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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형제 소송’에 "걸 만한 이유 있었다" 사연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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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동근⁄ 2020.09.23 10:17:49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출처 = 현대카드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어머니가 남긴 상속 재산의 일부를 달라며 동생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금융권 전체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수장으로 알려진 그가 고작 수천만 원대 소송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쉽게 언급하기 어려운 사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부친인 정경진 전(前) 종로학원 이사장과 함께 자신의 형제인 정해승·정은미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2월 별세한 모친 조 모 씨가 남긴 약 10억 원의 재산에 대한 법적인 상속분에 대해서였다.

정 부회장이 부친과 함께 제기한 것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으로 불리는 종류의 소송이다. 유류분은 법정 상속인이 최소한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즉 재산 상속 과정에서 고인(故人)이 유언장을 통해 재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더라도, 가족이라면 일정 금액을 상속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다.

정 부회장의 모친이자 종로학원 설립자인 조 모 씨는 2018년 3월 자필로 쓴 유언증서에 ‘나 조씨가 죽으면 서울 종로구 동숭동 일부 대지와 예금자산 약 10억 원 전액을 정해승 씨와 정은미 씨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과 그의 부친이 일부 재산을 받을 자격을 확인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여러모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세법상 정 부회장 부자가 상속세를 낸 뒤 남는 금액은 수천만 원에 불과하다. 수천만 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가족 사이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소송을 하면서 받아내기엔 큰 돈은 아니다.

참고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26억 6300만 원(퇴직금 제외)의 보수를 받아 전체 금융권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연봉 킹’으로 불린 바 있다.

소송, 수천만 원 욕심나서가 아니다?

이같은 소송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가족 내부의 속사정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모친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섭섭한 태도를 보인 형제들에게 조금이라도 상속금을 주고 싶지 않아 소송을 벌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한 재계 관계자는 부친인 정경진 전 종로학원 이사장이 소송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정 부회장의 모친이 별세했을 당시 막내인 정은미 씨는 입관·영결·하관에 이르는 장례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않으면서 유산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는 태도에 대해 실망감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이 소송을 낸 이유에 대해 “모친이 돌아가시기 전 병수발을 하던 때부터 아버지를 모시게 되는 지금까지 형제들이 보여준 태도로 인해 감정이 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여동생 정은미 씨가 이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글을 올려 가족 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민청원에 올라온 내용이란 여동생 은미 씨가 2018년 연말에 정 부회장이 지분 73.04%를 보유한 서울PMC(옛 종로학원)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낸 것을 뜻한다. 은미 씨의 이 회사 지분은 17.73%다.

이 소송에서 은미 씨는 1심과 항소심 모두 패소했고, 이후 그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 부회장이 사익을 챙겼다며 ‘갑질 경영’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다는 요지의 글을 두 차례 올린 바 있다. 결국 정 부회장은 평판에 손상을 입으면서 크게 상심했고, 결국 은미 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 부회장 측은 유언장의 진위에도 의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과 정경진 씨는 해당 유언장이 ‘조 씨의 평소 필체와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한 바 있는데, 2018년 3월 무렵 조 씨의 건강이 악화해 당시 의사능력이 정상이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당시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측이 유언장에 적힌 필체가 평소 필체와 동일하다며 정해승·정은미 씨의 손을 들어줬다.

“유류분 수천만 원, 받으면 장학회 기능 할 것”

정 부회장이 받을 돈에 욕심을 내고 있지 않다는 증거는 더 있다. 정 이사장 측은 정 이사장과 정 부회장이 받게 될 유류분을 정 이사장이 설립, 운영 중인 ‘용문장학회’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969년 설립된 용문장학회는 지금까지 5000명에 달하는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들에 학자금 및 생활비 지원을 해온 곳이다.

유명 수학 강사로 종로학원을 설립한 정 이사장은 검정고시를 치른 후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입학금이 없어 등록하지 못하던 때, 한 지인이 빌려준 1만 원으로 대학에 무사히 입학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과 같은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장학회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한편 정 부회장은 현재 부친인 정 이사장을 자신의 집 근처로 모셔 보살피고 있다. 모친의 장례를 치른 후 부친을 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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