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싱글 핸디캡 골퍼의 명예와 멍에

  •  

cnbnews 제80호 김맹녕⁄ 2008.08.19 16:50:35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 싱글 디지트 핸디캡 골퍼는 선망의 대상이자 화제의 인물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싱글 골퍼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연습장에서 열심히 칼을 갈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싱글 골퍼가 되면 그 순간부터 고행의 길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싱글 핸디캡 골퍼의 자랑스러운 명예가 멍에로 되어 고통스럽게 된다. 어느 골프장을 가나 싱글 스코어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동료들을 의식하게 되어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받게 된다. 만일 싱글 스코어를 내면 다행이나, 혹시나 80대 후반을 치면 “저 친구, 같이 라운드해 보니 별거 아니네”라는 비아냥이 제일 두려워진다. 어쩌다 핸디캡 13짜리보다 스코어가 나쁘게 나오면 소문이 퍼져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쪽저쪽에서 싱글 핸디캡 골퍼를 얕잡아보고 도전장이 들어오면, 평소 골프장 가는 날의 상쾌함은 사라지고 아침부터 머리가 무거워진다. 무조건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식은 실수를 유발하게 되고, 계속 무리를 하게 되면 스코어는 무너진다. 이런 현상은 프로 골퍼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클럽 챔피언들은 프로를 뺨치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 때로는 패배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싱글 디지트 골퍼는 회사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매일 골프만 쳤느냐, 일보다 골프가 중요한 것이 아니냐 등등의 질투성 비난도 받고, 해외지사의 경우 골프 실력이 향상되면 근무평가 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어떤 주재원은 회사 경영진이 와서 함께 라운드할 때 싱글 스코어가 나와 본사에 돌아가 심한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지사 영업실적이 나쁜 것을 골프에다 돌려 수난을 당한 것이다. 지금은 주 5일제가 되어 토요일 근무를 하지 않지만. 주말 오후에 자리를 비면 골프 치러 간 것 아니냐는 의심도 많이 받아 자리를 굳게 차고앉은 적도 있다. 국내외 출장 때도 골프장은 안 가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으레 간 것으로 지레짐작하기 때문이다. 회사 모임이 있을 때에는 절대로 골프 화제는 삼지 않는다. 골프를 시작하여 80대 중후반을 칠 때는 싱글 골퍼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이제 다시 핸디캡 18로 돌아가고 싶다. 스코어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생활, 즉 진급 때나 해외지사 발령 때 득보다는 손해가 많다고 본다. 그러나 싱글 골퍼에게 가장 무거운 멍에는, 바로 이 싱글 디지트 스코어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고, 한 달에 몇 번은 필드에 나가야 하는 육체적 노력과 경제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본 핸디캡 5 이하의 싱글 디지트 골퍼들은 절대로 싱글 골퍼라는 말을 먼저 하지 않고 과시도 하지 않는다. 항상 겸손하고, 골프 자랑을 늘어놓지 않는다. 골프가 참으로 재미있는 것은, 오늘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다고 내일 좋은 스코어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애를 낳아보아야 아들인지 딸인지 알 듯이, 라운드를 해보아야 스코어를 알 수 있다. 싱글 골퍼의 애환을 털어놓으면 모두들 수궁하면서도, 그래도 한번은 싱글 디지트 핸드캡퍼가 되고 싶어 한다. 월급쟁이나 사업가는 핸디캡 12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핸디캡 5 이하의 싱글 디지트 골퍼는 너무 잘 치면,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