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이 8월 초 상장사 대열에 합류하면서 국내 저가항공(LCC: Low Cost Carrier) 업체 중 상장사가 3개로 늘었다. 이들 3대 상장 LCC는 상반기 나란히 두 자릿수 이상의 실적 증가율을 기록하며 상반기 내내 오너 리스크에 시달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그런데 실적의 이면을 들여다보니 제주항공·티웨이가 하반기 고공행진 지속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진에어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한 것으로 보인다.
저가항공 상장 3사 상반기 매출 1조 4600억 원
국내 LCC 업계의 성장세가 무섭다. 22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LCC 6개사의 올해 2분기 운항횟수 기준 점유율은 전년 동기대비 33.4% 증가했다. 6월 기준 국내선 수송 점유율은 58.9%까지 올라 올해 6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국제선 점유율은 28.8%를 기록했다.
특히 LCC의 국제선 점유율은 전년 동기보다 3.9%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39.8%를 기록한 대한항공·아시아나와 1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상반기 국내 공항의 국제선 이용객 수의 증가를 저비용 항공사가 이끈 셈이다.
LCC 항공기 보유대수를 보면 그 성장 폭을 짐작할 수 있다. 2006년 5대에 불과했던 LCC 항공기 보유대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0대까지 늘어났다. 아시아나항공의 보유대수인 71대는 넘어선 지 오래고, 대한항공의 보유대수인 141대와 비교해도 그 차이가 크지 않다.
이러한 성장세는 고스란히 실적 상승으로 드러났다. LCC 중 기존 상장사인 제주항공, 진에어와 지난 1일 상장을 마친 티웨이항공 등 3사의 상반기 실적만 합쳐도 매출 1조 4600억 원, 영업이익 1650억 원이 넘는다. 3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LCC 선두를 다투는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나란히 첫 반기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했고, 티웨이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30%나 증가하며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했다.
제주항공: 16분기 연속 영업이익 실현
제주항공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한 5918억 4200만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33.7% 증가한 580억 5900만 원으로 2014년 3분기 이후 16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제주항공은 2분기에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에서 전년 동기 대비 28.16%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지만, 1분기 실적이 워낙 출중했기에 상반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2분기 영업이익 저하는 본래 항공업계의 비수기여서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특히 환율과 국제 유가 등의 요인으로 원가상승이 계속된 데다 전년 대비 줄어든 공휴일 수 등 외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 측은 2분기에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은 증가한 것을 강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국제 유가 등 원가 상승 요인이 강했지만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투자, 단일 기종 전략에 따른 고정비 절감효과 등 다른 항공사와 대비되는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8월 중순 기준으로 LCC업계 최다인 36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모든 보유 항공기가 189석의 B737-800 기종으로 통일되어 있어 운항 및 정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경쟁 업체인 진에어와 차별된다.
진에어: 최고 반기 실적에도 웃지 못해
진에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증가한 5063억 2100만 원으로, 제주항공과 마찬가지로 사상 첫 매출 5000억 원 달성의 기쁨을 누렸다. 영업이익은 27.5% 상승한 593억 6600만 원으로 LCC중 가장 큰 액수를 기록했다.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국제유가 및 환율, 줄어든 공휴일 등의 영향을 받아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저조했다. 특히 진에어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줄어든 62억 원, 당기 순이익은 무려 87.8%나 감소한 9억 9400만 원을 기록하며 주춤했다.
사상 최고의 반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진에어의 표정은 밝지 않다. 올해 상반기 내내 오너 리스크에 시달린 탓이다. 한진그룹 계열의 진에어는 외국인 불법 등기이사 재직 논란으로 면허취소 위기까지 몰렸지만, 지난 17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한숨을 돌렸다.
티웨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이미 뛰어넘어
티웨이는 상반기 성장세가 가장 돋보였다. 티웨이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40% 상승한 3662억 원, 영업이익은 무려 130%나 상승한 477억 원을 기록해 창립 8년 만에 매출 최하위에서 LCC업계 3위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71억 원보다도 많다. 영업이익률만 보면 13%로, 9.8%의 제주항공이나 10.9%의 진에어보다도 높다.
급격한 실적 상승은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9개국 47개 정기노선, 110개 부정기 노선을 운항하며 높은 공급석 증가율을 기록한 데서 비롯됐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여객 수는 전년 대비 약 9.4% 증가했는데, 티웨이는 38%나 증가했다. 2016년에 첫 취항한 에어서울을 제외하면 기존 LCC 업체들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3분기 실적 기대에 3사 “동상이몽”
하반기 LCC 업계의 실적에 대한 전망은 밝다. 3분기는 연중 항공여객 수가 가장 많은 8월 휴가시즌이 포함되어 항공업계의 최대 성수기로 통한다. 올해는 추석 연휴도 9월에 포함되어 있고, 여객 수요 증가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분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가 높다. 특히 산유국들의 추가 공급 소식과 미국 셰일가스 생산 등으로 국제 유가 급등세도 잠잠해질 전망이어서 LCC 업계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꾸준히 증가하는 여객 수요에 LCC 업계는 외형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4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연말까지 40대를 운용할 계획이어서 하반기 뚜렷한 이익 증가세를 나타낼 전망이며, 국내 LCC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연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1000억 원 동시 달성이 예상된다.
티웨이도 올해 새 항공기 4대를 추가 도입한다. 특히 2021년까지 보잉(Boeing)사의 차세대 주력기인 B737-MAX 기종을 10대 이상 도입, 총 30대까지 보유 항공기를 늘이고 인천~푸켓 노선과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 등 동남아시아 신규노선 취항을 적극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합리적 가격대의 노선 공급 확대에 앞장서는 순수한 LCC 사업 전략에 따른 결과, 제주항공과 티웨이의 7월 국제선 여객수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2%, 16%씩 증가했다. 이는 업계 전체의 7월 국제선 여객수 증가율인 11%보다 월등히 높았다.
두 회사는 항공기 도입과 노선 개발에 적극적일 뿐 아니라, 각각 무안과 대구 등 지역 거점 공항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효과를 거두고 있어 향후에도 상대우위의 외형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제주항공, 티웨이가 효율적 기재 운영을 통해 수익성 극대화에 나서는 것과 달리, 진에어는 하반기 전망을 낙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면허 취소 위기에서는 다행히 벗어났지만, 판결이 미뤄지는 동안 신규 노선 승인 및 신청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고, 3분기로 예정했던 신규 항공기 3대 도입 계획도 모두 4분기 이후로 연기한 상황이다. 이처럼 상반기에 세운 계획이 모두 흐트러진 것을 수습하느라 하반기 전략 수립은 제대로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진에어, 실적 기대보다 숙제 해결이 먼저
국토부가 면허취소 처분은 내리지 않기로 했지만, 총수 일가의 갑질 경영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제재 조치로 일정기간 신규 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 허가 제한 등을 결정했고, 20일 오전부터는 국세청으로부터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겨냥한 진에어 본사 세무조사가 시작되는 등 먼저 수습해야 할 과제가 쌓이고 있는 만큼 실적 기대감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진에어가 사업 활동이 위축되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제한을 받는 사이 타 LCC들의 사업 확장 기회는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 늘어날 신규 수요의 혜택 대부분이 제주항공, 티웨이 등에 돌아가게 되면 1위 제주항공과 2위 진에어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수 있으며, 머지않아 3위 티웨이가 진에어를 따라잡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는 면허 취소가 결정됐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었다”며 “지금 진에어의 과제는 하반기 실적 경쟁이 아니라, 지난 14일 국토부에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 방안’을 신속히 이행하고, 기존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