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석호 지음 / 크레타 펴냄 / 384쪽 / 1만 7000원
2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해온 저자는 국제 분쟁 전문기자로서 많은 분쟁 지역을 방문하고 취재했다. 그는 분쟁 지역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장벽들을 만났다.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세력과 세력 간의 장벽이다. 한쪽은 장벽을 쌓고 다른 한쪽은 장벽을 넘어가거나 없애려 한다. 저자는 거대한 장벽들의 벽돌 하나, 철조망 한 가닥마다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수많은 갈등과 분쟁의 역사, 주민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 책은 20세기에 만들어진 다섯 개 장벽에 관한 이야기다. ‘냉전의 상징’ 베를린 장벽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의 분리 장벽, 미국의 멕시코 국경 장벽, 한반도 비무장지대에 만들어진 철책과 장벽,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장벽’인 무역 장벽이다. 이들 장벽은 건설 주체는 서로 다르지만 만들어진 배경에는 미국과 소련, 영국, 독일, 중국 등 강대국의 이해와 역학 관계가 복잡하게 작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미국과 소련의 냉전 등 유럽과 아시아, 중동,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가장 굵직한 사건들과 연관돼 있다.
갈등의 순간에 탄생한 장벽들은 때론 갈등 확산과 충돌을 막았지만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20세기에 건설된 다섯 개의 장벽을 통해 저자는 누가 현명했고 누가 어리석었는지, 또 우리 삶의 궤적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가장 폐쇄적인 장벽으로 비무장지대를 꼽았다. 비무장지대는 세계에서 가장 긴장도가 높은 휴전지역이다. 그 어떤 장벽도 비무장지대처럼 완벽할 정도로 상호 이동을 통제한 장벽은 없었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영속하는 장벽은 없었다.
저자는 세계일보를 거쳐 현재 TV조선 기자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