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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멋진 하루> 제작발표회

전도연·하정우의 좌충우돌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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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82호 이우인⁄ 2008.09.02 16:08:18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헤어진 연인과 우연히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상상을 해 볼 것이다. 영화 <멋진 하루>는 1년 전에 헤어진 남녀가 재회하고 일어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처럼 지루하진 않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 그 속에서 피어나는 두 연인의 재회와 감정을 영상 속에 한 편의 뮤직 비디오처럼 담아냈다. <멋진 하루>는 기존 러브 스토리의 구성에서 빗나간다. 생판 모르는 두 남녀의 ‘만남-연애-이별-재회’의 구성을 따르던 러브 스토리는 이제 식상하다. 10여 년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영화 <첨밀밀>, 이탈리아 피렌체와 일본 도쿄 사이를 오가며 두 남녀의 만남과 사랑, 이별과 재회를 그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그리고 2년 전 ‘헤어지고 시작된 이상한 연애’를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은 SBS 인기 드라마 <연애시대> 등 러브 스토리의 전형적인 틀을 깨는 시도는 10여 년 전부터 간간이 이뤄져 신선한 충격을 줬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를 자극한 <냉정과 열정 사이>와 <연애시대>가 일본에 원작을 두었듯, <멋진 하루> 또한 일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그 속에서 생겨나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들을 만나게 한 이유가 350만 원의 돈이었다는 점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한때 열렬히 사랑했을 이들에게 영화는 초반부터 삭막한 채무관계를 강요한다. <멋진 하루>는 지난해 제60회 칸영화제에서 영화 <밀양>(이창동 감독)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전도연이 ‘칸의 여왕’이 된 후 처음으로 선택한 영화여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더욱이, 전도연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남우가 <추격자>의 연쇄살인범 하정우라는 소식은 이 작품이 기대 이상일 거라는 반응을 확고히 굳히는 계기가 됐다.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 <러브 토크> <여자, 정혜>에서 여성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윤기 감독이 <멋진 하루>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다. 영화는 초겨울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종로의 뒷골목, 이태원의 언덕길, 해질녘의 육교, 비 오는 날의 건널목 등 익숙한 풍경들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다가온다. 영화 속에서 누군가와 한번쯤 가본 곳이 등장할 때의 반가움과 그리움은 관객에게 영화의 감동만큼이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9월 25일 개봉. ■ 멋진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내 돈 350만 원 내놔!” 칸의 여왕’ 전도연…깐깐한 실업자 노처녀 김희수 역 희수는 서른을 넘겼다. 직업도 애인도 없는 자신의 처지가 깜깜하기만 하다. 매일 치열하게 살아도 모자를 만큼 열심히 살아왔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느 날 문득 그녀는 전 남자친구 병운에게 빌려준 350만 원이 떠오른다. “그래! 이제 남은 희망은 내 돈 350만 원뿐이다.” 그 돈을 받기 위해 병운을 찾은 희수는 멋모르고 반가워하는 병운을 큰 소리로 닦달한다. “돈 내놔!” “갚을 테니 오늘 하루만 시간을 줘.” 하정우…능글맞은 빚쟁이 조병운 역 병운은 가진 것 없어도 인생이 즐거운 철없는 백수다. 인생은 즐기면서 사는 거라고 하루를 힘들게 사는 희수를 가르치려다 혼쭐이 났었다. 어느 날 매일 들락거리던 경마장에서 1년 전에 헤어진 희수를 만난다. 그녀는 사납게 노려보며 다짜고짜 1년 전에 빌린 350만 원을 갚으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떼어먹으려 한 거 아니니 갚아야지.” 