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MB 대북 딜레마 ‘첩첩산중’

한나라, 원칙론·유연론 격돌… DJ “MB 남북관계 고의 파탄”

  •  

cnbnews 제95호 심원섭⁄ 2008.12.02 14:12:21

북한이 11월 24일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와 입주기업협의회·코트라·현대아산· 국방부·안동대마방직·아천 등 7개 단체에 각각 전화통지문을 보내고 12월 1일부터 이행할 대남 강경조치들을 통보하는 등 대남 압박 조치들을 단행함에 따라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또 다시 중대 기로에 섰다. 북한은 이날 전통문을 통해 개성공단 인원·차량 축소, 개성관광 중단, 개성공단 경제협력협의사무소 폐쇄 및 남측 인원 전원 철수, 경의선 철도 중단,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을 통한 육로통행 제한·차단 등의 초강수 조치들을 나열했다. 이울러 북한은 “이 같은 엄중한 사태가 빚어진 책임은 전적으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하고 북남대결을 집요하게 추구해온 남측 당국에 있다”며 “향후 공업지구(개성공단)와 북남관계는 남측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별 상주 인원과 차량 현황 자료를 요청했으며, 11월 25일에는 철수 대상자와 차량 목록을 요구했다. 개성공단 관리위는 이달 말까지 50% 철수해야 하고, 개성관광이 중담됨에 따라 현대아산 협력업체들의 상주인원과 차량도 70% 정도 축소된다. 또, 봉동~문산 간 경의선 철도 운행도 중단되는 것은 물론, 참관·관광·경협 등을 목적으로 한 MDL 육로통행을 제한·차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여러 분야에서의 남북 간 교류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원칙론과 유연론 맞서 격론만 되풀이 특히, 북한이 이번 사태를 ‘1차적 조치’라고 했던 만큼, 우리 정부가 북측이 원하는 대로 대북정책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도발이나 남북관계 전면 차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등, 추가 조치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경우 그 동안 어렵게 맺은 경제·사회·문화 교류가 전면 중단되고 경협에 참여했던 기업들의 막대한 재산 피해도 예상되며, 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되면서 차질을 빚어온 남북 간 합의는 기약 없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남북 경협이나 인도주의적 지원, 민간단체 사업, 이산가족 상봉 사업 등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과 정부·여당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국민들을 더욱 불안 속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신속한 대응책을 내놔야할 책임이 있는 한나라당은 “대북문제로 국론을 분열시켜서는 안된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원들은 ‘원칙론’과 ‘유연론’의 대결이 확산되면서 제각기 무책임한 얘기만 한마디씩 던지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북한이 남북교류의 고강도 차단조치를 예고하는 바람에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그 해법으로 “현 대북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우리도 일정부분 변화가 필요하다”는 ‘유연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원칙론’은 ‘비핵, 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뜻하는 것으로, ‘북한에 끌려 다니기’ ‘퍼주기’ 비판에 직면했던 지난 10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게 아니라 다소 고통이 따르더라도 원칙에 따른 정상적 남북관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유연론’은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북경협을 볼모로 한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강(强) 대 강(强)’ 보다는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우리의 노력이 더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대표적인 상황이 11월 2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드러났다. 이 회의에서 공성진 최고위원은 현 정권의 대북강공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과 관련해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은 매우 유연하고 개방적이며 국제공조적인데, 더 이상 어떻게 바꾸느냐”며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6·15와 10·4 선언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했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이 미국 오바마 정권이 과거 부시 정권과는 다른 대북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며, 둘째 현 정권을 교란시켜 정권의 불안정을 재촉하기 위해서”라고 ‘원칙론’을 고수하며,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적극 옹호했다. ■ DJ, 박근혜 특사설 제기…일부 반대 반면, 남경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실용·상생·공영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북한도 개성공단을 벼랑 끝 전술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북한의 행태를 논의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당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2009년 상반기까지 한반도 문제는 오바마 정권의 핵심 의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분명한 전략이 나오기 전까지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전략 수립을 통해 남북관계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고 ‘유연론’을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장외에서도 일어나는 등 10인10색의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11월 25일 KBS ‘라디오 정보센터 이규원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내부에서 심화되고 있는 요즘, 김정일 위원장도 병상에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자본주의 물결이 들어가면서 체제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지 않겠느냐”며 “북한의 의도가 도대체 뭐냐 했을 때 체제위기를 막으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측면에서 사안의 본질은 우리 대북정책 때문이 