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오랜만에 기분좋은 연말을 장식하고 있다. 다름 아닌 심형래 감독의 영화 '라스트 갓파더'가 개봉 이틀만에 관객수 30만명을 달성한 것. 31일 영진위의 통합전산망에 의하면, 29일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는 30일 하루 전국 474개 스크린에서 14만5097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며, 누적 관객수는 31일 예매 관객을 포함해 31만명을 넘어섰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라스트 갓파더'는 가족이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과 영구 특유의 활약상으로 1980년대 영구를 기억하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데 힘입어 흥행에서 순항하고 있다. '라스트 갓파더'는 마피아 대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가 은퇴를 결심하고 한국에서 아들 영구(심형래)를 데려와 후계자로 삼으려는 데서 영화는 시작한다. 2대8 가르마를 하고 빨간 양말에 고무신, 그리고 어색한 중절모를 쓴 영구의 행동은 차림새만큼이나정상적인 사람 같지는 않다. 영구를 가르치는 임무를 맡은 2인자 토니V(마이클 리스폴리)는 후계자가 되겠다는 꿈이 날아간데다 영 가망 없어 보이는 영구 때문에 울화통을 터뜨린다. 영구는 어느 날 우연히 라이벌 본판테 조직의 외동딸 낸시(조슬린 도나휴)를 구하려다 낸시와 친해지지만 이들의 만남은 앙숙 같은 두 조직 사이에 긴장을 일으킨다. 번번이 사고를 치던 영구는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상가 주인들을 괴롭히지만, 그의 행동이 뜻밖에도 빅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며 영웅 대접을 받는다. 한편, 영구가 걸림돌이라고 여긴 본판테 조직의 2인자 비니는 낸시를 납치해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 '디 워'(2007), '용가리'(1999) 등 SF 영화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다 본업인 코미디로 돌아온 심형래는 이 영화에서 연출과 각본, 주연을 맡았다. 그가 영화에 출연한 것은 '드래곤 투카' 이후 14년만이다. 배경을 미국으로 했기에 옷차림은 바뀌었지만, 얼굴의 점과 썩은 앞니만은 그대로다. 그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심형래는 영화에서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펼친다. 길에 떨어진 모자를 주우려다 발로 차는 행동을 반복하고 야구 방망이로 싸우는 법을 배우다 토니를 치는 장면 등 예고편에서부터 화제가 됐던 심형래의 전매특허 코미디는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영구가 라이벌 조직에 붙들린 토니를 구하려고 방망이를 엉뚱하게 휘두르는 신이나 막판에 비니와 대결하는 장면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웃음은 그다지 자주 터지지 않는데다 그마저도 툭툭 끊긴다. 뻔한 이야기를 전개하거나 전형적인 캐릭터를 많이 보여주는 대신 영구가 맘껏 뛰어놀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심형래 감독의 포부는 평가할 만하지만 '마이 헤드 허트(My head hurt)'라는 식으로 단어를 붙이는 영구의 대사는 우리말로 했을 때만큼 코믹하게 와 닿지 않는다. 영구는 '영구 없~다'라는 대사 대신 '오~케이'라는 말을 자주 내뱉지만, 유행어가 되기엔 부족해 보인다. '피아노'와 '저수지의 개들'로 유명한 하비 케이틀이 상당한 분량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미국 LA 세트장에서 대부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세 이상 관람가. 10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