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이진우 기자) 상장사인 엘컴텍, 유니슨, 해피드림(옛 피에스앤지), 와이즈파워, 자연과환경 등 5개사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할 경우 증시에서 아예 간판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2010~2013년 별도 기준으로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만약 2014년에도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5년 연속 적자라 관련 규정에 따라 상장 폐지된다.
4일 한국거래소·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5개 기업은 모두 지난해 3분기까지는 누적으로 영업이익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는 성공했다. 다만 와이즈파워와 해피드림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2억원 안팎에 불과해 4분기 실적 결과에 따라 최악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데 ‘상장퇴출제도 선진화 방안’ 시행 이후, 이들보다 앞서 지난 2009~2012년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벼랑 끝에 섰던 엠텍비젼, 위다스, 디브이에스, 마이스코 등 후보군에 있던 4개 회사가 모두 상폐된 것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엠텍비젼은 5년 연속 영업손실 사유로 증시에서 퇴출됐고, 위다스와 마이스코는 2012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폐 됐다. 또 디브이에스의 경우엔 5년째인 2013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되면서, 4년 연속 영업적자 기업이 모두 상폐되는 결과로 생존률이 제로였던 것.
2013년까지 4년 연속 적자기업 중 지난해 5월 부도로 상폐된 CU전자와 현재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인 피앤텔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이들 5개 기업 모두가 3분기까지 흑자를 기록하며 생존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점이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하지만 기사회생하고 있는 이들 기업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실제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부실사업을 떼어내거나 우량회사를 갖다 붙인 결과로 최악의 상황에서 겨우 숨을 돌린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과환경은 지난해 3월 그간 실적에서 발목을 잡아오던 철강사업 부문을 분할해 별도 자회사인 자연과환경스틸을 신설했다. 이어 8월엔 이 자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부실한 사업을 자회사에 털어낸 덕에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1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해피드림은 이익이 나고 있는 자회사를 흡수 합병해 기사회생했다. 상반기까지 적자였던 이 회사는 자회사 홍익인프라를 흡수하고, 미수금 회수에 적극 나서 3분기 약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누적으로는 2억원 흑자 상태다.
와이즈파워도 사업이 양호한 최대주주 컨벡스의 정밀제어사업부를 인수하면서 3분기까지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기업을 대상으로 4~5년간 연속 개별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하거나,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규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 기준이 매우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상장기업의 한 IR담당자는 “제도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실적을 공시하게 돼 있다. 그런데 상장폐지의 실적 기준은 별도 기준으로 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실체가 없는 기업이 자회사의 덕을 못 보게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반대로 자회사에 재고를 떠넘기는 방식 등을 통해 연결 전체 기준으로는 적자인데 개별 기준으로는 흑자를 내는 꼼수를 쓸 수 있게 하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수정된 정정 재무제표 상으로는 적자지만 당시 해당 연도의 재무제표에 흑자로 나와 있다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실제로도 정정 재무제표 상에 2010년 영업실적이 적자로 나오지만, 당시 정정되기 전 재무제표 상으로는 흑자로 나와 관리종목 지정을 피해간 기업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회계기준이 바뀌거나 하는 다양한 이유로 인해 감사보고서가 정정될 수 있기 때문에 수정된 보고서 내용을 소급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또한 개별기준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자회사나 계열사의 실적에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 개별 회사의 실적이 보다 정확한 회사의 내실을 표현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