아니라 북한 내부 체제의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2정조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은 “대북정책 변화를 말하는데, 이는 갑갑한 얘기”라며 “앞으로 정부는 원칙을 확실히 지키고, 대화노력을 더 하며, 국민에게 이를 알리는 방향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3선 의원인 정진석 의원도 “당분간 ‘예의주시’ 전략으로 가야 한다”며 “북한이 어떤 협박과 공갈을 하더라도 이에 넘어가서는 안되며, ‘핵폐기 없이 과거와 같은 물질적 기대를 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그러나 ‘유연론’에 가까운 4선의 정의화 의원은 “남북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너서는 안되며,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가 돼서는 안된다”며 “북측이 강경하게 나온다고 우리도 감정적으로 강경 대응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고 주장했다. 국회 외통위원인 홍정욱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 정부가 그 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경색을 풀기 위한 유연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남북대화를 위한 남측의 폭넓은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표 등의 대북 특사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러나 허태열 최고위원은 11월 26일 박 전 대표나 김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파견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특사를 우리가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결국 특사를 받아줄 북한이 어떠한 태도를 갖느냐는 점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 또한 북한의 ‘개성관광 중단’ 통보에 즉각 유감을 표명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실질적인 대응책은 마련하지 못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 민주당 “국민은 불안, 대통령만 느긋” 통일부의 유감 성명과 동시에 청와대는 11월 24일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며, 홍양호 통일부 차관도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으나 정부는 필요한 조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는 북측의 통보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별다른 카드가 없는데다 이번 일로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가 더욱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 정권과는 달리, 대북정책 기조를 교란시키려는 북한의 의도에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계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이며, 더구나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북한에 밀리는 모양새를 취하면 보수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섣불리 북한을 달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는 복안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여당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우리 민주당만 걱정하는 게 아니고 진보와 보수 가리지 않고 국민 모두가 걱정하는 사안이 돼버렸는데도 이명박 대통령만 느긋한 것 같다”고 질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진짜 실용주의자라면 남북문제에 대해 적대관계를 풀고 필요한 조치를 적시에 해내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경제는 잘할 거라고 자신했는데 어려움이 오니까 우왕좌왕 갈 길을 모르고 있고, 대북문제, 특히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무책임·무소신·무능력한 그야말로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을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극단적인 세력에 의해 다시 냉전시대 이전으로 되돌린다는 건 어리석고 민족 앞에 죄악을 저지르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남북관계를 환자에 비유, “환자는 중병이 깊어져가고 있는데 이를 치료해야 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통일·외교·안보 관계자들은 치료는커녕 병의 원인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오바마 정부는 100일 안에 대북특사단을 파견하고 경우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정책을 공언하는 마당에, (우리) 스스로 북한에 대해 통미봉남 정책의 빌미를 주고 남북관계 개선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명박 정부는 ‘12월 1일 군사분계선 통행 제한’ 등 북한이 강경하게 나오자 통신장비 지원, 민간협력, 삐라살포 자제 요청 등 속보이는 일을 하고 있다”며 “북한이 그 진실성을 과연 받아들일지 의심스럽고, 12월 1일 어떤 조치를 하려는지 염려스럽다”고 우려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11월 27일 오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최근의 남북관계 경색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무슨 수로도 (북미 관계개선을) 역행하지 못한다. 만약 역행한다면 김영삼 정부 시절의 ‘통미봉남’ 상태를 맞이할 수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파탄내고 있다”며 “성공 못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러한 상황들을 결론적으로 따져보면, 가장 큰 문제는 남·북 당국 간의 입장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통보 이후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연신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며 강경조치 철회와 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한 반면, 북측은 이 사태의 책임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하고 북남대결을 집요하게 추구해온” 남측 당국에 돌리고 향후 개성공단과 남북관계는 남측 태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향후 남북 당국 간의 입장이 어떻게 조율되는지에 따라 북한이 ‘1차적 조치’를 넘어 다음 수순을 밟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남북 당국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