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여신금융협회장 후보가 좁혀졌다. 그간 여신금융협회장은 관료 출신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 차기 회장 후보는 관·민 출신이 고르게 선정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누가 협회장에 당선돼야 현안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민, 관 어느 쪽이 되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거전이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임유 전 여신협회 상무,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이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후보로 압축되면서다.
여신금융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30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고 지원자 가운데 3명을 확정해 최종후보자명단(숏리스트)을 발표했다. 회추위는 8개 카드사 대표이사와 7개 캐피탈사 대표이사로 구성된다.
당면 과제는 ‘업계 대변·카드수수료 대응’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후보의 출신 성분(?)이다. 한쪽에서는 관 출신이 업계를 잘 대변할 것으로 보고, 다른 쪽에서는 관 출신이 업계 입장을 잘 대변하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차기 회장은 관 출신 후보가 유력시됐다. 가맹점 수수료 등 최근 카드 업계에 드리운 규제 속에서 민간기업 출신의 현 회장체제는 업계 주장을 잘 대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금까지 여신협회장 자리는 15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관료 출신이 차지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카드사 노동조합이 관료 출신 회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최종 3인 역시 다양한 이력의 후보들로 확정되면서 차기 회장의 향방을 점치기 어려워졌다.
지난 28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하 사무금융노조)은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냈다. 노조는 “업계를 대변하지 못하고 협회를 금융당국의 통제 수단으로 만들 위험이 있는 낙하산 인사에 반대 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의 이같은 주장은 금융당국에 대한 배신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무금융노조는 “그 어느 때보다 여신금융업에 전문성이 있고 현 정부 정책의 부당함에 맞설 수 있는 인사가 협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며 “차기 협회장은 카드수수료 관련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3년간 역임하게 될 차기 여신협회장의 당면 과제는 ‘업계목소리 대변’과 동시에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와 경쟁심화’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심화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 모색으로 요약된다.
‘관 vs 민 vs 반관반민’ 다양해진 후보
후보 중 관(官) 출신은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다.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전 사장은 재무부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냈고 예금보험공사 사장,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관료 출신의 무난한 후보라는 평이다.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은 민간기업 출신이다. 지난 1991년 보람은행에 입행해 하나은행 영업그룹 총괄부행장을 거쳤고, 이후 은행 부행장, 저축은행과 하나카드 대표이사를 지냈다. 특히 2016년 하나카드 대표로 취임한 뒤 세 차례 연임했다. 이 때문에 업계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임유 전 여신협회 상무는 ‘민’과 ‘관’ 양쪽 진영을 두루 겪은 ‘반관반민’이다. 임 전 상무는 옛 한일리스(현 JB우리캐피탈)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2년 간 역임했다. 덕분에 여신금융업 실무 경험과 더불어 정치권 인맥도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신금융협회는 오는 7일 회추위 회의를 개최해 세 후보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고 투표를 통해 후보자 1명을 회원사 총회에 추천한다. 차기 회장은 17일 또는 18일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