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지난 IMF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품은 단연 IT 관련제품이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반도체지만 숨겨진 부품이 아닌 소비자들의 눈에 직접 선보이는 제품 중 가장 으뜸인 상품은 단연 LCD 패널이다. 이 패널은 컴퓨터의 모니터·휴대폰·TV 뿐 아니라 전자액자·냉장고·세탁기에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며 효자상품 노릇을 하고 있다. [본문] 일반적으로 가전기기에서 반도체의 고장은 소비자가 인식하기 어려워도 LCD패널은 단번에 알아차리고 평가가 들어간다. 실제로 컴퓨터의 CPU나 메모리, 휴대폰의 칩이 망가지게 되면 고객은 그 책임을 반도체 제조회사가 아닌 완성된 가전기기 제조사의 불량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LCD모니터가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되면 “○○제품의 LCD는 역시 불량이야”라고 말한다. 이는 반도체가 가전기기 내부에 있다면 LCD는 외장에 위치하기 때문. ■ LCD모니터 불량신고율 해마다 증가 그래서 LCD모니터는 사소한 떨림으로도 브랜드 가치가 천국과 지옥을 왕래하기도 한다. 그런데 국내 LCD제품들에 대한 소비자 항의 건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통계에 따르면 LCD의 불량화소로 인한 불만 건수는 지난 2006년 기준 총 280건으로 전년대비 9.8% 증가했다. 그리고 불량률로는 노트북 컴퓨터 액정의 불량에 의한 소비자 신고가 가장 많은 108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년 대비 77%나 증가한 수치여서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 다음으로 가장 높은 불량신고 증가율을 보인 제품은 LCD-TV의 화면이며 이는 26.1%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데스크탑 컴퓨터의 모니터 화면은 전년대비 16.5% 감소한 91건, 디지털 카메라도 전년대비 16.1% 감소한 52건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대적으로 크고 자주 쓰이는 패널이 자주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LCD 패널, 고장 심각해야 서비스 가능 소보원에 따르면 A씨(여·20세·경기도)는 지난 2005년 LCD TV를 구입한 뒤 불량화소 2개를 발견해 AS를 의뢰했지만 대기업은 “규정상 불량화소 3개부터 제품교환이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A씨는 “품질보증 기간 내에 발생된 문제를 거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항의했다. 또 B씨(24세·서울)는 지난해 9월 구입하자마자 노트북을 킨 뒤 화면의 정 중앙에 불량화소를 발견하자 바로 항의 했지만 회사측으로부터 “1개밖에 없쟎느냐 그것만 가지고는 환불이 불가능하다”고말했다. 또 S전자에서 2003.10월에 LCD TV 40인치를 구매한 C씨(33세). 그가 구입한 제품은 작년 3월부터 시꺼먼 줄이 다수 생기더니 결국 화면보다는 시꺼먼 줄이 더 많아졌다. 이에 AS센터에서는 패널을 갈아야 한다며 수리비 200만원을 요구했다는 것. 그리고 지난 2월에는 아예 액정이 나갔고 AS센터에서는 수리비 45만원을 내야 한다는 답변을들었다. 또 L전자에서 2005년 10월 경 LCD 컴퓨터 모니터를 구입한 D씨는 구입 1년 2개월이 지난 뒤 화면 상단이 파란색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D씨도 역시 L사의 A/S센터에서 패널 값 20만~30만원의 비용을 내서 패널을 갈아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 소니, 삼성그룹 LCD로 삼성전자 따돌려 이같은 통계는 소비자보호원, 해당 회사의 고객만족센터 등에 항의를 표시한 고객만이 잡힌 통계다. 불량화소 1~2개 쯤은 그냥 참고 넘어가는 고객들까지 감안한다면 국내 LCD제품이 상당한 불량률을 자랑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의 LCD기술은 이미 미국·일본 등을 앞지르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불량률은 다소 의외일 수 밖에 없다. 사실 국내 완성 가전업체들이 사용하는 LCD 패널의 상당수가 국내산이 아닌 중국·대만 등의 중소기업에서 만들어 낸 제품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겨우 SDI, 코닝정밀유리 등 계열사가 LCD패널을 만들고 있고 국내에도 LG필립스LCD 등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애니콜 휴대폰, 센스 노트북 등에 중국·대만 산 LCD를 채용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1분기 LCD TV 밸류체인 리포트에는 삼성전자의 LCD 제품 중 36%가 대만의 AUO사에서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4%는 치메이사, 2%는 CPT사에서 수입해 대만산 LCD가 삼성전자 제품들 중 52%가 대만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일본 소니사는 자사가 필요한 LCD 물량들 중 79%에 SDI 등 삼성그룹에서 생산하는 LCD 제품을 채용하고 있다. 그리고 소니가 삼성전자를 다시금 맹 추격하는 이면에 LCD 패널 고급화로 인한 자사 제품의 명품화도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점은 상당히 흥미있는 요소다. ■ LCD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전무(全無)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LCD의 불량화소에 대한 보상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CD 패널의 불량화소 등에 대한 민원이 접수 됐을 경우 각 업체별 자체 기준에 의해 교환이나 환급 등의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업체마다 제품 불량에 대한 기준과 보상기준이 달라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품목별 업체들의 불량화소 보상기준을 보면 LCD-TV의 경우 중앙부는 2~3개, 그 밖의 위치는 5~7개 이상일 때, 32인치 이하는 2~5개 이상, 32인치 초과 모니터는 6~12개 이상으로 모니터 부위별 또는 인치별로 보상기준이 달랐다. 컴퓨터모니터의 경우 업체별로 불량화소가 3~10개 이상일 때, 노트북컴퓨터는 대부분의 업체가 4개 이상일 때 보상해주고 있었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1~5개까지 정상 제품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량화소에 대한 소비자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객관적인 보상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의 제품선택에 도움을 주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LCD패널 원산지·불량화소 개수 등의 중요정보를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에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