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즈 켄 지음 / 한빛비즈 펴냄 / 200쪽 / 1만 3800원
20년간 암 환자 4천 명 이상을 상담해온 일본의 정신과 의사 시미즈 켄은 환자에게 묻는다. "1년 후 내가 이 세상에 없다고 상상해 봅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변함없이 계속할 수 있나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시미즈는 암 선고를 받은 환자들의 말과 행동에서 놀라운 공통점을 발견한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어요. 이제 정말 나답게 살겠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살던 남자,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살던 엄마, 다른 사람을 믿지 않던 직장인, 평생 ‘또 다른 나’에 갇혀 살던 의사…. 이런 환자들의 변화에서 저자는 “환자들로부터 의사인 내가 인생에 대해 더 많은 걸 배운다”며, 정해진 시간 앞에서 후회 없는 삶, 좀 더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돕겠다며 정신과 의사의 길을 택했지만, 정작 자신도 ‘이렇게 살아도 정말 괜찮을까’를 자문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그에게 암보다도 더 어려운 고민을 던진다. “이제 저는 이떻게 살아야 하나요?”라는.
곧 삶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고자 애쓰는 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사연들을 보면서 시미즈는 자신의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운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나는 진심으로 그 환자들을 존경하게 됐다. 그 결과 내 인생도 달라졌다. 대단한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인생이 뒤바뀌는 거창한 변화는 아니지만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하는 일’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게 됐다.(9쪽)
우리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지만, 평소 실감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오늘 하고 싶은 일을 내일로 미룬다. 변화를 원하지만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그런 우리에게 먼지 삶의 끝을 의식한 사람들이 꺼내놓는 이야기가 바로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면 충분합니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적는다.
1년 후 자신이 병상에 누워 있다고 가정해보자. 1년 후의 자신이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때 지금 삶의 방식을 원망하면서 이러쿵저러쿵 후회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일부러 그렇게 생각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 하루는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지금 여기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 가도록 할 테니 말이다.(1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