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은 누가 될까.
금융권 수장들의 하반기 인사시즌이 막을 올린 가운데 KB금융지주의 인선 작업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인선 과정에 돌입했을 뿐만 아니라, 윤종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자군 4인, 비즈니스 경험 충분해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차기 회장 후보군 4인을 확정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에 따르면 윤종규 현 KB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최종 후보자군(숏 리스트)으로 결정했다. 4명 가운데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만 외부 출신이다.
KB금융그룹 이사회 관계자는 “회장 최종 후보자군으로 선정된 내부 후보자들은 모두 그룹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충분히 쌓았고 경영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내부에서 체계적으로 육성된 인물들이며, 외부 후보자 또한 국내 유수 금융회사의 은행장 등 CEO급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규 회장, KB금융 체질개선·내부 소통 탁월
금융권 안팎에서는 4인 후보 가운데 윤종규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4년 취임한 윤 회장은 은행·비은행 부문을 아우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KB금융의 체질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성공적인 M&A(인수합병)다. 그동안 KB금융은 은행 외의 포트폴리오가 다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윤 회장은 취임 이후 증권·손해보험사 등을 인수하면서 체질을 개선해왔다. 지난 2014년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 인수를 시작으로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2016년 KB증권(옛 현대증권)을 인수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올해 8월에는 약체로 평가받던 생명보험 부분도 보완했다. 우량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 생명을 인수하면서다. 푸르덴셜 생명은 업계 6위로, 자회사 KB생명과 합치면 수입보험료 순위가 17위에서 9위로 뛰어오를 수 있어 내부 기대가 높다.
KB금융 측은 “기존 KB생명만으로 한계가 있던 그룹 내 생명보험 부문의 시장 영향력이 강화될 전망”이라며 “고소득 고객 비중이 높은 푸르덴셜생명의 65만 고객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질을 바꾸자 수익개선도 따라왔다. 윤 회장이 취임하던 2014년 KB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약 1조 4000억 원으로, 당시 1위를 기록하던 신한금융과 1조 원가량 격차가 났다. 그러나 윤 회장 취임 이후 격차를 좁혀 나갔고, 지난 2017년에는 1위 자리에 올랐다.
올해 2분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망치를 훌쩍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KB금융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굳어진 건 순이익 3조 원을 기록한 2017년이 기점이다.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순이익 3조 원을 기록하면서, 윤 회장 취임 이전 대비 약 2배의 순이익 개선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글로벌 사업도 공들이고 있다. KB금융은 글로벌 사업 후발주자로, 해당 분야에서 다소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M&A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 금융기관(MDI)인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를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분 70%를 인수했으며 향후 30%를 추가 인수해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프라삭은 현지 전체 금융기관 중 대출 시장점유율 3위로, 캄보디아 내에 177개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8월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지분 67%를 인수해, 부코핀 은행 최대주주에 올랐다. 부코핀은행은 1970년에 설립된 인도네시아 중형은행으로 412개의 지점 및 835개의 ATM 등 인도네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윤 회장은 내부 소통을 강조해온 CEO로 꼽힌다. 취임 이후 매년 전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타운홀 미팅’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미팅이 어려워지자 비대면 형태의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16일 최종 1인 확정 … 25일 주주총회 추천
윤 회장의 2017년 연임과 관련해 잡음도 있었지만, 관련 사항에 대해 KB금융 측은 올해는 2017년과 다르게 그런 문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앴다는 입장이다. 당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의 사외이사 대부분은 회장을 선임하는 회추위 위원인데, 당시 윤 회장이 사추위에 속해 있었고 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KB금융 관계자는 7일 “현재 회장 후보자 평가 요건을 강화했다. 2017년에는 윤 회장이 사추위에 속해 논란이 됐는데, 이후 사추위에서 빠졌다. 또 회추위의 경우 원칙적으로 회장이 들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오는 9월 16일에 최종 후보자군 4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며, 회추위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7인 중 5인)의 득표를 얻은 후보를 회장 최종 후보자로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