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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 - 28]그 남자의 머리를 풀어보니 “허걱”

바람피우다 여자의 칼 제대로 맞은 남자의 구사일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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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6-257호 박현준⁄ 2012.01.16 14:10:07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이는 옛날 여인들이 남존여비 관습에 얽매여 묵묵히 참고 견디다가 극한 상황에 이르면 그간의 한이 오뉴월 더위를 날려버릴 정도로 서늘하게 표출되는 양상을 일컫는 말이다. 한때 인기 최고였던 ‘전설의 고향’ 시리즈의 주요 주제는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여자의 한 맺힌 이야기, 시집에서 심한 학대를 받다가 사망한 뒤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던 여자의 영혼이 원수를 갚고 나서야 저승으로 떠난다는 스토리 등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고 여성들은 더 이상 한을 ‘오뉴월이 될 때까지’ 품고 살지는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산 때 남편이 함께 하는 모습은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한국 남편들이 더 적극적으로 출산을 함께 한다. 예전에는 여자의 한이 오뉴월 서리로 내린다고 했지만 요즘 여자들은 바람피우는 남편에 ‘직접 처벌’ 늘어나. 애정 식었다면 철천지원수 될 때까지 싸우지 말고 쿨하게 헤어지는 게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는데… 미국의 유명한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의 이혼이 한동안 화제가 됐다. 타이거의 부인이 정말로 골프채로 남편을 때렸는지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인들의 경우 이혼을 하더라도 대개 폭력 등이 개입되지는 않으며 이혼 뒤에도 우리나라처럼 원수 같이 지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이혼 전부터 죽을힘을 다해 싸우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내고, 이혼 뒤 평생 철천지원수로 변하는 게 보통이다. 남편이나 부인의 외도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남자의 외도가 많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화가 난 부인이 자고 있는 남편의 몸에 황산을 부어버린 일 그리고 집에서는 부인과 성관계를 안 하는 남편에게 ‘필요 없는 물건은 왜 달고 다니냐’며 남성의 성기를 칼로 자르거나 물어뜯어 병원 신세를 지는 환자를 가끔 봤다. 10여 년 전 일로 기억된다. 머리 위에 불쑥 길게 나온 것을 헝겊으로 가린 채 응급실에 온 40대 남성이 있었다. 헝겊을 풀자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부엌칼이 머리에 박혀 있는데 칼날의 한 삼분의 일은 머릿속에 박힌 듯 했다. 신경외과에서 칼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는데 우리 모두는 적어도 후유증은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술 후 결과는 멀쩡했다.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부인이 한 짓인데,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그 단단한 머리뼈를 뚫고 칼을 깊숙이 박을 수 있었는지 오싹하다. 부인은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오뉴월에 서리는 내렸지만 억세게 명이 긴 남자였다. 질질 끌려갔기에 살아난 남자 고혈압에 쓰러진 친구를 ‘거칠게’ 살린 이야기 “아! 혈압 올라!”라는 말은 “아! 열 받네!”라는 말과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인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혈압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헬스클럽이나 대형 매장 등에는 대부분 자동 혈압계가 있어 누구나 간편하게 자신의 혈압을 잴 수 있다. 혈압을 직접 잰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생각보다 높았다 보다. 자동측정 혈압계라지만 그래도 요령을 알아야 한다.

① 자동 혈압계는 기계에 따라 결과에 다소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어느 한 기계로 잰 것과, 병원에서 잰 것과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알아둬야 한다. ② 혈압은 하루 동안에도 변화가 크다. 혈압은 밤에는 낮지만 아침부터 오르기 시작해 오후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다. ③ 흥분을 하거나 커피를 마신 뒤, 또는 주변이 복잡하거나 소음이 심하면 혈압은 올라간다. 예민한 사람의 경우 집에서 혼자 잰 혈압은 정상인데, 병원에서 재면 늘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혈압을 잴 때 ‘안 좋게 나오면 어쩌나’ 긴장하기 때문이다. ④ 혈압 측정은 팔에서 하는 게 제일 정확하다. 오른손잡이라면 왼팔 혈압을 재는 것이 좋다. ⑤ 혈압은 자리에 앉아(이때 다리를 꼬지 않는 것이 좋다) 약 5분간 기다린 뒤 측정하는 것이 정확하다. ⑥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축기 혈압이 약간 높아진다는 사실을 참고한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45세가 지나면서부터 혈압이 증가한다. ⑦ 머리만 조금 아프거나 띵한 증세가 있어도 고혈압 때문이 아닌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이 경우 혈압을 측정해 확인하는 것은 좋지만 고혈압 증세로 두통이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뇌졸중은 소위 중풍 증세로, 혈압이 대기압을 초과했을 때 주로 뇌의 동맥이 터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의식이 없어지고 깨어나도 언어 장애 등이 오며, 심한 경우에는 사망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며, 특히 평소 혈압에 주의해야 한다. 10년 전으로 기억된다. 가을에 춘천 호반으로 놀러가 술을 마시던 일행 중에 한 친구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전화를 건 친구는 “모두 취해서 정신이 없고 쓰러진 친구를 나를 건 나 혼자뿐인데, 차까지 가려도 10분은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나는 끌고서라도 데려가라고 했는데 그 친구, 정말로 쓰러진 친구를 질질 끌고(그것도 바위가 많은 산장에서 주차장까지를) 갔다. 그런데 쓰러진 친구가 병원에 와서 거짓말같이 빨리 회복됐다. 발목의 혈관이 바위에 걸려 터지면서 혈압이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혈압을 낮추는 응급 치료가 자동으로 된 셈이었다. 쓰러졌던 친구는 술을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자신을 끌고 내려온 다른 친구에게 “야! 니가 내 팔을 잡아끌고 내려와 지금도 어깨를 잘못 움직인다”고 푸념(?)한다고 한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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