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7호 이될순⁄ 2020.10.29 10:12:21
주식 열풍에 이어 공모주 청약에도 바람이 분다. 국내 주식 시장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주식 시장에서도 공모주들이 상장 이후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다. 문화경제는 뜨거워진 공모주 시장에 대해 분석해보고 이를 3편으로 나눠 연재한다. 마지막 편은 중국이다.
[증권계 ‘로또’ 공모주 ① 국내] “IPO도 동학개미” … 주관 증권사들, 수수료 대박
[증권계 ‘로또’ 공모주 ② 미국] 美 신규상장 주식들, 수익률 2배 … IPO 실적 방긋
중국, 자금 조달 위해 자본시장 개혁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내세우면서 과학기술 등 신산업 업종 기업의 IPO(기업공개)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과창판(科創版, 커촹반) 공모주 투자 열기가 가장 뜨겁다. 과창판은 과학창업판의 줄임말이다.
중국 본토 주식 시장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는데, 상하이 거래소와 선전 거래소다.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은 메인보드(상해 A주와 상해 B주)와 과창판으로 나누어진다. 선전 증권거래소가 운영하는 시장은 크게 메인보드(선전 A주와 선전 B주), 중소판(中小板, SME), 창업판(創業板, 차이넥스트)이다.
상하이 거래소의 과창판 시장은 중국 정부가 신성장 동력 육성을 위해 작년 7월 출범했다. IT부터 바이오까지 신생기업들이 상장된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대표 IT 기업들은 주로 미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됐는데, 과창판은 이러한 유망 IT 스타트업을 중국 증시에 붙잡기 위한 묘책으로 탄생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상장 유도를 위해 주식 등록제를 처음 시행하고 상장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과창판과 창업판에 주로 사용되는 주식 등록제는 기존의 인가제와 달리 상장 예비기업들이 필요한 서류만 제대로 제출하면 거래소에서 검증하고 20 거래일 이내 증감회의 등록 절차를 거쳐 바로 상장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증감회로부터 상장 승인 인가를 받기 위해 길게는 수년씩 대기해야 했던 것과 비교된다.
상장 요건 완화는 10% 내외로 제한한 상‧하한가 변동폭을 20%로 확대했고, 영업 이익을 실현하지 못해도 잠재 성장성이 인정된 경우, 상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과창판 출범 당시에 첫 상장 기업 수는 25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40개, 상장 준비 기업은 400개 이상이 됐다.
27일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최근 1년(2019년 7월~2020년 8월) 중국에 상장된 공모주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약 183%(362개 종목 상장 후 14일 최고가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창판 상장 공모주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210%(165개 종목)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당국이 올 4월 창업판 IPO 제도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창업판 개혁을 시행해 투자 가능한 공모주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며 “코로나19로 수익 기반이 약한 스타트업과 중소 창업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자 자금 조달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제도 개혁”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모주 간접투자만 가능 … 펀드는 완판
과창판은 중국 본토에서도 전문 투자자만 투자가 가능하다. 외국인의 직접 투자는 불가능하지만, 간접투자는 가능하다. 국내에서 과창판 공모주 투자 펀드가 출시 중인 게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중국공모주투자펀드 2호’는 과창판과 창업판, 메인보드, 중소판 등 중국 주식 시장에 신규 상장하는 공모주에 투자한다. 지난 8월에 1호가 출시된 이후 두 달만이다. 1호는 열흘 만에 목표 판매 금액 500억 원을 달성한 바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최근 공모주들이 상장 이후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중국 IPO 시장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최근 출시한 한국투자중국공모주투자펀드 1, 2호는 간접적으로 과창판, 창업판 등의 IPO에 투자하기 때문에 중국 공모주의 성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리모델링도 눈에 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중대형 성장주에 투자하는 한화차이나레전드A주 펀드를 중소형‧성장주 투자로 개편해 한화중국본토레전드중소형주펀드로 판매했다. 중국의 7대 신흥전략산업(정보기술·첨단제조업·바이오·신소재·신재생에너지·환경보호·전기차)이면서 13차 5개년 계획에서 미래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은 정보기술(IT)·소비·소재·헬스케어 등 신경제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브이아이자산운용도 중국 공모주 펀드를 과창판에도 투자 가능하도록 리뉴얼했다.
이처럼 운용사들이 중국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은 데는 중국 본토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활황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창판 상장을 통해 사상 최대인 344억 달러(약 40조) 모집을 선언한 앤트그룹 상장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중국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2015년에도 있었으나 기관 배정 물량이 적었고, 상장 종목 수 부족 등으로 투자에 한계가 있었다”며 “작년에 과창판이 개장한 뒤 상장 종목 수가 증가하고 기관투자자 배정률이 개선돼 중국 공모주에 대한 판매량이 올해부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배당소득세‧배당소득 인지해 투자 필요
해외 공모주 펀드는 배당소득 15.4%를 과세한다. 국내 펀드는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과 이와 관련된 장내 파생 상품 거래의 매매차손익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해외 펀드는 주식‧채권의 양도차손익, 이자, 배당수입, 환차손익 등 모든 손익을 과세 대상으로 한다.
또 배당소득 2000만 원이 넘을 때 금융종합소득세 대상이 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 증권회사 등을 통해 투자하는 경우, 펀드 이익을 받으면 증권사들이 국내에서 원천징수를 하는데,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해 2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분리과세되고 2000만 원을 초과할 때에는 종합과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