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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댐 붕괴 1년, 사고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

시민사회단체 “SK건설이 책임져야”…SK건설 “객관적 근거 원할 뿐, 책임 회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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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45호 윤지원⁄ 2019.07.24 09:41:26

23일, SK건설이 시공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고 후 1년이 지났다. 책임 소재에 관한 의견 대립이 여전히 팽팽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SK건설과 한국 정부에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SK건설은 원인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1년 전 사고 당시, 라오스 현지 이재민 어린이가 구호품으로 지급받은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이하 한국시민사회 TF)는 라오스에서의 비극적인 댐 붕괴 사고 1년째인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SK건설과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한국시민사회 TF와 태국에서 라오스 댐 사고 대응 활동을 해온 라오스 댐 투자개발 모니터단(Laos Dam Investment, LDIM), Inclusive Development International(IDI), 인터내셔널 리버스(International Rivers), 메콩와치, 마누시야 재단(Manushya Foundation), Focus on Global South의 요구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SK그룹에 전달했다.

한국시민사회TF는 “사고의 원인이 ‘인재’라고 발표한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후속 조치는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SK건설이 사고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고, 피해 주민들에 대한 공식적인 배보상 절차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댐 붕괴 원인, 아직도 미확인?

2018년 7월 23일 저녁,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州) 사남사이 지역 메콩강 지류에 건설된 세피안-세남노이 댐의 보조댐 5개 중 보조댐D가 무너졌다. 전날 120mm가 넘게 쏟아진 폭우가 댐의 수위를 높이고, 댐의 붕괴로 범람했다.

이 사고로 강 주변 12개 마을에서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한국시민사회 TF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라오스의 인명피해는 사망자 49명, 실종자 22명이다. 이재민도 6천 명가량 발생했다. 라오스에서 홍수로 이만큼의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었다.
 

사고 발생 전 세피안-세남노이 댐 전경. (사진 = SK건설)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한국 정부가 공적개발 원조사업(ODA)의 일환으로 조성한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지원금을 내고, SK건설이 시공, 한국서부발전이 관리와 운영을 맡기로 하고 건설하던 수력발전 댐이다.

시공을 맡은 SK건설은 사고가 평소의 3배가 넘는 폭우로 인한 범람, 그리고 그에 따른 보조댐 상층부 일부 유실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며 천재(天災)에 의한 불가항력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한국 서부발전은 ‘라오스 세남노이 보조댐 붕괴 경과 보고’를 통해 사고 3일 전 댐 상단부에 다수의 균열 또는 침하를 발견했으며, 특히 중앙부의 침하는 약 11cm에 달했다는 내용을 공개해, SK건설의 시공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NIC)는 독립된 전문가 단체인 국제 전문가 패널(IEP)에 사고 원인 조사를 의뢰했고, 지난 5월 28일 IEP가 보고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붕괴가 적절한 조치를 통해 막을 수 있는 사고였으며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IEP는 3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와 지질조사 결과 ▲사고 당시 강우량이 많긴 했으나 최고 가동 수위보다 훨씬 낮을 때 붕괴가 시작되었고 ▲붕괴된 보조댐 기초지반의 토사층에 균열·침식 등으로 형성된 작은 물길(파이핑)이 내부 침식 및 연화를 초래해 붕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SK건설은 반박 입장을 내놨다. IEP의 결론이 과학적·공학적 근거 및 데이터가 결여된 경험적 추론에 불과하므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SK건설은 또 한국 정부 조사단 및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업체들이 사고 직후부터 라오스 정부의 요청으로 옵저버로 참여하면서 정밀 지반조사 등 원인조사를 수행했으며, 이들은 IEP와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반박하며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시민사회 TF 회원들이 23일 SK 본사 앞에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사고 1년을 맞아 SK건설과 한국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시민사회단체, SK건설의 책임 촉구

한국시민사회 TF는 SK건설이 라오스 정부의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면, 반박 논리를 입증할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인 데이터 역시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시민사회 TF는 사고 초기부터 SK건설과 서부발전, 그리고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해왔다.

특히, SK건설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집중호우에 대해 WMO(세계기상기구)의 자료를 이용해 반박한 데 이어 시공 전 환경영향평가 부실, 공기 단축, 설계 변경 등 여러 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23일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시민사회 TF는 SK건설이 ‘인재’라는 NIC의 결론을 받아들이고, 하루라도 빨리 진심 어린 공식 사과와 정당한 배상 및 보상 등 후속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SK건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책임과 배상금 등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SK건설 관계자는 IEP의 결론 반박과 재조사 요청과 관련해 “현재 라오스 현지에서는 SK건설이 요청한 재조사와 관련해서 아무런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라오스 정부가 재조사 요청에 응할지, 그 경우 어떤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할지 등이 모두 미지수여서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안재현 SK건설 사장(맨 왼쪽)이 지난해 라오스의 사고 현장을 방문해 구조∙구호 활동 및 피해 복구 작업에 대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SK건설)


SK건설, “책임·배상금·신뢰도 등 우려하지 않아”

또 이 관계자는 현재 라오스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피해 규모에 대한 조사가 진행 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에 관한 조사와 별개로 현지 주민이 입은 실제 피해 규모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를 개별적, 포괄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재조사가 진행되더라도 SK건설이 책임 당사자로 지목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그렇게 되면 SK건설은 배상금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공사수행능력과 관련한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향후 해외 건설 사업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 대해 SK건설은 섣부른 부정적인 시선을 경계했다.

SK건설 관계자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더라도, 라오스의 경제 규모 및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하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액수는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NIC 발표에 대한 반박 및 재조사 요청이 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관계자는 “SK건설은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이후에도 해외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수력발전 댐 건설 외에 SK건설이 강점을 가지고 주력하고 있는 플랜트 등 다른 건설 분야에서는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한국시민사회TF가 전달한 공동성명의 요구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를 통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적절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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