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지음 / 미래의 창 펴냄 / 304쪽 / 1만 6000 원
이 책은 50개 주와 도시의 이름을 통해 미국 역사를 펼쳐낸다. 지명에는 그 지방을 건설한 민족의 이야기와 역사가 녹아 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온 영국인, 캐나다에 정착한 프랑스인, 가장 먼저 식민지를 건설한 스페인인, 그리고 이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 등은 북미 대륙에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었고 이름에 그 흔적을 남겼다.
언어학자인 저자는 언어학, 인류학, 신화학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미국의 모습을 풀어낸다. 1부는 본격적으로 50개 주로 역사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알아야 할 기본적인 북미 개척사를 정리하며 왜 영국이 승자가 되었는지 명쾌하게 해설한다. 2부는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뉴잉글랜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3부는 프랑스가 개척했던 중부 지역의 주를 보여준다. 4부는 강제로 고향에서 쫓겨나야 했던 원주민들의 흔적을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통해 보여주고, 5부는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스페인 개척의 흔적을 쫓는다.
동부의 주와 도시 이름에는 영국의 군주나 개척자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버지니아주는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한때 미 대륙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컸던 루이지애나는 프랑스의 루이 14세에게 바친 땅이다.
미네소타, 미주리, 미시시피같이 ‘미’로 시작하는 지명은 지형적 특징을 담았던 인디언 언어의 특성을 담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원래 스페인 소설에 등장하는 환상의 섬 ‘칼라피아’에서 나온 이름이었다. 이처럼 이 책은 단순히 역사적인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과 관련된 개척사를 지명과 함께 풀어줌으로써 미국의 역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알게 해준다.
저자 김동섭은 성균관대 불문과를 나와 파리5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수원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에서 프랑스 언어학, 문화인류학, 신화학, 라틴어 등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