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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공매도 배후’로 지목된 국민연금, 오명 벗을까

“진실 밝혀보자” 명분 찾기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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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36호 이성호 기자⁄ 2019.05.07 09:40:09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대여거래 재개를 저울질하고 있다. 사진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주식대여 거래’의 재개 여부를 놓고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공매도 판을 키운다는 논란에 휘말리자 지난해 10월 22일부터 주식 대차거래를 중단 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공매도와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나서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어떤 선택을 할까.

국민연금공단이 브레이크가 걸린 국내 주식대여 거래의 부활을 조심스레 타진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CNB에 “빌려준 증권이 국내 주식시장 및 대여시장에 어떠한 파급을 미쳤는지, 또한 공매도 시장에 혹시라도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아직 검증된 바 없다”며 “이에 대한 외부 연구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대여거래 중지 후 일정기간이 확보돼야 함에 따라 올 하반기에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에 용역을 맡겨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

즉, 연금 대여거래가 국내 주식·대여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등을 측정해 문제가 없다면 다시 재개한다는 복안이다. 용역 기간은 최소 3~4개월 그리고 내부 검토 등을 감안하면 내년경 윤곽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이 이렇게까지 명분을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공매도(short selling)에 악용되고 있다는 논란 탓이다.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차입해 매도하는 투자기법이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현재 10만원인 A사의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이 주식을 빌려서 10만원에 공매도한 후, 실제로 5만원으로 하락하면 이 금액으로 주식을 사들여 상환하는 구조다.

10만원에 팔고 5만원에 샀으니 주당 5만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지난 4년간 약 1000조원 가량의 주식을 대여해줬는데 이 주식의 일부가 공매도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매도 순기능도 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매도의 순기능으로는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해 본질가치에서 벗어나거나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있을 경우에는 이러한 정보를 시장에 사전 제공함으로써 지나치게 고평가 된 개별 종목의 가격이 적정가격에 수렴토록 하는 효과가 있다.

또 주가 하락기에도 이익창출·손실축소가 가능해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위험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고 다양한 금융상품·투자기법을 개발·운용할 수 있다.

이에 소유하지 않은 증권의 매도인 ‘무차입공매도’는 금지돼 있으나 증권을 미리 빌려 소유한 상태에서 결제하는 ‘차입공매도’는 일반적인 증권투자 거래방식으로 허용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행법에 근거해 기금 운용방식 중 하나로 ‘증권(주식, 채권)의 대여’를 규정,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 대여 거래를 수탁은행과의 계약을 통해 위탁·운용해 왔다. 수탁은행에서 차입기관을 선정해 일정기간 대여한 후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했었다.

이태규 의원(바른미래당)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2018년 6월까지 4년 6개월간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발생건수는 1만6421건, 누적 주식대여금액은 약 974조2830억원(연평균 216조5073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국민연금은 주식대여를 통해 76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었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은 주식대여를 하지 않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공매도를 조장하고 불법·악성 세력의 종잣돈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대차를 반대하고 있다. 수수료 수익을 내기 위해서 빌려준 주식은 악성 공매도 투기 세력에게 활용되고, 국민연금이 보유한 종목에서의 손실을 불러옴은 물론 손절매를 할 경우에 개인투자자들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매도를 하는 투자자는 주가가 하락해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통해 의도적으로 특정 종목의 주가를 하향조정하려는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공매도 잔고 상위 20개사 중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여하고 있는 회사는 두산인프라코어, GS건설, 한샘, 두산중공업, 만도, 현대위아, 코스맥스, 한국콜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카카오 등 10개사다.

이중 국민연금 주식대여 비중이 4%가 넘는 6개사의 주가(2017년 12월말~2018년 9월말)를 보면 1곳을 제외하고 12%~ 39%까지 주가가 폭락했고, 등락폭이 커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기 쉬운 구조였다는 것.

주가는 경제 전반의 영향, 해당 기업의 호재·악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주식대여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간접적인 영향은 있었을 수 있다.

국민연금 “대여주식 규모 미미해”

이러한 부작용 우려로 인해 국회는 법을 바꾸려 하고 있다.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 대표발의)’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방법 중 하나인 ‘증권의 대여’를 삭제해 투기적인 공매도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함이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이 연150억원대의 주식대여를 포기해야 해 당장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생기고, 가입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가능한 많은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수익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함부로 손을 뗄 수도 없는 상황.

국민연금공단 측은 “주식 대여거래를 위탁받은 수탁은행도 차입기관에서 제시한 차입종목, 차입수량, 수수료 수준 등이 대여기준과 일치할 경우에만 한국예탁결제원의 대여거래 중개시스템을 통해 승인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어떤 목적으로 활용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아울러 2007년 국내주식 대여시장(662조4040억원)에서 국민연금 대여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0.68%(4480억),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는 0.83%(6291억)로 미미해 내부적으로는 공매도로 악용돼 주식시장에 악영향 및 왜곡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불신 여론을 일축해 중단된 수익창출 기회를 복구시켜야함이 당면한 과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CNB에 “주식 대차를 중단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신뢰성 있는 외부기관의 연구와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용역이 진행되고 그 결과가 공단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나오게 되면 신빙성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되는 것으로 곧바로 대국민 설득 작업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식대여 재가동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할지라도 투기적 공매도가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면 국민연금 운용의 공공성 강화 부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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