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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기 성 칼럼]‘안 되는’ 새댁의 말 못할 고민

혼자 성 상담 받으러 오는 용기를 냈지만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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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1호 박현준⁄ 2011.12.05 11:14:00

어느 날 다소곳한 젊은 새댁(30세)이 혼자 수심 어린 얼굴로 찾아왔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묻자 결혼한 지 이제 3개월이 됐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상담하러 왔다고 했다.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왜 남편은 같이 안 왔냐”고 묻자 남편이 절대 오지 않겠다고 발버둥을 쳤다 한다. 가장 달콤해야 할 신혼 3개월에 말 못할 갈등을 갖고 있다니 참으로 딱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들 부부는 중매로 만난 뒤 약 1년 동안 연애를 했다. 연애 시절 키스와 애무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고 성 관계는 결혼 뒤로 미뤘다고. 드디어 결혼 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는데 이게 웬 걸? 첫날 밤 관계에 실패했다고 한다. 여행 중이라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3일 동안 계속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만 했다. 이 와중에 남편은 새댁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왜 당신은 목석 같이 매력이 없지? 다른 사람하고는 잘 되는데 당신하고만 안 되네. 왜 나를 흥분 못시켜? 우린 서로 궁합이 안 맞는 것 같네”라고. 자기 탓이 아니라고 온전히 새댁의 잘못으로 뒤집어씌우는 반응이었다. 그 후 남편은 회사일이 바쁘다고 부부생활을 피하고 간혹 시도를 해도 삽입이 제대로 안 돼 실패했다고 한다. 새댁은 남편이 자기에게 관심이 없고, 자기가 사랑을 받지 못해 너무 섭섭하다고 토로했다. 친정 부모들에게는 충격을 받을까봐 이야기를 못하고 고민 끝에 시어머니께 이 사실을 호소했지만 “처음이라 그런 모양이니 참고 잘 지내보렴. 요즘은 성생활 안 하는 부부도 많다더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대답만 들었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필자를 찾아오기까지의 사연이었다. 남편이 와서 진찰을 한번 받아야 하는데 죽어도 안 오겠다고 하며 “나는 완전 정상”이라고 주장한다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얌전하게 생긴 이 젊은 새댁의 말 못할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줘야 하나 고민이 됐다. 성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상대방을 탓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안 된다. 대화하고 진단 받으면 해결될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① 남편의 주장대로 부인에게만 나타나는 증세이면 심인성 원인이므로 정신과 의사와 상의해야 하고 ② 성적인 관심이 전혀 없으면 성욕부진으로 내분비계 이상 여부를 검사해야 하고 ③ 발기 후 삽입은 되나 유지가 안 되면 조루증과 또는 선천성 혈관계 이상일 수 있고 ④ 외부 생식기 진찰을 하고 기본 검사를 해보면 간단하게 이상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남편을 잘 설득해 함께 꼭 오세요. 그리고 힘들면 정신과 전문의와도 상의하세요”라고. 그러나 결국 이 새댁은 그 뒤 깜깜무소식이었다. 어떻게든 병원으로 남편을 데려왔으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성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상대방을 탓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안 된다. 무엇이 문제인지 대화를 나누고 전문적으로 상담을 받으면 성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다. - 최형기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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