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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남북관계, 新데탕트 시대 열리나

북측 조문단에 김기남·김양건 등 최고위급 인물 파견…해빙 무드 급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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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32호 박성훈⁄ 2009.08.25 10:36:02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점점 악화일로를 걷다가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으로 전기를 맞았다. 이제 우호적인 남북관계를 조성하는데 가장 핵심적이고도 비중 있는 역할을 한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이 새 열매를 맺어 전환적인 관계 형성의 기회가 열릴지 기대된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남북화해로 승화되는 대전기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의 생애에서 최대의 노력을 기울인 남북화해에 대한 의지와 노력을 남북상생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 정치 지도자 직접 조문은 처음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남북관계 진전의 첫 장면은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겠다고 하면서 시작됐다. 북한은 2001년에 정주영 회장이 사망하자 김정일 위원장의 조전과 함께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 등 4명의 조문단을 파견했다. 2003년에 사망한 정몽헌 회장에 대해서도 북측은 송호경 아태 부위원장을 추모행사에 보냈다. 2000년 김양무 범민련 남측본부 상임부의장, 2005년 신창균 범민련 공동의장 등 북한 관련 사회단체 지도자가 사망했을 때에는 조전을 보내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처럼 남북관계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각별한 예우를 갖춰왔으나, 정치 지도자가 사망했을 때 조문단을 파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희·최규하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북측의 조문은 없었고, 지난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에도 조문단은 오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6월 24일자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 명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로 서거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고 조전만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북한이 조문단 파견을 결정한 이유는, 김 전 대통령은 2000년에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남북 공동선언을 견인한 장본인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한 북측 조문단은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실장, 맹경일 아태위 참사, 리 현 아태위 참사, 김은주 북한 국방위 기술일꾼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단장)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이다. 이들은 8월 21일 김포공항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북한 당국자가 방한한 순간이다. 이들은 4시경 국회 광장에 조성된 빈소를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화를 헌화하고 이희호 여사에게 김 위원장의 조의를 전달했다. 이들은 서울 시내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22일 오후 2시 김포공항을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다. 김기남, 김정일 신격화한 ‘선전의 귀재’ 김기남 비서(83)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부터 최측근 역할을 해온 북한 체제 선전의 수장이다. 그는 북한의 체제 선전과 주민 사상교육을 책임지는 노동당 핵심부서인 선전선동부와 당역사연구소를 관장하고 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 후계자 시절부터 김정일 체제 강화를 위해 우상화하고 선전하는 일을 담당해왔다. 지금은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정운으로 승계되는 3대 세습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선전하는 업무를 총지휘하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이기도 한 김 비서는 지난 2005년 8.15 민족대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 대표단 단장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또 6.25 전쟁 이후 북한 당국 관계자로선 처음으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바 있으며, 당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기도 했다. 지난 8월 4일에는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위해 김정일 위원장이 마련한 만찬에도 참석하는 등 대외관계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의 대남사업의 수장인 김양건(61) 부장 역시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으로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했으며,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참사로 외교 전반도 관장하고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평양에 불러들여 면담할 때 배석했으며, 현 회장과는 별도로 만나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과 남북관계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5개항의 합의를 담은 공동보도문도 내놓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 군부가 남북관계 전면에 나서 대남 강경책을 이어간 것을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나서 수습하는 과정이라면, 김양건 부장은 대남사업 수장으로서 남북관계를 푸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그가 조문단에 포함된 것은 단순히 조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와의 대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고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2007년 10월에 열린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회담 성사의 주역이기도 한 그는 정상회담 개최 직전인 9월 말 서울을 극비 방문해 정상회담 의제를 합의한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회담 직후인 11월에도 정상선언 이행 방안 논의를 위해 방한하여 노 대통령과 주요 당국자들을 면담하고 산업시설을 시찰했다.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면담한 뒤 현대와 북측이 대북 협력사업에 대한 5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내는 등 해빙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조문차 방문함으로써 남북관계가 김 전 대통령 서거에 따라 개선의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8월 말 남북 적십자 회담 제의 이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위한 당국자 회의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8월 20일 북한 조선적십자사에 추석 이산가족 상봉 협의를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8월 26∼28일 금강산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추석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해 정부와의 조율을 거친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유종하 총재 명의로 북적의 장재언 위원장에게 제17차 이산가족 상봉 개최를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26일부터 28일까지 금강산에서 갖자는 통지문을 전달했다. 대한적십자사는 2008년 11월 12일부터 단절된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 간 직통전화 대신 군 통신선을 통해 북측에 통지문을 전달했고, 북측은 이를 수령했다. 통지문에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원활히 준비하기 위해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 간 직통전화도 정상화해야 한다”는 대한적십자사의 대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의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를 문제 삼으며 당국 간 소통 채널인 판문점 적십자 직통전화를 차단했다. 이번 회담 제의는 8월 10~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에 이뤄진 ‘추석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따라 정부와의 조율을 거친 것이다. 남북 적십자 회담이 진행되면 행사 날짜와 방법, 인원 등이 논의돼 추석 즈음에는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된다. 2007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급작스런 해빙기, 정부 대화준비 착수 이 모든 것이, ‘김 전 대통령 서거’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 하다. 8월 27일까지 실시되는 UFG 훈련은 한국군이 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실시되는 지휘소연습(CPX)으로, 군단·함대·비행단급 이상의 지휘부 등 5만6000여 명의 한국군과 해외 미군과 주한미군 1만여 명 등이 참가한 대규모 훈련이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실시되자 북한 외무성은 바로 논평을 내고“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주시할 것이며 그 어떤 도발에도 강경 대처해 나갈 것”(8월 19일)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외무성은 “이번 합동군사연습은 미국이 남조선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하겠다고 확약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벌어지고 있으며 연습기간도 지난해에 비해 2배로 늘어났다”면서 “여기에는 조선반도 유사시에 대비한다는 구실 밑에 언제든지 기회만 생기면 우리 공화국을 핵선제 공격하여 타고 앉으려는 위험천만한 침략적 기도가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북한과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었음에도 급작스러운 해빙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현안에 대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내용을 토대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최근 평양 방문을 마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접촉을 갖고 그가 현지에서 확인한 북한의 의중을 토대로 향후 6자회담 재개 방안 등을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미국과의 대북 공조도 강화키로 했다. 8월 23∼24일 방한한 필립 골드버그 미 국무부 조정관은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오준 다자외교조정관과 면담을 갖고 현안 업무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현대와 북한 아태위원회가 합의한 대북사업 5개항이 유엔 결의 1874호에 위반되는지를 놓고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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