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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기업人 - 플리토 이정수 대표]사이버시대 언어장벽 없애는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 열었다

마케팅 안 하고도 설립 5개월 만에 회원 270만 넘고, 손익분기점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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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71호 정의식⁄ 2014.03.24 13:39:55

▲사진 = 이성호 기자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창의력으로 똘똘 뭉친 젊은 벤처기업들이 등장한지도 꽤 시간이 지났지만, 글로벌 규모로 성공한 국내 기업은 많지 않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생각 외로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국내보다 해외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색다른 기업이 등장했다.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을 표방하는 ‘플리토(Flitto)’가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각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이제 그 경험을 무기로 신개념 번역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플리토 이정수 대표를 만나보았다.』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손쉽게 PC나 휴대폰으로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 시대지만, 여전히 언어의 장벽은 네티즌들을 나눠놓고 있다. 외국어에 능통하지 못하지만 외국어로 쓰인 정보를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플리토(Flitto)는 번역과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결합시킨 색다른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플리토 사이트(www.flitto.com)에 접속해 궁금해 하는 해외 언어 문장을 트위터처럼 올리면 된다. 그러면 전 세계의 수많은 플리토 회원들이 제각기 자신들의 언어로 해당 문장을 번역해준다. 번역자에게는 수고료로 한 줄에 50원, A4 용지 한 장에 1000원 정도에 불과한 소액의 보상이 주어진다.

간단한 개념의 이 서비스는 지난해 9월 정식 오픈한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27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끌어모았다. 케이팝 스타들의 트윗을 전 세계 언어로 번역한 것이 초반 인기의 핵심이었다. 지금은 한류스타들 외에 비즈니스와 여행 등 수많은 관심사를 놓고 인도네시아와 일본, 미국과 남미 등 이용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쿠웨이트와 사우디, 미국과 유럽을 넘나든 유년시절

이정수 대표가 플리토를 만들게 된 것은 어쩌면 그의 남다른 유년시절 경험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1982년 쿠웨이트에서 태어났다. 국내기업의 현지 주재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오래 머물렀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잠시 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7년가량 머물러서 현지어도 일상적 대화는 가능할 수준까지 됐지요. 외국 생활이 길다보니 한국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벤처기업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던 건 아니다.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런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란다.

“원래는 만드는 걸 좋아했습니다. 기계나 뭐랄까 막연하게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습니다. 회사에서든 연구소에서든 연구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지요. 플리토도 이전에 없던 서비스라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주위에 보면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지요. 저는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SK텔레콤에 입사해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투자업무와 함께 사내벤처로 플리토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진행시켰는데 회사 사정으로 프로젝트가 중단될 상황이 되자,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두 명과 함께 퇴사해 플리토를 설립했다.

“플리토(flitto)는 ‘훨훨 날다’란 뜻을 가진 영어단어 ‘플리터(flitter)’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세상을 향해 훨훨 날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한류스타 트위터 번역으로 초반 인지도 획득

대개의 신규 서비스가 부딪히는 가장 어려운 장벽은 인지도를 획득하고 이용자를 늘려가는 일이다. 플리터는 의외로 손쉽게 이 문제를 해결했다.

별다른 생각없이 트위터에서 싸이의 글을 번역해서 멘션을 보내고, 빅뱅과 슈퍼주니어 등 다른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트위터도 번역해줬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이를 리트윗하기 시작했고, 이용자 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러자 이번엔 연예기획사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소속 연예인의 글을 번역해달라는 것이다. JYP와는 정식 계약을 맺고 지분 투자까지 받았다. SM, YG 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도 플리토 메인 페이지는 여러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노출되어있고, 많은 스타와 팬들이 플리토를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한류 트위터 번역 사이트’로 오해받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처음엔 한류 트위터 번역이 80%고 나머지가 20% 정도에 불과했죠. 하지만 지금은 비즈니스, 여행 등 다른 분야 번역이 80%고 한류는 20% 미만입니다. 앞으로도 이 정도 비율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현재 플리토 사이트는 개발을 완료하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플리토는 27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9월 말에 오픈한 이후 5개월도 안 돼 이룬 성과입니다. 마케팅을 좀 더 진행하면 올해 안에 1000만명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플리토가 제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번역’하면 ‘플리토’가 떠오르게 하는 것이 목표”

정보의 범위가 점점 커지고,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지는 인터넷 시대에 번역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번역시장’의 대표기업이나 브랜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 출판사와 연계된 번역자나 번역대행 서비스, 구글번역 정도가 현재 번역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구글 번역은 정확도가 가장 떨어지는 번역으로, 구글이 돈을 벌지도 못합니다. 현재 번역시장의 키 플레이어는 없다고 봐도 좋지요. 그것이 올해 저희의 목표입니다.”

