기의 도입이 백지화됐고, 이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의 원전 매출도 급감했다.
당연히 고용 불안이 뒤따랐다. 탈원전 정책 도입 직전인 2016년 7728명이던 두산중공업 정규직이 2018년 7284명으로 줄었으며, 사무관리직 3000명이 순환 휴직에 돌입했다. 노조원들 입장에서는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두산그룹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를 수용하고 과감한 체질 변화를 추진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초에 두산그룹은 수소연료전지 전문기업인 두산퓨얼셀과, 발전 플랜트 건설 등을 추진해온 두산중공업 등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체질 변화가 크게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산퓨얼셀, 수소 수혜주로 등극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전방위적인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로드맵의 핵심은 우리나라가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자의 지위에 서겠다는 것.
수소차 누적 생산량을 2018년 2000대에서 2040년 620만대로 늘리고,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 약 15GW 이상,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약 2.1GW 이상 보급한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요인들이 연일 수소경제 현장을 방문, 추진력을 실어줬다.
이에 두산은 먼저 연료전지 사업의 분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4월 15일 ㈜두산은 이사회를 열고 연료전지와 소재사업 부문을 분할하기로 결정했으며, 분할을 통해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각각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신설되는 두 회사는 독자 경영체제를 갖추고, 주식시장에 각각 상장될 예정이다. 분할기일은 10월 1일로 예정됐으며, 이에 앞선 8월 1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두 회사의 분할과 재상장 안건을 승인받기로 했다.
이 중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PAFC방식 연료전지 시스템은 도시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공기 중의 산소와 전기화학 반응을 일으켜서 전기와 열을 발생시키는 열병합 발전기로 분산 발전용, 산업용, 상업용 건물에 공급된다. 발전효율 42%, 열효율 52%의 고효율과 이산화탄소 40% 감소를 가능케하는 친환경성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2018년에 이미 수주 1조2000억원을 초과달성했으며, 올해 수주는 1조3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은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의지, 관련 세제 혜택 현실화, 핵심부품 국산화 등을 고려할 때 가파른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며 “두산퓨얼셀이 분할돼 신설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이 약 1160억원에 불과하지만 3배 이상의 상승여력이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두산중공업은 본사가 위치한 창원시와 손잡고 국내 최초의 액화수소 생산설비 건립에 나섰다. 지난 23일 허성무 창원시장과 정연인 두산중공업 대표이사가 두산중공업 창원 본사에서 만나 수소액화 및 저장장치 실증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
두산중공업, 원전 손실은 수소로 복구
협약에 따라 창원시는 성산구 성주동 시유지를 수소액화 플랜트 부지로 제공하고 예산을 지원하게 된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까지 수소액화 플랜트 시설을 짓고 시설 운영, 유지보수 업무를 맡는다. 사업비 350억원 중 국비와 지방비는 280억원이며, 두산중공업은 70억원을 부담한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소는 압축가스 형태로 유통되는데, 수소는 영하 253도에서 액체로 바뀌는 성질을 갖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상태와 비교하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 저장과 운송이 쉬워지는데, 이 시설은 하루 0.5톤의 액화수소를 생산해 수소 충전소 등에 공급하게 된다.
수소산업 관련 기업만 100곳 이상이 밀집한 수소산업 집적지인 창원시는 성산구에 수소충전소, 수소생산설비 등 수소에너지의 생산·유통·판매 등 수소 순환시스템을 실증하는 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수소충전소 주요 설비인 고압저장 탱크와 열교환기 등을 개발해 수소충전소 4곳에 공급한 바 있다.
수소업계 관계자는 “수소경제 로드맵이 본격 추진되면서 현대차, 두산, 효성 등이 주된 수혜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수소생산과 연료전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두산그룹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