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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기 회장 떠난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 카드로 ‘안정화’ 도모

송 회장, 최대 지분 확보 유력 … 전문경영인 체계로 R&D 추진 이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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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82호 이동근⁄ 2020.08.21 09:21:19

2015년 총 5조원에 이르는 신약기술 수출계약을 이뤄내며 한국 제약업계 연구개발(R&D)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후계구도에 세인의 관심이 몰렸었다. 그의 아들과 딸들이 모두 회사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그동안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던 송영숙 가현문화재단 이사장을 수장으로 선택했다.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와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 출처 = 한미약품


한미약품이 R&D의 상징이 된 것은 5년 전인 2015년, 릴리, 얀센, 베링거, 사노피 등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이후 상당수의 계약이 파기되면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래도 국내 제약사가 당당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쾌거로 남았다.

한미약품의 R&D가 두각을 드러낸 것은 그보다 앞선 2009년, 국내 최초 개량신약인 고혈압 복합치료제 ‘아모잘탄’의 출시 이후다. 이처럼 단기적으로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한미약품의 전략은 점차 한국 대형 제약사 대부분이 택하는 방식이 돼 갔다.

다른 제약사들이 매출의 약 5%를 R&D에 투자할 때 한미약품은 10% 이상을 투자해 갔으며, 최근인 2019년에는 매출의 18.8%(2098억 원)을 투자하기에 이르러 한국 제약업계 R&D의 상징이 됐다. 이어 2016년에는 ‘제 1회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 2016’을 열며 한국형 R&D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실은 우연이 아니라 임 회장의 뚝심이 일궈낸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였다. R&D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오너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임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제약업계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큰 관심을 보였다. R&D의 상징인 한미약품이 후계 구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체질을 바꾸게 될 수 있어서다.

부인 송영숙 회장 취임, 문제는 없을 듯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왼쪽)과 고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2일 임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약 일주일 뒤인 10일, 한미약품은 송영숙 가현문화재단 이사장이 회장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송영숙 이사장은 임 회장의 부인으로 2017년부터 한미약품 고문 역할을 맡아왔지만 경영 전면에는 나선 바 없었다. 업계에서는 의아해 했다. 송 이사장보다는 장남인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대표이사 사장에 관심이 쏠렸었기 때문이다.

임종윤 대표이사는 북경한미약품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고, 2016년부터는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 대부분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을 맡아 대외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의 지배 정점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다. 이 회사는 한미약품의 지분 21.39%를 보유하고 있고, 제이브이엠 지분도 37.42%, 온라인팜의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임성기 전 회장에 이어 2대 주주이자 한미사이언스 현 대표인 임종윤 대표가 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었다.

물론 지분상으로는 송영숙 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보유 구조 때문이다. 임성기 전 회장은 이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중 34.27%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장남인 임종윤 대표가 3.65%,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이 3.55%, 차남인 임종훈 한미헬스케어 대표가 3.14%를 보유하고 있다. 송영숙 신임 회장은 불과 1.26%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임성기 전 회장의 지분이 법정 비율에 따라 나눠질 경우 송 여사는 1.5, 자식들은 1의 비율로 주식을 물려받게 된다. 임 전 회장의 지분 상속은 유족들 사이에서 아직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한미약품 측의 설명이지만, 송 회장은 11.4%를 물려받아 12.66%를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로 단숨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경영공백 최소화, 후계구도 대립 방지

송영숙 회장의 취임은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는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고 향후 후계구도 정비를 위한 포석이다. 지분 상속 다툼을 사전에 예방하고, 임종윤 대표가 회장직에 오르기 전까지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키를 송 회장이 잡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전문경영인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그룹의 주축인 한미약품은 전문경영인인 우종수(경영관리부문)·권세창(R&D)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전자에 무게추를 두고 보고 있지만, 후자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국내에서 전문경영인 체계로 운영되는 제약사는 적지 않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은퇴 이후 지금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 중이며, 대웅제약 역시 윤재승·이종욱 공동대표 체제에서 윤재춘·전승호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 바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경우 그룹 총수인 강정석 회장은 동아제약과 동아오츠카 이사회에만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고,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ST, 에스티팜 등은 전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꾸려가고 있다.

JW중외그룹 이경하 회장은 2017년 JW중외제약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고 그룹의 지주사인 JW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JW중외제약은 신영섭 대표이사가 경영하고 있다. 보령제약도 오너가인 김은선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안재현·최태홍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한미약품 우종수·권세창 체계로 흔들림 적을 듯”

전자든 후자든 일단 송 회장의 취임에 대해 한미약품 임직원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력인 신약개발에 있어 제약이 걸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우선 송 회장이 한미약품그룹과 계열사 설립·발전 과정에서 임 전 회장과 주요 경영 판단 사항을 협의하는 등 가까이에서 한미약품그룹 성장에 조용히 공헌해온 바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송 회장은 한미약품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북경한미약품을 2001년 설립할 당시 사진과 문화에 조예가 깊은 송 회장이 임 전 회장에게 많은 조언을 하며 정치·문화적 차이 때문에 발생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고 임성기 회장의 사후라고 해서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승계 관련 잡음도 현재는 없는 편인 데다, 주축인 한미약품의 우종수·권세창 전문경영인 체계가 확립돼 있어 큰 문제가 근 시일 내에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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