‘검색’하면 ‘구글’, ‘SNS’하면 ‘트위터’를 떠올리듯 ‘번역’하면 ‘플리토’가 떠오르게 하고 싶다는 얘기다.

“번역은 사실 아주 협소한 시장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많이 사용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든 남녀노소 상관없이 많이 사용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그걸 넓혀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플리토 사용자 비율을 살펴보면, 국내는 거의 없고 해외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류스타들에 대한 관심 덕분에 인도네시아가 가장 높은 것이 특이하다. 인도네시아 사용자의 비율은 20%에 달했다가 지금은 16%까지 떨어진 상태다. 다음은 일본으로 13% 정도 차지한다. 그 다음은 미국과 남미, 아랍 순이다.

▲사진 = 이성호 기자


번역 포인트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생수 기부

현재 번역 요청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비즈니스 분야다. 전문번역 시장에 맡기려니 시간이 너무 걸리고, 자동번역을 이용하려니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 애매한 기업들이 많이 사용한다.

“전문 번역가들의 번역에 비해 우리 번역은 A4 용지 한 장 번역에 10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해서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외국 대사관 근무자분들도 많이 사용하더군요.”

번역을 요청하면 여러 사용자들이 이를 번역해 리플로 남긴다. 레벨 제도가 있어서 높은 레벨일수록 정확한 번역을 하게 된다. 요청자가 마음에 드는 번역을 선택하면 줄당 50원 정도의 소액이 번역자에게 지급된다.

“화장실에서 잠시 30초만 시간을 내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도 틈틈이 해서 한 달에 한 30만원 정도 벌고 있지요. 이걸로 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플리토에서 번역을 통해 받은 포인트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생수 등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취업할 때 ‘토익 성적이 800점’ 이렇게 적는 것 보다는 ‘나는 번역 사이트를 이용해서 몇 건의 번역을 했고, 이를 통해 아프리카에 이 정도의 봉사활동을 했다’식으로 적는 것이 더 좋을 겁니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플리토에서 포인트를 현금으로 받기보다 기부할 것은 선택하는 사용자가 60% 이상에 달한다.

“기부는 번역의 모티브가 됩니다. ‘번역하면 100원 줄께’가 아니고 ‘번역하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생수 줄께’ 이러면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하고 싶어집니다. 올해 연말까지 잘 된다면 2억원에서 3억원 정도 기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박을 친다면 10억원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구글과 협력 통해 2차 매출 발생

재미있는 것은 구글과의 협력관계다. 플리토 사이트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번역의 결과물들은 구글이 구입하고 있다. 구글 자동번역 서비스에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로써 플리토는 번역 1건을 통해 2차 매출을 발생시키게 된다.

“한 건의 번역을 통해 50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이 번역 결과 데이터를 구글이 400원에 구입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구입하지요. 50원 매출이 연쇄적으로 4000원까지 늘어갑니다. 우리처럼 구글에 번역 데이터를 판매하는 회사가 많이 있습니다만, 저희는 클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저희가 생산한 것이 아닌 사용자가 생산한 데이터를 판매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리한 입장입니다.”

그래서일까. 구글은 현재 플리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출장 갔을 때 지하철 플랫폼에서 기다리는데 옆의 여자분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트위터를 읽고 있는 걸 볼 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는 정말 작은 회사인데 비교되는 기업들이 트위터, 유튜브 등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가장 큰 꿈은 트위터, 유튜브처럼 한국 IT기업이 해외에서도 성공하는 사례를 남기는 것입니다.”


워크샵 플래카드에 ‘내년에도 워크샵 갈 수 있을까?’

플리토의 매출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스타트업 기업치고는 양호한 성적표다.

“사실 손익분기점을 넘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은 사용자 수 증가에 중점을 두고, 매출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투자자 중에 매출을 중요하게 보는 분들이 있어서, 매출 솔루션을 어거지로 찔러 넣었는데, 의외로 매출이 적지 않게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매출 증대보다는 사용자를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매출에 집중하다보면 사용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언제 망할지 알 수 없다. 대외적인 포장보다는 내부를 탄탄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2년 후엔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망하던지 100억 이상의 펀딩을 받던지”

지금도 매각 제안을 많이 받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조만간 워크샵을 가는데, 워크샵 플래카드에 ‘내년에도 갈 수 있을까? 플리토 워크샵’이라고 적었습니다. ‘내년에 망할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이죠. 설사 망하더라도 어느 한 순간 우리가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는 일을 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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