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9호 임형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2014.12.18 09:10:59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어느 날 근무를 하다가 몸살증세가 나타난 박모씨(32세).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감기려니 했던 박 씨는 집 근처 약국에서 감기약을 지어먹었다. 3일이 지나도 몸살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병원을 찾은 박씨는 A형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간수치는 이미 2천을 넘었다는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바로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은 박 씨는 만약 병원을 찾지 않았다면 하는 생각에 아찔했다.
작년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A형 간염 환자는 1만5000명이 넘었으며, 재작년 대비 2배가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도 A형 간염에 대한 증세나 감염 경로 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일명 ‘유행성 간염’이라고 불리는 A형 간염은 간염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간염으로, 주로 급성 간염의 형태로 나타난다.
A형 간염은 B형이나 C형 간염과 같이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입을 통해 먹는 먹을거리나 감염된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서 전염된다. 위생상태가 불결할 때 감염되기 쉬운데, 조개 등의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거나 오염된 물을 끓이지 않고 그냥 먹었을 때, 인분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과일을 깨끗한 물에 제대로 씻지 않고 먹었을 때도 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도 A형 간염 발생 중등도 ‘위험국’으로 분류돼 있다.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40~50대 이상은 어렸을 때 A형 간염에 자연 감염돼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면서 9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회 전반적인 위생관리가 점점 깨끗해지면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A형 간염 항체 보유율은 10%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간염에 대한 면역력이 없는 10대 후반에서 30대의 감염 위험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너무 깨끗하게 자라는 것도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A형 간염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유․소아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되지 않아 점차 감염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 A형 간염의 위험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다는 생각에 감기몸살처럼 지나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A형 간염은 감염된 후 15~5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전구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가 가장 전염이 잘 되는 시기이다. 이는 황달 발생 전에 더 많은 바이러스가 나오기 때문인데, 자신이 간염에 걸렸는지 모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옆 사람에게 쉽게 전염시킬 수 있다.
A형 간염은 B형 또는 C형처럼 만성 질환은 아니고 대부분 감기처럼 앓다가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성인이 감염됐을 때는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임상 양상은 더 심각해져 50대 이후 노년기에 감염되면 사망률이 1.8%로 급증한다.
이는 A형 간염 전체 평균 사망률 0.4%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치이다. A형 간염의 증상으로는 감기 유사 증상(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식욕이 떨어지고 복통, 구역질, 구토, 설사, 황달, 우상복부 통증 등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