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고래 지음 / 웨일북 펴냄 / 324쪽 / 1만 5000원
“오해하지 만고 들어." 아, 이건 불길한 대화의 전조다. 마음의 방어진을 단단히 쳐둔다. 이 책은 흔히 오가는 대화 속에 숨은 인간의 삐딱하고 속 좁은 진심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왕고래 작가는 이런 말을 ‘미운 말’이라 칭한다. 그 대화의 결은 일관되게도 한 가지 콘셉트를 고수한다. “함부로." 공격적인 단어가 담겨 있지 않음에도 심각하게 사람의 폐부를 찌른다. ‘후회 방지 대화 사진’은 무심결에 내뱉는 독한 말들의 민낯을 속속들이 따져본다.
거북한 말은 듣고도 그 자리에서 바로 반박하지 못했던 것은 당신이 어리바리해서가 아니라, 나보다 모두의 기분은 생각하는 다정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어서라고 저자는 풀어준다. 이처럼 쓴웃음으로 그 순간을 모면해야 했던 유순한 당신에게 저자는 그 순간의 위기를 센스있게 넘길 수 있도록 힌트를 준다.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미운 말을 타도해나가자는 조언이다.
언짢은 대화의 흐름을 말 한마디로 진화시키는 강단있고 세련된 화법을 저자는 알려주고자 한다. 저자가 전하는 표제어들을 하나씩 체득하다 보면 우아하게 나를 지키고, 온화하게 남에게 표현하는 자신이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자존감이란, 큰 사건보다 일상의 작은 부딪힘에서 나도 모르게 깎여나가곤 하기 때문이다.
지은이 왕고래는 다음카카오의 ‘브런치’ 코너에서 2만 1000 독자를 확보한 작가이다. 좋게 표현하면 내성적이고, 더 크게는 내향적이다. 소심한 기질 덕에 아는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깊은 바다를 긴 시간 자유로이 유영하는 고래가 되길 소망하기에 필명이 왕고래다. 지은 책으로 ‘소심해서 좋다’ ‘심리로 봉다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