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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가인패드 논란, 무엇이 문제였나

초기 언론 보도 및 낮은 산부인과 수검률이 논란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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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동근⁄ 2019.06.03 09:45:34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를 자가진단 할 수 있는 키트가 편의점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정확히는 생리대와 유사한 형태의 제품에 검체를 체취, 보존 용기 박스에 넣은 뒤 TCM생명과학의 DNA검진센터 검사에 보내면 검진 결과를 알 수 있는 키트다. 그런데 산부인과 의사들 중 일부가 이 키트의 판매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부인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명분 아래 잘못 인지될 수도 있는 제목의 기사를 올린 일부 매체 탓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CNB저널에서 알아 보았다.

 

한 소비자가 가인패드를 살펴보고 있다. 이 제품은 생리대형 패드를 착용한 뒤 검체를 채취, HPV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다만 HPV가 감염됐다고 해서 자궁경부암에 걸린 것은 아니므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사진 : GS리테일)

 

GS25는 지난달 말부터 TCM생명과학이 개발한 ‘가인패드’ 판매에 나섰다. 이 제품은 생리대형 패드를 4시간 정도 착용하는 방식으로 검체를 채취해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자가검진 키트다. 3일 내로 결과가 통보되며, 산부인과 검진 결과와 98% 이상 일치하는 정밀도를 보였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신형 의료기기를 의료기관이 아닌 편의점에서 처음 출시한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한 매체에서 ‘단독’ 보도하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소개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가격은 7만원 중반 대다. 국가건강검진에서 2년에 한 번씩 받는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이 있기 때문에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는 가격이지만, 산부인과 검진을 꺼리는 여성들에게는 괜찮은 방법으로 인지될 수 있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발매 뒤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매체를 통해 관련 전문가 단체인 대한약사회와 산부인과의사단체가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잘못된 정보 줄 수 있다” 반대

대한약사회의 경우 사실 공식적으로 가인패드의 판매에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없다. 약사회 신성주 홍보이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편의점에서 의료 관련 제품의 취급을 많이 하면 할수록 국민들이 이 제품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떨어져 오용과 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긴 했으나 약사회 차원에서의 입장 발표 등은 없었다.

적극적인 반대 의견은 2개로 갈라져 내홍을 겪고 있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산의회) 측 중 한쪽에서 나왔다. 현재 산의회는 기존부터 존재하던 산의회와 직선제 선거를 주장하는 직선제 산의회 둘로 나워져 있는데, 후자에 속하는 직선제 산의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반대 의견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직선제 산의회는 발매 전 보도자료를 통해 “가인패드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검출을 목적으로 하는 검사인데 마치 자궁경부암 검진을 대체하는 것으로 보이는 등 여성들에게 잘못된 의료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기존 산의회는 가인패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산의회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산의회는 6월3일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회장 선거를 치룰 예정이었으나 기존 산의회 측의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

기존 산의회의 지지를 받는 김재연 후보는 한 방송에서 가인패드에 대해 “거동이 힘든 경우는 병원에 가기 어렵다면 이것도 가능할 거라는 새로운 진단법으로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긍정적인 입장을 비추기도 했다.

그 후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사생활 침해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선택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일부 부정적인 의견을 비추기는 했으나, 직선제 산의회 입장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가인패드 구성 (출처 : 티씨엠생명과학)



‘잘못된 언론 보도, 대중 인식’ 등이 문제

가인패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잘 살펴보면 실제 문제점보다는 잘못된 인식이 가인패드에 대한 반대 목소리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직선제 산의회 김동석 회장(통합산부인과의사회 회장 후보)는 최근 CNB저널과의 통화에서 가인패드 반대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팔 경우 광고비가 포함되면 검사 비용이 올라갈 것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가 아닌 HPV 진단 키트인데 암 진단 키트처럼 알려진 것 ▲이 진단키트를 사용할 경우 더 정확하고 저렴한 정기 검진 등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 등이다.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HPV 진단 키트인데 암 진단 키트처럼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사실 제조사나 GS25 측은 가인패드를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로 홍보한 적이 없다. GS25 측도 “진단은 의사 외에는 할 수 없다. (가인패드는) 검체를 편리하게 채취하는 거지 검진키트는 아니다. 의료 서비스까지 연계된 토탈 패키지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 측에서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라고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대중에게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라고 알려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김동석 회장 측의 지적이다. 그는 “일단 터뜨린 뒤 시정하면 이를 모니터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이미 사람들에게는 ‘자궁경부암 진단 키트’로 머리에 박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인패드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정기 검진을 기피하는 문제를 꼽았는데, 사실 이에 대해서는 제조사 측도 할 말이 있다. 자궁경부암 수검률이 워낙 낮아서다. 사실 수검률이 높다면 가인패드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굳이 더 비싸고 검사가 제한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면서 구입할 이유가 없어서다.

실제로 자궁경부암은 매년 전 세계 50만 명이 걸려 50%이상이 사망하는 여성 암 발생 2위에 해당하는 질병이다. 한국 여성도 이로 인해 하루에 3명꼴로 사망하지만 2016년 기준 수검률은 20대 26.9%, 30대 53.1%에 불과하다. 20대는 4명 중 1명, 30대는 2명 중 1명이 검사를 받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산부인과 검진률이 낮은 이유는 산부인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그리고 검사 받는 자세에 대한 불만 등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의 경우 자기 부담금이 2만원 남짓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지만, 검사 받는 것 자체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30대 여성인 A씨는 “검진 받는 것 자체가 성행위와 연관돼 생각되는 것도 있고, 다른 사람 앞에서, 특히 남성 의사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그곳에 대한 진찰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결국 실제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언론을 통해 사실이 잘못 알려진 것, 그리고 대중이 갖고 있는 산부인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인패드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소비자가 가인패드를 구입하고 있다. 산부인과 검진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체외진단기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부 부정적인 시선은 넘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사진 : GS리테일)



대중 인식 나쁘지 않아 … GS25측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비 의료계에서는 가인패드의 발매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신현호 정책위원(변호사)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단이 늦어짐으로써 암 발생 위험성이 있다. 접근의 편의성이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라도 (편의점 판매는) 조기진단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본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CNB저널과의 통화에서 “여성들의 인권 증진 차원에서 쉽게 검체 채취하는 것”이라며 “4차 산업이 확대되고, 체외진단도 확대되고 있는데, 국민 건강 차원에서 잘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오남용이나 부작용을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 제품은 침습이나 내복하는 것이 아니라 체외진단기기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부정확하다면 허가를 받을 수 있겠으냐”고 말한 뒤 “(HPV가 발견되면) 산부인과와 상담이나 진료 연계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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