병운은 하루 동안 서울을 누비며 ‘아는 여자’들의 친분을 동원하여 희수에게 갚을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 멋진 하루 이야기 노처녀에게 남은 건 돈 뿐 서른을 훌쩍 넘긴 어느 겨울. 80만 원짜리 비정규직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하루 아침에 실업자의 길을 택한 희수. 하지만, 애인도 없고 통장잔고도 바닥난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절망하던 순간, 1년 전에 헤어진 연인 병운에게 빌려준 350만 원을 떠올린다. ■ 두 연인, 채무관계를 맺다 한때 기수가 꿈이었던 병운은 돈을 받겠다고 찾아온 희수를 경마장에서 만난다. 희수와 헤어지고 결혼했으나 2개월 만에 이혼한 병운은 사업마저 실패하여, 이제는 여행가방 달랑 들고 떠도는 상거지가 됐다. 하지만, 왠지 가진 거 하나 없는 병운이 희수보다 여유로워 보인다. 누가 봐도 초라한 행색인데, 하루만 시간을 주면 돈을 구할 수 있다고 자신하다니, 누가 믿으랴? ■ 과거는 과거대로 놔 둘 걸 돈을 마련하는 방법이 고작 아는 여자들을 찾아가 급전을 부탁하는 거였다니…. 병운을 운전석에 태우고 하루를 돈 꾸는 일에 소비하면서 희수는 또 속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한때 밝고 자상한데다 잘생긴 병운이 남자친구임을 자랑스러워했는데, 돈을 꾸면서 비굴하기까지 한 병운의 모습은 과거의 좋은 추억마저 날려버렸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신분으로 1년 만에 만난 오늘, 두 사람은 350만 원을 무사히 마련할 수 있을까? <멋진 하루>의 제작보고회가 8월 26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다. 영화에 건 기대만큼이나 수많은 취재진으로 붐빈 제작보고회는 ‘이바디’로 솔로 활동 중인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이 자신의 솔로 곡 ‘끝나지 않은 이야기’와 ‘그리움’을 연달아 부르면서 시작됐다. 특히, ‘그리움’은 <멋진 하루>의 뮤직 비디오 곡으로도 쓰였다. 공연 후에는 <멋진 하루> 메이킹 필름 감상으로 이어졌다. 쉴 새 없이 즐거운 농담을 남발(?)하는 하정우와 그를 저지하는 전도연, 이들의 모습을 관망하는 이윤기 감독의 즐거운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웃음을 자아냈다. 이윤기 감독·전도연·하정우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와 배우에 대한 질문이 오갔다. 헤어진 여자친구와 다시 사귈 수 있나? 1년 이상 사귀었다 헤어졌다면 가능하지만, 1년 이하면 불가능할 것 같아요. 병운과 저는 많이 닮았어요. 매사에 심각하고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남의 기분을 먼저 생각해주고 달래주는 마음을 갖고 있죠. (하정우) <밀양>과 달리 캐릭터의 변화가 적을 것 같다. 오히려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연기보다 조용히 움직이는 마음을 관객이 느끼게 하는 연기가 더 힘들어요. 그냥 편하고 재밌게 놀면서 연기했어요. (전도연) 대선배 전도연과 연기하면서 감회가 남달랐겠다. 3년 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제가 맡은 역이 전도연 씨의 보디가드여서 제게 할당된 분량의 80%를 운전하면서 보냈어요. 하루는 극중에서 슬픈 연기를 하는 전도연 씨를 룸미러로 보는데, 정말 울컥하더군요. 그때 전도연 씨가 “관객을 감동시키기 전에 주변 사람을 먼저 감동시키는 좋은 배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꼭 전도연 씨와 연기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는데, 이렇게 일찍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정우) ‘스모키 메이크업’이 과감한데, 망설이지 않았나? 영화가 하루 동안의 이야기여서 자칫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영화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분이 “스모키 메이크업 어떠냐”는 제안을 했어요. 그때, 정말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이 스쳤구요. 여자에게 화장은 무기이면서, 희수의 굽히고 싶지 않은 자존심과 스모키 메이크업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습니다.(전도연) ‘My Dear Enemy’라는 영문 제목이 재밌는데,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나? ‘Enemy’ 자체는 좋은 의미가 아니지만, 어머니들이 자녀에게 ‘웬수야’ 할 때의 다정한 느낌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짓게 됐습니다. 특히, 희수에게 병운은 얄미운 적이지만, 그 안에 뭔가 다른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적이지만 결코 떨치고 싶지 않은 적’으로 들리지 않나요?(이윤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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