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대량해고와 외주화로 인한 ‘이랜드사태’가 정부의 공권력 투입으로 파국을 맞았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이랜드제품 불매운동과 투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2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랜드 사측이 이랜드일반노조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청구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검찰도 이랜드사태와 관련해 불구속된 조합원들에 대해 영장 재청구를 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판결에서 전국 32개 이랜드 계열 매장에 대해 시위와 현수막 부착, 유인물 배포, 피켓 게시 등을 모두 금지했다. 특히 법원은 이를 위반할 경우 노동조합에 벌금 1000만원 조합원에 100만원을 사측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의 소유권·점유권 및 시설관리권 등에 대한 ‘침해와 방법’면에서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 파업은 사측의 재산상 손해를 전제로 하는 것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법원 판결에 대해 ‘노동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파업은 인사권과 경영권을 가진 사측에 맞서 노동자들이 노동을 중단함으로써 사측에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상황을 전제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헌법이 파업을 노동기본권으로 인정한 것은 사측이 입는 재산상 손실보다 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 권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한 “그런데도 정의의 마지막 보루임을 자임하는 사법부는 자본의 영업의 자유를 노동기본권보다 우위에 두는 반인권적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 이랜드공대위, “근로기준법 어긴 이랜드 사측을 먼저 처벌해야” ‘뉴코아-이랜드 유통서비스 비정규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이랜드공대위)도 27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박석운 이랜드공대위 의장은 “80~90만원 받는 여성노동자에 대해 벌금 1회에 100만원씩 물린다는 것은 상식 밖의 처사”라며 “근로기준법을 어긴 원초적 제공자인 박성수 회장을 처벌하지 않는 이 땅의 법은 어디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중재에 나서기는 커녕 공권력투입으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어쨌든 농성이 해제됐으면 노사교섭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함에도 노동부장관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교섭대표에 대한 신변보호도 없이 불매운동을 ‘제3자 개입’ 운운하는 이 장관은 유신시대 장관인가”라고 말했다. 신승원 목사(영등포 산업선교회)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독교 기업인 이랜드 사태에 대해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이 문제가 올바로 해결되도록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기독교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 이랜드 문제와 관련, 전국 모든 교회가 불매운동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랜드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구속당해야 할 사람은 이번 사태를 유발한 이랜드그룹 총수 박성수”라며 “법원과 검찰은 편파적이고 부당한 영장 재청구를 즉각 취소하고 부당하고 가혹한 가처분 결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밝혔다. <오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