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3호 이될순⁄ 2020.09.01 09:46:19
“연금-펀드 통해 주식 하세요.”
미국에서의 주식 운용 성공 경험을 한국에 전파하면서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존 리 대표의 주장이다. 주식 초보 투자자들이 종목을 직접 고르거나 전문가들의 섣부른 예측을 따라가기보다, 연금저축펀드를 통해 먼저 투자에 입문하라는 것이다. 개인은 ‘안전하면서도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기업은 유입된 투자금으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어 투자자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최적의 돈 흐름 방식이기 때문이다. 존 리 대표의 이러한 주장은 1980년대 이후 주식시장을 통해 국가 경제의 부활을 이뤄낸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적극적인 주식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장난감 대신 ‘장난감 회사에 투자한 펀드’를 선물하라는 식이다. 좋아하는 맥주가 있다면 맥주 마실 돈으로 그 맥주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인이 흔히 말하는 “주식 하면 패가망신 한다”는 고정관념과는 사뭇 다른 말들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펀드 매니저로 활약했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코리아펀드’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1991년부터 15년간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는 동안 누적 수익률은 1600%에 육박했다. 특히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주식을 3만 원, 2만 원에 사들여 10년 가까이 장기 보유한 뒤 440만 원, 140만 원에 각각 팔아 각각 140배와 70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많은 이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존 리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주식 투자는 노후를 위해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월급과 저축만으로 100세 시대를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은 아직도 싸고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존 리에게 그의 투자 방식과 철학을 들어봤다.
- 대표님이 성공을 거둔 1980~2000년대는 글로벌 시장이 다 성장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치투자나 장기투자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이미 고성장이 끝나고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장기투자나 가치투자를 하는 게 맞을까.
당연하다. 기업은 계속 생긴다. 테슬라, 애플 등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생겨났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인간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만들려고 하기에 기업은 계속 탄생할 것이다. 결국, 기업의 가치를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된다. 부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여러 핑계를 대며 주식을 부정적으로 대할 뿐이다.
- 한국 금융시장은 미국에 비하면 특수성이 많다. 일단,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있고 신흥국으로 분류되면서 국제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장기투자가 가능한 여건인가.
가능하다. 좋은 기업에는 돈이 몰리게 돼 있다. 이런 것들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기업이 탄생하면 된다.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이 옛날엔 1조 원도 안 됐다. 그런 회사가 지금은 300조가 됐는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쁜 것만 보려면 한없이 나쁜 것만 보일 수밖에 없다.
- 장기투자 측면에서 봤을 때, 역사적으로 미국의 다우지수나 나스닥, S&P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나.
한국 사람들이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되는데, 하지 않아서 그렇다. 주식에 돈이 들어오면 주가가 계속 상승하지 않겠나. 그런데 투자를 안 한다. 한국 사람들은 주식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박스권에 머문다고 그런다.
한국 주식의 40%는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나라면 한국 주식을 산다. 이유는 싸서다. 한국 주가가 박스권에 20년 동안 머물러 있었다. 미국 주식은 계속 우상향했다. 우상향했다는 건 주가가 꾸준히 올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국 주식이 쌀까, 한국 주식이 쌀까. 어떤 주식을 살까.
- 지금은 코로나 국면에 4차산업혁명도 합쳐지면서 가치 주의 시대가 끝나고 성장주의 시대로 간다고들 한다. 단적인 예로, ‘꿈을 먹고 오르는 주식시장이다’ 이런 얘기가 나온다. PER, PBR로 계산되는 게 아니라 PDR, 즉 Price Dream Ratio로 주식회사가 가치 판단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 있는 주식을 사는 게 지금 트렌드와 맞는지 궁금하다.
아마추어들이다. 주식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주가는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투자를 해야하는 것이다.
PDR은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이게 기초여건(펀더멘탈)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랫동안 갈 현상도 아니다.
물론, 주식에는 꿈도 포함된다. 그러나 허황된 꿈은 좋지 않다. 자신이 회사를 잘 알아보고 사야 하는 이유다. 물론, 성장 가능성 있는 회사를 알기 쉽지는 않다. 그래서 더 많이 조사해 보고, 남들보다 한 발이라도 더 뛰도록 노력해야 한다.
- 쓰신 책이나 동영상을 봤다. 보면서 느낀 건 대표님만의 투자의 철학이 있는 것 같다. ‘가치투자, 장기투자’다. 즉, “좋은 아이템이나 사업하는 회사를 발굴해 꾸준히 그 회사 주식을 매입하자”로 해석하면 되나.
그렇다. 장기투자 할 때는 연금을 활용하자. 퇴직연금, 연금저축을 꾸준히 해야 한다. 처음 시작할 땐 이 두 가지에 중점을 두라고 설명한다.
- 그렇다면 대기업 주식도 가치투자나 장기투자가 가능할까.
대기업 또는 소기업으로 나누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즉, 기업의 크기와 가치투자는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가치가 있는 회사라고 판단이 된다면 크든 작든 투자하면 된다. 작은 기업도 가치투자 할 수 있고, 큰 기업에도 가치투자를 할 수 있다.
- 가치투자라는 개념을 명확히 하자면?
가치투자라는 것은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인지 아닌지가 핵심이다. 그래프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회사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그래프만 보고 투자를 한다. 회사 주가가 오를 것 같다고 추측해 투자한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다. 한국 사람들은 투자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 대표님이 말하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는 젊은 세대에게는 맞지만 60-70대 노년층도 장기투자하는 게 맞을까.
노년층도 장기투자하는 게 맞다. 100세까지 살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식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젊을 때는 주식에 100% 투자를 하고, 나이가 들면 40%로 줄이는 식이다. 나갈 돈이 많기 때문이다.
- 요즘은 성장주 시대인 것 같다. 고(高)벨류에이션 주식들은 주가가 계속 오른다. 오르는 주식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가치가 없으면 오르고 가치가 없으면 내리는 게 순리다. 금융 철학을 갖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회사의 기초여건(펀더멘탈)이 튼튼하면 사고, 안 튼튼하면 안 사는 게 맞다. 자신의 주관과 철학이 중요하다.
- 시장의 트렌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버핏은 가치주, 전통주를 좋아했는데 버핏이 델타항공을 전량매각했다. 버핏이 이쪽을 전량매각한 것을 보면 이제는 주식 시장의 트렌드가 바뀐게 아닐까.
트렌드와 상관이 없다. 기초여건(펀더멘탈)이 변한 것이다. 워렌 버핏도 코로나19가 올 줄 몰랐다. 코로나로 이제는 항공주에서 수익이 나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니 판 것이다. 버핏의 투자 철학이 변한 게 아니고, 단순히 항공회사가 돈을 벌기 힘들어 보이니까 판 거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마지막으로 젊은층에게 조언한다면.
금융 철학은 변함이 없다. 가치 주를 사야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 젊은 친구들은 주식을 시작해라, 단, 흔들리지 말고 꾸준히 해라. 장기적으로.
또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여유자금을 만들어라. 부채는 만들지 말아라. 퇴직연금부터 잘 알아보고, 연금저축펀드를 무조건 해라. 가장 기본이 되는 것부터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