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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성용 세리머니 논란과 어린애 같은 일본인

잘난 아버지 밑에 못난 아들은 언제 못난 신세 벗어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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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6호 최영태⁄ 2011.01.27 10:53:55

축구 국가대표팀의 기성용이 아시안컵 4강 한일전에서 골 성공 세리머니로 ‘일본 원숭이’ 흉내를 냈다고 해서, 국제축구연맹의 제재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성용도 잘못이지만 근본 원인은 일본 응원단이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기성용은 자신의 원숭이 흉내가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일본 응원단석에서 욱일승천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는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욱일승천기’란 잘 알려져 있듯 태양을 상징하는 일본의 일장기 주변에 햇살이 퍼져나가는 16개 가지를 덧붙인 형태다. ‘욱일승천기 = 군용 깃발’은 일본인에게 상식 ‘욱일승천기’는 일본에서 처음부터 군용 깃발이었다. 일본에서 메이지유신(1867년)이 성공하고 육군(후에 제국육군)이 창설될 초창기부터 일본 관군은 ‘16개 햇살이 달린 욱일승천기’를 군기로 사용했다. 일본 육군이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욱일승천기는 1889년에는 일본 해군이 디자인을 약간 바꾸어(가운데 빨간 원의 위치를 약간 왼쪽으로 이동시켜) 군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 사람들이 대동아전쟁이라고 부르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은 욱일승천기를 휘날리며 정복욕을 불태웠다. 그래서 욱일승천기는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군국주의, 식민주의의 상징이며 따라서 1945년 패전 후의 일본에서는 일절 사용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1954년 일본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가 생겨나면서 이들은 군기로 과거 일본 제국군대가 사용하던 욱일승천기를 그대로 사용하게 됐고, 따라서 현대 일본에서도 욱일승천기는 어디까지나 ‘군기’로 통용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축구 경기장에서 욱일승천기 흔드는 일본 바보들 국제 축구경기나 일본의 정월 축제 등의 민간행사에 욱일승천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군기를 흔들어대는 행동’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만약 독일 축구팬들이 국제 축구 경기를 응원한답시고 나치 시대의 하켄크로이츠 깃발을 흔들어댄다면 아마도 지구촌이 발칵 뒤집힐 것이다. 그리고 독일 정부는 당장 강력한 처벌을 위해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그렇지 않다. 국제사회도 그렇지 않다. 이게 우리가 아는 일본의 비극이며, 세계의 비극이다.

그런 면에서 기성용의 이른바 ‘원숭이 조롱 세리머니’는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이 아직도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데는 당연히 미국의 책임이 뒤따른다. 독일 나치의 잘못을 영화 등을 통해 줄기차게 공격하는 미국 할리우드는 신기하게도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말랑말랑한 태도를 넘어서 ‘일본을 사랑하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는 물론 과거 ‘공산주의에 맞서는 보루로서의 일본’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의 팽창에 맞설, 가라앉이 않는 항공모함 일본 열도’라는 전략적 의미가 바탕에 깔려 있다. 반성을 모르는 일본, 그래서 역사에 뒤처지는 일본은 그래서 애처로울 뿐이다. 일본은 패전 뒤 50여년 동안 자민당의 1당 지배 아래 있었다. 자민당에 대해선 ‘몰락하기 전의 동독 공산당(소련의 조종 아래 있는) 같은 꼭두각시 정권(미국의 조종 아래 있는)’이란 역사적 평가가 이미 내려져 있다. 너무 잘난 아버지 밑에 바보 아들은 되지 말자 일본은 2007년 민주당으로 역사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졌고, 과거의 탈아입구(脫亞入歐,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들어감)에서 벗어나 탈구환아(脫美還亞, 미국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돌아옴)로 입장을 전환하는 듯이 보였지만 결국 다시 미국이란 큰 형님의 품 안에 폭 안긴 모습을 요즘 보이고 있다. 진정한 반성 없이 새로운 미래란 없는 법이다. 재벌 2세, 3세가 경영에 서툴기 마련이듯 화려한 아버지를 둔 자식은, 그 아버지를 부정하지 못하면 결국 찌질이 밖에 되지 못한다. 메이지유신부터 ‘대동아전쟁’ 이전까지의 일본 역사는 세계적인 기적이었다. 그 기적은 잿더미로 끝났지만 아직도 일본인은 종합적인 반성을 못하고 있다. 기성용의 원숭이 세리머니는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우리는 그런 비아냥거림에 머물기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인들에게 ‘츳츳’ 혀를 차 주면서 측은하다는 시선을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눈부신 성공을 거둔 아버지를 잇는 못난 아들’이란 현대 일본인의 처량한 모습이 한국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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