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기⁄ 2022.01.26 11:08:26
세계 2위 비트코인 채굴국인 카자흐스탄은 가상화폐 채굴업체에 대한 전기 공급을 이달 말까지 중단한다고 25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중앙아시아의 대규모 국가 정전 사태를 우려한 조치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영 송전망공사는 이날 "오는 1월 31일까지 가상화폐 채굴 회사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한다"라고 밝혔다. 최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등 주요 중앙아시아 국가 핵심 도시에서 정전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시크탄, 키리기스스탄 세 국가의 전력망은 한 데 연결됐으며 전력망이 카자흐스탄 북쪽부터 남부 도시 지역과 키르기스스탄, 우주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날 키리기스스탄의 주민들도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전력으로 운행되는 트롤리버스에서 내려 버스를 밀고 가는 등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의 정전사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키르기스스탄 에너지부는 이번 정전 사태가 카자흐스탄 내 중앙아시아 지역 통합 전력망에 문제가 생긴 탓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송전망공사도 이에 동의하며 "이날 자국 전력망이 불안해져 (전력)사고가 일어났으며 이에 따라 공급되는 전력 규모가 급증해 일시적으로 송전 중단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국제금융센터(AIFC)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가상화폐 채굴금지 불가 상황에 대해 "여전히 우리 국가는 채굴 사업자들에게는 좋은 곳이며 오는 3월이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라며 세계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 중 일부는 "채굴이 줄어들면 수량이 덜 늘어나니 호재인 상황이 아니냐?",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장기적으론 채굴이 힘드니 코인 가격은 오를거다"라며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가상화폐 채굴 국가의 정전 이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월, 미국 텍사스에도 대량 정전사태가 빚어지자 일각에선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전기를 끌어 쓰는 바람에 시민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텍사스주 측에서는 "대량 정전은 사막 기후인 텍사스에 예기치 못한 한파가 찾아와 전력이 바닥나는 바람에 발생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는 저렴한 전기료 때문에 수많은 채굴자가 많게는 수십억 원 이상의 장비를 사용하며 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있다.
한편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전 세계 가상화폐 채굴 점유율이 1.4%에서 8.2%로 6배 증가하면서 전 세계 가상화폐 2위 채굴국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